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엎드림 - 지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엎드림/지연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엎드림/지연 엎드림/지연 비 그치고 새 소리는 실 한 줄 꽃잎이 열리는 소리는 실 네 줄 이쪽에서 저쪽으로 소리 매듭을 만들며 날아간다 바람이 솔잎 살갗으로 건너올 때 나는 몇 줄로 이 세상에 수를 놓고 news.v.daum.net 엎드림 / 지연 비 그치고 새 소리는 실 한 줄 꽃잎이 열리는 소리는 실 네 줄 이쪽에서 저쪽으로 소리 매듭을 만들며 날아간다 바람이 솔잎 살갗으로 건너올 때 나는 몇 줄로 이 세상에 수를 놓고 있나 아무 색도 없이 방범창에 방울방울 그믐 숨소리로 흔들린다 실패에 감긴 실의 후회는 아무것도 아니리 살아 있는 순간은 아름다움을 내 귀에 꽂은 날이니 구름 솜에 꽂힌 녹슨 바늘이어도 좋다 오늘은 ..

[임의진의 시골편지] 암흑가의 통뼈

[임의진의 시골편지] 암흑가의 통뼈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암흑가의 통뼈 [경향신문] 여기 동네에선 뼈를 가리켜 ‘빼’라고 한다. 족발도 아니고 닭발도 아닌데 뼈를 빼라 부른다. 빼서 버리면 안 되는 것인데, 암튼 빼~. 여느 노동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농부들은 news.v.daum.net 여기 동네에선 뼈를 가리켜 ‘빼’라고 한다. 족발도 아니고 닭발도 아닌데 뼈를 빼라 부른다. 빼서 버리면 안 되는 것인데, 암튼 빼~. 여느 노동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농부들은 뼈가 굵어야 한다. 첫째, 삽질을 잘해야 다른 일도 잘한다. 제아무리 과학 영농의 시대라고 하나 삽자루를 거머쥐고 농로를 설쳐주면서 물꼬를 봐주어야 제대로 농부 축에 낀다. 둘째, 기초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선선한 시..

[임의진의 시골편지] 많이 화나씨

[임의진의 시골편지] 많이 화나씨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많이 화나씨 [경향신문] 곽재구 시인의 인도 이름은 ‘똥의 승리’란다. 재구는 자이구, 승리라는 뜻. 구는 똥의 의미. 그래서 ‘똥이 이긴다’가 된다. 인도에 머물 때 무커지라는 영문학자의 모친이 메모장 news.v.daum.net 곽재구 시인의 인도 이름은 ‘똥의 승리’란다. 재구는 자이구, 승리라는 뜻. 구는 똥의 의미. 그래서 ‘똥이 이긴다’가 된다. 인도에 머물 때 무커지라는 영문학자의 모친이 메모장에 이름을 써보라 하고, 그 이름을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고. 시인들이 닉네임을 가지는 일은 흔하다. 아랫동네 사는 고재종 시인은 ‘이장 시인’으로 불린다. 전에 한번 개발업자들과 투쟁할 일이 생겨 동네 이장 일을 봤는데, 지금은..

[임의진의 시골편지] 트로트 열풍

[임의진의 시골편지] 트로트 열풍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트로트 열풍 [경향신문] 꽃게처럼 발개져 가는 단풍 잎사귀가 가을가을 하는 날씨. 주운 밤을 쪄서 까먹고 있으려니 낮달도 입이 궁금한지 슬그머니 고갯짓. 추석이 지난 뒤로는 그늘이 드리운 곳마다 찬기 news.v.daum.net 꽃게처럼 발개져 가는 단풍 잎사귀가 가을가을 하는 날씨. 주운 밤을 쪄서 까먹고 있으려니 낮달도 입이 궁금한지 슬그머니 고갯짓. 추석이 지난 뒤로는 그늘이 드리운 곳마다 찬기가 느껴진다. 네눈박이 암컷 시바견 모노가 외로워해서, 모노가 아닌 스테레오를 만들어주라면서, 애견인 지인이 족보가 있는 수컷 시바견 아이를 내게 안겨준 것은 여름 우기 때. 홍시감이 누렇게 익어가듯 누렁이 아이도 이젠 제법 사나이 자..

[임의진의 시골편지] 링가링가링

[임의진의 시골편지] 링가링가링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링가링가링 [경향신문]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스탄’이 말꼬리로 붙은 나라들이 있는데, 그건 이슬람말로 ‘아무개의 땅’이라는 뜻. 파키의 땅, 우즈베키 news.v.daum.net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스탄’이 말꼬리로 붙은 나라들이 있는데, 그건 이슬람말로 ‘아무개의 땅’이라는 뜻. 파키의 땅, 우즈베키의 땅이 되겠다. 당신의 땅임을 만방에 알리고 싶으면 ‘스탄’을 붙이면 된다. 추위가 밀려들 때엔 연탄을 떼어 광에 쟁였다. 연탄이 집에 들어와야지 안 그러면 동사자의 집이 된다. 추운 나라에 살기에도 ‘탄’이 있어야 했다. 석탄 때문에 ..

