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임의진의 시골편지] 집 없는 유랑자들

[임의진의 시골편지]집 없는 유랑자들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집 없는 유랑자들 [경향신문] 한번은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갔다. 밀리아나에 사는 베니죽죽 부족이라는 친구가 사막 투어에서 진가를 발휘했는데, 훗날 알퐁스 도데의 단편 소설에서 그 부족을 보고 어찌나 반가 news.v.daum.net 한번은 북아프리카 알제리에 갔다. 밀리아나에 사는 베니죽죽 부족이라는 친구가 사막 투어에서 진가를 발휘했는데, 훗날 알퐁스 도데의 단편 소설에서 그 부족을 보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유속이 느린 셰리프 강을 따라 밴을 타고 이동했다. 사막과 오아시스를 오가는 밴들은 예전엔 모두 낙타였다. 베니죽죽 친구는 아마도 그 당시 태어났더라면 낙타몰이꾼이 되었겠지. 사륜구동 밴을 개조하여 몰고 다니는 집시들이 흔..

[임의진의 시골편지] 대롱대롱

[임의진의 시골편지]대롱대롱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대롱대롱 [경향신문]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어 나이를 잘 모르겠다. 훌쩍 자라버리면 다 동갑내기 같아. 집 울타리 안에 대밭이 있는데, 죽순 삶아 죽순된장국 끓여 먹고, 살아남은 죽순은 햇대로 솟구쳤다 news.v.daum.net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어 나이를 잘 모르겠다. 훌쩍 자라버리면 다 동갑내기 같아. 집 울타리 안에 대밭이 있는데, 죽순 삶아 죽순된장국 끓여 먹고, 살아남은 죽순은 햇대로 솟구쳤다. 일본에서 경쟁률이 가장 센 대학은 ‘와~세다 대학’, 우리나라는 그냥 이 산허리가 통째 대밭이요, 대학이지. 대울타리 대캠퍼스. 가방끈이 짧으면 대밭에 머물면 된다. 장맛비가 거칠자 대들이 물기를 머금고 살짝 휜다. 댓잎 끝에는 빗물이..

[임의진의 시골편지] 한 채의 집

[임의진의 시골편지]한 채의 집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한 채의 집 [경향신문] 마을버스 정거장. 손님들이 오길 기다리는 운전기사를 향해 할머니가 다그쳤다. “더워 죽겄는디 휭하니 기냥 갑시다. 이눔의 똥차 에어컨도 잘 안되고만.” 그러자 기사 왈 “똥이 news.v.daum.net 마을버스 정거장. 손님들이 오길 기다리는 운전기사를 향해 할머니가 다그쳤다. “더워 죽겄는디 휭하니 기냥 갑시다. 이눔의 똥차 에어컨도 잘 안되고만.” 그러자 기사 왈 “똥이 다 차면 갈랍니다.” 부릉부릉 방귀소리. 장마전선은 오락가락. 나는 버스가 떠나는 꽁무니를 카메라에 몇 컷 담아두었다. 장 모르와 존 버거는 35년 동안 우정을 나눴는데, 집들을 오가면서 서로를 인터뷰하고 존중하며 아꼈다. 장 모르는 사..

[임의진의 시골편지] 솔 푸드

[임의진의 시골편지] 솔 푸드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솔 푸드 [경향신문] “예스터데이~ 올 마이 트러블 심 소 활어회~.” 오! 활어회. 뜬금없이 찬바람이 돌면 활어회가 먹고 싶다. 어떤 날은 고기 굽는 데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팔팔 끓는 국을 올려 news.v.daum.net “예스터데이~ 올 마이 트러블 심 소 활어회~.” 오! 활어회. 뜬금없이 찬바람이 돌면 활어회가 먹고 싶다. 어떤 날은 고기 굽는 데 앉아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팔팔 끓는 국을 올려놓은 잔칫상을 받기도 한다. 새우가 들어간 마늘종, 잘 튀긴 돈가스, 가지런한 계란말이가 놓인 도시락이 그립다. 저마다 좋아하는 음식들이 있겠지만, 나는 잊지 못하는 게 아침마다 엄마가 싸주셨던 도시락이다. 요즘 아이들은..

[임의진의 시골편지] 사과처럼 아름다운 별

[임의진의 시골편지] 사과처럼 아름다운 별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사과처럼 아름다운 별 [경향신문] 붉은 사과를 보면 누군가에게 먼저 ‘사과 말씀’을 올리고 싶다. 얼굴을 붉힌 일들을 뉘우친다. 푸른 청사과를 보면 젊어서 설쳤던 일들을 또 사과하고 싶다. 촐싹대며 살다가 잘못 news.v.daum.net 붉은 사과를 보면 누군가에게 먼저 ‘사과 말씀’을 올리고 싶다. 얼굴을 붉힌 일들을 뉘우친다. 푸른 청사과를 보면 젊어서 설쳤던 일들을 또 사과하고 싶다. 촐싹대며 살다가 잘못한 일이 많지. 사과를 보면 쪼개서 나눠 먹을 걸, 나누지 못한 욕심들도 자꾸 목에 걸린다. 여름은 사과가 익는 계절. 사과꽃이 핀 게 엊그제만 같은데 흠뻑 비에 젖고도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 꽃을 선물하는 사람..

