[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임의진의 시골편지] 제발

[임의진의 시골편지] 제발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제발 [경향신문] 언젠가 록밴드 ‘들국화’ 공연을 보러 갔었다. ‘제발’이란 노랠 정말 좋아하는데, ‘제발 숨막혀~’ 하면 진짜 숨이 멎는 느낌. 고인이 된 주찬권 아저씨 드럼 소리와 함께 번지던 news.v.daum.net 언젠가 록밴드 ‘들국화’ 공연을 보러 갔었다. ‘제발’이란 노랠 정말 좋아하는데, ‘제발 숨막혀~’ 하면 진짜 숨이 멎는 느낌. 고인이 된 주찬권 아저씨 드럼 소리와 함께 번지던 노래는 앨범 발매 직후였을까, 학창 시절 YWCA 강당에서도 한 번 만났었지. 팬심은 ‘아미’ 못지않다. “난 네가 바라듯 완전하지 못해. 한낱 외로운 사람일 뿐야”라는 고백은 진솔하다. 곡을 만든 최성원은 당시 숨죽이게 했던 군부독재를 비..

[임의진의 시골편지] 담배 묵는 할매

[임의진의 시골편지] 담배 묵는 할매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담배 묵는 할매 [경향신문] 동네에 담배를 태우는 분들은 멸종 위기의 불을 뿜는 용가리. 굴뚝 연기에 담배 연기도 섞여서 솔솔. 쿠바에 가보면 담배를 문 혁명가들이 벽보를 가득 채우고 있더라. 한번은 아바나 news.v.daum.net 동네에 담배를 태우는 분들은 멸종 위기의 불을 뿜는 용가리. 굴뚝 연기에 담배 연기도 섞여서 솔솔. 쿠바에 가보면 담배를 문 혁명가들이 벽보를 가득 채우고 있더라. 한번은 아바나 호텔에서 잠깐 봤는데, 텔레비전에 등장한 군복 입은 피델 카스트로가 담배를 태우면서 일장 연설. 금연 시대에 신기할 따름이었다. 담배에 얽힌 농담을 하나 들려주지. 인생이 괴로운 한 사나이가 있었지. 담배 연기를 위로 ..

[임의진의 시골편지] 호구

[임의진의 시골편지] 호구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호구 [경향신문]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호구라 한다. 호구 하나를 골라 예술적으로다가 잘 발라먹는 걸 ‘호구 아트’라 하겠다. 판타지 소설 엔 마법학교 ‘호그와트’가 등장 news.v.daum.net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호구라 한다. 호구 하나를 골라 예술적으로다가 잘 발라먹는 걸 ‘호구 아트’라 하겠다.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엔 마법학교 ‘호그와트’가 등장한다. 호그는 수퇘지란 뜻이고 와트는 사마귀란 뜻. 왜 이걸 합쳐 부르는지는 소설가 조앤 롤링이 아니니만큼 난 모르겠다. 암튼 호그와트엔 마법사 지망생들이 수백명 집단 기숙 생활. 요새 문제가 된 미인가 국제학교처럼 어린 학생들이 바글바글. 마법의 주문 영어를..

[임의진의 시골편지] 건강 백세

[임의진의 시골편지] 건강 백세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건강 백세 [경향신문] 탄줘잉은 중국의 저명한 편집자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몇 가지’를 따복따복 정리했다. 예를 들자면 악기 하나 배워보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부하기, 매일 15분씩 책 읽기 news.v.daum.net 탄줘잉은 중국의 저명한 편집자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몇 가지’를 따복따복 정리했다. 예를 들자면 악기 하나 배워보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부하기, 매일 15분씩 책 읽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하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기, 자신에게 상장 수여식, 부모님 발 닦아 드리기, 동물 친구랑 사귀기, 고향을 찾아 가보기, 추억이 담긴 물건 간직하기, 큰소리로 사랑한다고 외치기, 자서전 쓰..