[임의진의 시골편지] 물김치의 별

[임의진의 시골편지] 물김치의 별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물김치의 별 [경향신문] 경상도에선 호칭이 남다르다. 형은 히야, 누나는 누야, 형수는 새아저매, 시동생 도련님은 되램요 하고 부른다. 경상도에서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마이 무라’다. 많이 먹 news.v.daum.net 경상도에선 호칭이 남다르다. 형은 히야, 누나는 누야, 형수는 새아저매, 시동생 도련님은 되램요 하고 부른다. 경상도에서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마이 무라’다. 많이 먹고 방귀를 뀌면 “이 방구재이. 누가 똥 낏노?” 욕먹는다. 사랑과 전쟁, 부부싸움 레퍼토리 “우예가 어찌 사노. 때리 치아뿔라!” 오가는 말이 험하다가 “가스나 자꾸 짤래?(울래?)” 하면서 품에 안고 “뜨끈하게 데파주께” 국..

[임의진의 시골편지] 고독한 철학자

[임의진의 시골편지] 고독한 철학자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고독한 철학자 [경향신문] 누가 서명지에 사인을 해달라는데 직업란이 보였다. 직업이 여러 가지인 나로서는 장난삼아 ‘점쟁이’라고 쓰고 싶었으나 서명인을 확인도 한다길래 허억 웃다 말았다. 난 이 나이 news.v.daum.net 누가 서명지에 사인을 해달라는데 직업란이 보였다. 직업이 여러 가지인 나로서는 장난삼아 ‘점쟁이’라고 쓰고 싶었으나 서명인을 확인도 한다길래 허억 웃다 말았다. 난 이 나이에도 장난꾸러기여서 큰일이야. 가을밤별로 별점을 친다면 ‘쓰잘데기없는 소리’ 욕을 얻어먹을 일. 별을 좇던 동방박사도 멸시천대 멱살잡이를 당했을까. 별들이 점선을 긋고 서로를 당기며 밤하늘을 촘촘히 지킨다. 한 해 모두들 잘 견뎠어. ..

[임의진의 시골편지] 갈바람 방패연

[임의진의 시골편지] 갈바람 방패연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갈바람 방패연 [경향신문] 할머니에게 애를 잠시라도 맡기면 말투가 아주 희한해진다. 가령 “너는 왜 그렇게 사고만 치니?” 하면 “크믄 안글겄재. 거랭이가 돼도 몸만 튼튼하믄 괜춤해.” 애가 노인 투로 대 news.v.daum.net 할머니에게 애를 잠시라도 맡기면 말투가 아주 희한해진다. 가령 “너는 왜 그렇게 사고만 치니?” 하면 “크믄 안글겄재. 거랭이가 돼도 몸만 튼튼하믄 괜춤해.” 애가 노인 투로 대답해버린다. 화개장터 너머로 가면 “함무이 뭐하시노?” 엄마가 묻자 꼬맹이 대답, “디비 잔다”. 엄마가 애 말투에 화들짝 놀라가지고 “함무이 전화 바꽈도~” 하자 “깨움 지랄할낀데”. 기절초풍하게 만든다. 그래도 할머니 품..

[임의진의 시골편지] 풀소유

[임의진의 시골편지] 풀소유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풀소유 [경향신문] “그토록 믿어 온 사랑, 내 마음에 믿어 온 사랑. 지금은 모두 어리석음에 이제 너를 떠나간다네. 밤하늘에 찾아오는 별들의 사랑 이야기 들려줄 거야. 세월이 흘러서 가면 내 사랑 찾 news.v.daum.net “그토록 믿어 온 사랑, 내 마음에 믿어 온 사랑. 지금은 모두 어리석음에 이제 너를 떠나간다네. 밤하늘에 찾아오는 별들의 사랑 이야기 들려줄 거야. 세월이 흘러서 가면 내 사랑 찾아오겠지. 모두 다 잊고 떠나가야지.” 신중현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당 풀을 뽑고는 했는데, ‘내 사랑 찾아오겠지’만은 풀은 다시 오지 마라 정말 빌면서. 여름은 풀이 불을 지른다. 마당 풀이 숲처럼 우거지고 밭은 씨앗감자라도 심으..

[임의진의 시골편지] 김장 찬송

[임의진의 시골편지] 김장 찬송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김장 찬송 [경향신문] 포도주를 건배할 때나 ‘주여 삼창’을 있는 힘껏 하지만 교회에서 해본 적은 없다. 목사가 등장할 때 보통 손을 들어 할렐루야를 외치는데, ‘할렐루야 축구단’도 해단한 마당에 news.v.daum.net 포도주를 건배할 때나 ‘주여 삼창’을 있는 힘껏 하지만 교회에서 해본 적은 없다. 목사가 등장할 때 보통 손을 들어 할렐루야를 외치는데, ‘할렐루야 축구단’도 해단한 마당에 아무 때나 할렐루야를 외칠 일도 아님이렷다. 어려운 성경을 풀어 설교를 할라치면 노동으로 피곤한 신자들 졸릴까봐 재미난 옛이야기도 한 토막씩 곁들였다. 설교를 짧게 하면 헌금 아깝다고 더하라는 분도 계셨다. 그래도 설교와 기도는 짧게 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