[임의진의 시골편지] 돌고래 말

[임의진의 시골편지] 돌고래 말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돌고래 말 [경향신문] 돌고래와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돌고래는 사람처럼 말을 갖고 소통하는데, 사는 지역에 따라 쓰는 말이 다르다. 서로 말이 다르니 시큰둥하게 지나치는데, 두 편의 말을 다 알아듣 news.v.daum.net 돌고래와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돌고래는 사람처럼 말을 갖고 소통하는데, 사는 지역에 따라 쓰는 말이 다르다. 서로 말이 다르니 시큰둥하게 지나치는데, 두 편의 말을 다 알아듣는 통역사 고래를 둔 무리도 있다. 통역사 돌고래 덕분에 만남을 반가워하며 ‘연합 수영 파티’를 즐긴단다. 바다신 포세이돈과 바다여왕 암피트리테는 돌고래의 중매로 부부가 된다. 신들은 돌고래에게 감사의 표시로 별자리를 선물. 그래 ..

[임의진의 시골편지] 장마 독재

[임의진의 시골편지] 장마 독재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장마 독재 [경향신문]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놀림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아이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샤바샤바 아이샤바 천구백팔십년대.” 고무줄놀이 노래처럼 1980년 news.v.daum.net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놀림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아이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샤바샤바 아이샤바 천구백팔십년대.” 고무줄놀이 노래처럼 1980년대엔 주문을 외우고 살았었다. 닭장 속에는 닭이 들어있고 모기장 속에는 모기가 아니라 사람이 들어가야 정상. 그런데 1980년대엔 닭장 속에 사람이 들어가곤 했었다. 난센스 퀴즈 하나. 경찰서가 가장 많이 불타는 나라는? 불난서, 불란서...

[임의진의 시골편지] 선녀와 산골짜기

[임의진의 시골편지] 선녀와 산골짜기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선녀와 산골짜기 [경향신문] ‘선녀와 나무꾼 얘기’를 전해들은 한 선녀가 신랑감을 구하러 계곡물을 찾아왔다. 옷을 벗어놓고 목욕을 하면서 나무꾼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나무꾼 등장. 얼래, 흘깃 선녀를 보 news.v.daum.net ‘선녀와 나무꾼 얘기’를 전해들은 한 선녀가 신랑감을 구하러 계곡물을 찾아왔다. 옷을 벗어놓고 목욕을 하면서 나무꾼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나무꾼 등장. 얼래, 흘깃 선녀를 보기만 하곤 그냥 지나침. “나무꾼님! 왜 제 옷은 안 훔치시나요?” “아~ 넵. 저는 은도끼 금도끼에 나오는 그 나무꾼입니다요.” 허걱. 요새 나무꾼들은 산을 죄다 파헤치고 집들을 짓느라 선녀님도 관심 밖. 폭우에 쓸린 개울은 ..

[사색의향기] 치자꽃 향기 - 백승훈 시인

[사색의향기] 치자꽃 향기 (g-enews.com) [사색의향기] 치자꽃 향기 여름이 깊어지면서 숲도 한껏 무성해졌다.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던 나뭇잎들도 녹음으로 짙어지고 하늘엔 장마 구름이 밀려온다. 초록의 기운이 절정으로 치닫는 때이다. 흐린 하늘에서 성글게 news.g-enews.com 여름이 깊어지면서 숲도 한껏 무성해졌다.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던 나뭇잎들도 녹음으로 짙어지고 하늘엔 장마 구름이 밀려온다. 초록의 기운이 절정으로 치닫는 때이다. 흐린 하늘에서 성글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뜨락의 치자꽃을 간질이고 있다. 낮게 깔린 기류를 타고 치자꽃 향기가 코끝을 훅 스친다. 그 맑고 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치자꽃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순백의 흰 꽃은 내 발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빗방울의 ..

[임의진의 시골편지] 닮은 사람

[임의진의 시골편지] 닮은 사람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닮은 사람 [경향신문]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귀도 얼룩 귀 엄마 닮았네.” 박목월 시인이 중학교 다닐 때 썼다는 시. 박목월은 학교 동 news.v.daum.net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귀도 얼룩 귀 엄마 닮았네.” 박목월 시인이 중학교 다닐 때 썼다는 시. 박목월은 학교 동무랑 찾아간 뒷산 목장의 얼룩빼기 젖소를 보고 쓴 시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통 얼룩빛깔 칡소를 보고 쓴 시는 아닌가 보다. 시인은 당시 하숙생활을 했는데, 고향에 계신 엄마가 많이 그리웠다고 한다. “부모와 고향 산천을 몹시 그리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