[임의진의 시골편지] 심야식당

[임의진의 시골편지] 심야식당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심야식당 [경향신문] “눈물도 한숨도 나 혼자 씹어 삼키며 밤거리에 뒷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사랑만은 단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 거리의 자식이라 욕하지 말라.” 최희준의 ‘맨발의 청춘’을 부르면서 news.v.daum.net “눈물도 한숨도 나 혼자 씹어 삼키며 밤거리에 뒷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사랑만은 단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 거리의 자식이라 욕하지 말라.” 최희준의 ‘맨발의 청춘’을 부르면서 싸돌아다닐 때가 좋았다. 이젠 밤늦게 돌아다닐 데도 어디 없다. 광화문에 탱크가 경비를 서던 통금 시대도 아닌데 이게 뭔 난리통인지. 애달픈 식당들 일찍 문을 닫는 통에 집에서 라면이나 삶아 먹어야 한다. 곰삭은 김장김치에 라면도 맛이 없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닥에 관한 성찰 - 권현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닥에 관한 성찰/권현형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닥에 관한 성찰/권현형 [서울신문]바닥에 관한 성찰/권현형 저녁이 깊이 헤아려야 할 말씀처럼두텁게 내려앉는 11월 뱀은 껍질을 발자국처럼 남기고숲으로 사라진다얼굴은 들고 허물은 벗어놓고 온몸의 발자국 같은발 news.v.daum.net 바닥에 관한 성찰 / 권현형 저녁이 깊이 헤아려야 할 말씀처럼 두텁게 내려앉는 11월 뱀은 껍질을 발자국처럼 남기고 숲으로 사라진다 얼굴은 들고 허물은 벗어놓고 온몸의 발자국 같은 발자국의 온몸 같은 너의 껍질을 목간(木簡)처럼 받아 들고 나는 깨닫는다 얼굴을 꼿꼿이 들고 낡은 몸을 버리고 숲속으로 사라진 너의 내성이 인류를 구하리라 바닥에 납작 엎드려 너는 자존심을 감추고..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이불을 덮고 - 나희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이불을 덮고/나희덕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이불을 덮고/나희덕 [서울신문] 그 이불을 덮고/나희덕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바람이 불러모은 마른 영혼들 졸참나무잎서어나무잎낙엽송잎당단풍잎느티나무잎팽나무잎산벚나무잎나도밤나무잎 그 이불을 덮고한 news.v.daum.net 그 이불을 덮고 / 나희덕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 바람이 불러모은 마른 영혼들 졸참나무잎서어나무잎낙엽송잎당단풍잎 느티나무잎팽나무잎산벚나무잎나도밤나무잎 그 이불을 덮고 한겨울 어린 풀들이 한 열흘은 더 살아간다 화엄사 뒷산 날개도 다 굳지 않은 날벌레들 벌써 눈뜨고 날아오겠다 그 속에 발 녹인 나도 여기서 한 닷새는 더 걸을 수 있겠다 형태적으로는 짧지만 읽는 이들의 마음을 덮어 주는 데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더듬다 - 허은실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더듬다/허은실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더듬다/허은실 [서울신문]더듬다/허은실 사타구니께가 간지럽다 죽은 형제 옆에서 풀피리처럼 울던 아기 고양이 잠결에 밑을 파고든다 그토록 곁을 주지 않더니 콧망울 바싹 붙이고 허벅지 안쪽을 깨문다 나 news.v.daum.net 더듬다 / 허은실 사타구니께가 간지럽다 죽은 형제 옆에서 풀피리처럼 울던 아기 고양이 잠결에 밑을 파고든다 그토록 곁을 주지 않더니 콧망울 바싹 붙이고 허벅지 안쪽을 깨문다 나는 아픈 것을 참아본다 익숙한 것이 아닌 줄을 알았는지 두리번거리다 어둠 쪽을 바라본다 잠이 들어서도 입술을 달싹인다 자면서 입맛을 다시는 것들의 꿈은 쓴가 더듬는 것들의 갈증 때문에 벽을 흐르는 물소리 그림자 밖에서 꼬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불인(不忍) - 정윤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소식 좀 전해주렴/박현웅 · 불인(不忍)/정윤천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소식 좀 전해주렴/박현웅 · 불인(不忍)/정윤천 [서울신문]소식 좀 전해주렴 / 박현웅불인(不忍) / 정윤천 사산 직전의 염소 새끼를 들쳐 메고 들어와 사람 병원의 응급실 앞에서 울음을 바치는 이가 있었다 시골 의사는 등가죽을 늘여 두 대의 news.v.daum.net 불인(不忍) / 정윤천 사산 직전의 염소 새끼를 들쳐 메고 들어와 사람 병원의 응급실 앞에서 울음을 바치는 이가 있었다 시골 의사는 등가죽을 늘여 두 대의 링거를 염소의 몸 안으로 흘려 넣어 주었다 2001년 1월 26일 도쿄 신주쿠의 한 지하철역에서 술 취한 일본인이 선로에 떨어졌다. 한 한국인 청년이 그를 구하기 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 - 달콤한 소유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달콤한 소유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달콤한 소유 [서울신문]달콤한 소유/최명란 찢어진 내 청바지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게도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활짝 핀 꽃대 위에 달콤한 비가 내릴 것이다 개구리는 지천에서 베이스 톤으 news.v.daum.net 달콤한 소유 / 최명란 찢어진 내 청바지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게도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활짝 핀 꽃대 위에 달콤한 비가 내릴 것이다 개구리는 지천에서 베이스 톤으로 울고 장대비는 꽃들을 흠뻑 적시고 짱짱히 일어설 것이다 돌담을 붙잡고 일어서는 담쟁이처럼 나도 장대비를 붙들고 비를 따라 일어설 것이다 건조한 목구멍을 비에 촉촉 적시며 아직 눈뜨지 못한 새끼들을 오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