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임의진의 시골편지] 콧구멍 킁킁

[임의진의 시골편지] 콧구멍 킁킁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콧구멍 킁킁 [경향신문] 실제로 큰 코를 가져 놀림을 받기도 했던 러시아 소설가 고골은 단편소설 를 남겼다. 자다 깨어보니 코가 없어진 황당 사건. 관리이자 자칭 소령님 코발료프의 이야기. 누구는 예 news.v.daum.net 실제로 큰 코를 가져 놀림을 받기도 했던 러시아 소설가 고골은 단편소설 를 남겼다. 자다 깨어보니 코가 없어진 황당 사건. 관리이자 자칭 소령님 코발료프의 이야기. 누구는 예뻐지기 위해 코 성형수술을 한다. 코가 높아지면 눈도 덩달아 높아져 외롭게 될지도 몰라. 술을 탈탈 마시는 주정뱅이 아저씨는 코가 포도주만큼 빨개. 피에로도 빨간 코를 치켜들며 까불고 댕긴다. 코는 냄새를 맡으려고 달린 기관이지. 갖가..

[임의진의 시골편지] 아브라카다브라

[임의진의 시골편지] 아브라카다브라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아브라카다브라 [경향신문] 조랑말 로시난테의 네 발을 꽁꽁 묶어서라도 돈키호테가 출정하지 못하도록 뜯어말린 하인 산초. 그러다가 똥까지 지린다. 산초의 심정을 알겠어. 봄이다 싶으니 ‘아니 벌써’ 기습 news.v.daum.net 조랑말 로시난테의 네 발을 꽁꽁 묶어서라도 돈키호테가 출정하지 못하도록 뜯어말린 하인 산초. 그러다가 똥까지 지린다. 산초의 심정을 알겠어. 봄이다 싶으니 ‘아니 벌써’ 기습 고온. 봄의 바짓가랑이를 꽉 붙잡고 싶다. 좋은 일은 잠깐이고 궂긴 일은 잦고도 신속해. 그러니 좋은 일을 자주 기억하고 기념하자, 우리. 중세 주술사들의 주문 ‘아브라카다브라’. 소원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뜻. 중세 땐 열병이나 돌..

[임의진의 시골편지] 절울소리

[임의진의 시골편지]절울소리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절울소리 [경향신문] 낯설고 물설고 박정한 타향살이. 선바람쐬고 돌아다니곤 있지만 마음은 고향 하늘과 고향 바다. 눈 감으면 절울소리 꿈에 쟁쟁해라. ‘절울’이란 바다가 우는 소리를 뜻하는 제주도 news.v.daum.net 낯설고 물설고 박정한 타향살이. 선바람쐬고 돌아다니곤 있지만 마음은 고향 하늘과 고향 바다. 눈 감으면 절울소리 꿈에 쟁쟁해라. ‘절울’이란 바다가 우는 소리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래. 바닷물에 뛰어들어 참방참방 헤엄칠 때 들리던 소리. 제주도에 가끔 찾아가면 친구의 어머니, 해녀 어멍을 뵙고는 했어. 알근달근한 김치를 무친 뒤 손으로 쭉 찢어 입에 물려주시곤 했지. “어멍은 정말 부자세요. 보세요. 입안에 금은방을..

[임의진의 시골편지] 무담시

[임의진의 시골편지] 무담시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무담시 [경향신문] 배트맨이 출몰하는 고담시 말고 여기는 무담시. ‘뭐땀시’와는 덩어리가 비슷하나 쪼개보면 다른 말. ‘괜히, 이유없이’의 전라도 방언이 ‘무담시’다. 오월 그날 전씨의 졸개 군 news.v.daum.net 배트맨이 출몰하는 고담시 말고 여기는 무담시. ‘뭐땀시’와는 덩어리가 비슷하나 쪼개보면 다른 말. ‘괜히, 이유없이’의 전라도 방언이 ‘무담시’다. 오월 그날 전씨의 졸개 군인들이 총으로 쏴서 죽인 광주 초·중·고등학교 학생이 모두 16개 학교, 18명이라고 한다. 저수지에서 멱감다가 총에 맞은 중학생도 있고, 가장 어린 꼬맹이는 초등학교 4학년. 고무신이 벗겨지자 몸을 돌렸다가 저격병의 총에 맞았다. 어린 것인 줄..

[임의진의 시골편지] 여신의 십계명

[임의진의 시골편지] 여신의 십계명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여신의 십계명 [경향신문] 뉴욕에서 날아온 현경 샘은 유니온 신학교의 종신 교수. 종신은 윤종신 아니고 그냥 늙어 쓰러질 때까지 종신. 엊그젠 샘과 친구가 내 산골 집에 놀러와 깔깔 웃으며 이야기꽃. 다음 news.v.daum.net 뉴욕에서 날아온 현경 샘은 유니온 신학교의 종신 교수. 종신은 윤종신 아니고 그냥 늙어 쓰러질 때까지 종신. 엊그젠 샘과 친구가 내 산골 집에 놀러와 깔깔 웃으며 이야기꽃. 다음은 샘이 일러준 여신의 십계명이야. 1.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2. 여신은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한다. 3. 여신은 기, 끼, 깡이 넘친다. 4. 여신은 한과 살을 푼다. 5. 여신은 금기를 깬다. 6. 여신은..

[임의진의 시골편지] 잃어버린 안경

[임의진의 시골편지] 잃어버린 안경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잃어버린 안경 [경향신문] 귀한 걸 잃어버린 뒤엔 맘이 오래 쓰이고 허탈함에 쓰라린 밤을 보내지. 보통 여름 소나기가 오는 철엔 우산을 가끔 잃어버리곤 해. 우산이야 뭐 요샌 흔한 물건, 잃으나 마나. 름 름 news.v.daum.net 귀한 걸 잃어버린 뒤엔 맘이 오래 쓰이고 허탈함에 쓰라린 밤을 보내지. 보통 여름 소나기가 오는 철엔 우산을 가끔 잃어버리곤 해. 우산이야 뭐 요샌 흔한 물건, 잃으나 마나. 름 름 름자로 끝나는 말은? 여드름 고드름 여름. “여름은 젊음의 계절, 여름은 사랑의 계절”, 노래야 즐겁다만 여름은 역시 우산의 계절. 우산 하나에 두 사람이 포개지면 사랑의 계절. 그러다가 우산을 버스에 놓고 내리듯 ..

[임의진의 시골편지] 티라미수

[임의진의 시골편지] 티라미수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티라미수 [경향신문] 영화 을 보면 이런 대사가 쫄깃하게 감긴다. “당신은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곁에 없었어요….” 요새 활짝 핀 마당의 수국이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며칠 대처에서 놀다 news.v.daum.net 영화 을 보면 이런 대사가 쫄깃하게 감긴다. “당신은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곁에 없었어요….” 요새 활짝 핀 마당의 수국이 나에게 하는 말 같다. 며칠 대처에서 놀다가 왔는데, 꽃들이 삐진 얼굴. 달래주려고 샘물을 뿌려주었다. “많이 먹을 필요 없어. 한 마리 생선을 뼈째 먹어봐. 그럼 진짜 맛을 알게 될걸. 많이 읽을 필요 없어. 한 권 책을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어봐. 진짜 재미가 느껴질걸. 많이 사랑할 필요 ..

[임의진의 시골편지] 보사노바 보쌈논밭

[임의진의 시골편지]보사노바 보쌈논밭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보사노바 보쌈논밭 [경향신문] 예전엔 농번기 방학이란 게 있었어. 농사랄 것도 없는 부모님의 교회당 한구석 텃밭에 비해 동무들은 수십마지기 농사를 돕는 어린이 노동자들이었지. 게다가 소 꼴도 베러 다니고 news.v.daum.net 예전엔 농번기 방학이란 게 있었어. 농사랄 것도 없는 부모님의 교회당 한구석 텃밭에 비해 동무들은 수십마지기 농사를 돕는 어린이 노동자들이었지. 게다가 소 꼴도 베러 다니고 염소도 줄줄이 끌고 다니면서 배를 불려야 했어. 쫄쫄 어린 주인을 따라다니던 황구 백구 개들은 떠돌이개를 만나 연애를 하고 아랫배가 불렀다. 경지 정리가 아직 덜 된 시골 논밭은 마치 보사노바 음률처럼 예측할 수 없는 곡선으로 논..

[임의진의 시골편지] 달달 식혜

[임의진의 시골편지] 달달 식혜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달달 식혜 [경향신문] 안동에서 일주일 살기에 도전. 남쪽 나라에서 나고 자란 나로선 안동은 굽이굽이 산골. 게다가 말투와 입맛도 다른 경상도 땅. 신학교 교수 출신의 목사 동무가 같이 공부 겸해 놀러 news.v.daum.net 안동에서 일주일 살기에 도전. 남쪽 나라에서 나고 자란 나로선 안동은 굽이굽이 산골. 게다가 말투와 입맛도 다른 경상도 땅. 신학교 교수 출신의 목사 동무가 같이 공부 겸해 놀러 가자고 해서 왔는데, 이 맛난 안동소주를 소 닭 보듯 하는 깜깜이들과 어우렁더우렁. 다만 흥미로운 몇 가지 재미가 있는데, 아름답게 살다간 분들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어 마음이 따스워지는 경험. 한때 굴렁쇠라는 어린이신문에 연재..

[안도현의 꽃차례] 스무 살에게 보내는 편지 - 안도현 시인

[안도현의 꽃차례] 스무 살에게 보내는 편지/시인 (daum.net) [안도현의 꽃차례] 스무 살에게 보내는 편지/시인 스무 살이여, 장 그르니에의 ‘섬’을 읽어 보았는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여기 옮긴다.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 news.v.daum.net [안도현의 꽃차례] 스무 살에게 보내는 편지 / 안도현 시인 스무 살이여, 장 그르니에의 ‘섬’을 읽어 보았는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여기 옮긴다.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