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사색의향기] 서울창포원에서 - 백승훈 시인

[사색의향기] 서울창포원에서 (g-enews.com) [사색의향기] 서울창포원에서 신록을 지나 초록으로 치닫는 오월, 숲해설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창포원으로 답사를 다녀왔다. 도봉산역과 잇닿아 있는 창포원은 붓꽃이 피어나는 오월에 가장 아름다운 생태공원이다. 붓꽃 news.g-enews.com [사색의향기] 서울창포원에서 / 백승훈 시인 신록을 지나 초록으로 치닫는 오월, 숲해설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창포원으로 답사를 다녀왔다. 도봉산역과 잇닿아 있는 창포원은 붓꽃이 피어나는 오월에 가장 아름다운 생태공원이다. 붓꽃원·습지원·늘푸름원 등 12개의 테마로 조성되어 있는데 그중에도 가장 유명한 것은 붓꽃이다. 붓꽃은 우리에게 아이리스(iris)라는 이름으로도 친숙하다.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는 붓꽃이 서울창..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리운 두런두런 - 정수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리운 두런두런/정수자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리운 두런두런/정수자 [서울신문]그리운 두런두런/정수자 국으로 부엌에 드는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간밤 술을 쥐어박는 어머니의 칼질 소리 그 사이 쇠죽은 다 끓고 워낭이 흠흠 웃고 눈이 제법 쌓이는 걸, 싸락싸락 news.v.daum.net 그리운 두런두런 / 정수자 국으로 부엌에 드는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간밤 술을 쥐어박는 어머니의 칼질 소리 그 사이 쇠죽은 다 끓고 워낭이 흠흠 웃고 눈이 제법 쌓이는 걸, 싸락싸락 싸리비 소리 불 담은 화롯전을 타닥 탁 터는 소리 그 사이 구들은 더 끓고 까치 두엇 희게 울고 그리운 고향은 저 멀리에 있고, 품안 자식들 다 뿔뿔이 흩어져 옛 고장에는 늙은 어머니와 아버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숨겨둔 말 - 신용목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숨겨둔 말/신용목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숨겨둔 말/신용목 [서울신문]숨겨둔 말/신용목 신은 비에 빗소리를 꿰매느라 여름의 더위를 다 써버렸다. 실수로 떨어진 빗방울 하나를 구하기 위하여 안개가 바닥을 어슬렁거리는 아침이었다. 비가 새는 지붕이 news.v.daum.net 숨겨둔 말 / 신용목 신은 비에 빗소리를 꿰매느라 여름의 더위를 다 써버렸다. 실수로 떨어진 빗방울 하나를 구하기 위하여 안개가 바닥을 어슬렁거리는 아침이었다. 비가 새는 지붕이 있다면, 물은 마모된 돌일지도 모른다. 그 돌에게 나는 발자국 소리를 들려주었다. 어느날 하구에서 빗방울 하나를 주워들었다. 아무도 내 발자국 소리를 꺼내가지 않았다. 빗소리가 나는 것은 비에 빗소리를 꿰매는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오유근 - 간국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오유근/간국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오유근/간국 [서울신문]오유근/간국 뚝배기 안, 토막 난 침조기가 제 몸을 우려내고 있다 벌건 고춧가루 밑에서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부글부글 웃고 있다, 남은 한쪽 눈으로 쭉쭉 빠는 눈을 올려다보고 있 news.v.daum.net 오유근 / 간국 뚝배기 안, 토막 난 침조기가 제 몸을 우려내고 있다 벌건 고춧가루 밑에서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부글부글 웃고 있다, 남은 한쪽 눈으로 쭉쭉 빠는 눈을 올려다보고 있다 껍질은 너무 비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떠밀리는 거죽 밑을 뒤지며 한 점 한 점 떠내는 제 살을 바라보고 있다 식탁 끝 차가운 쇠그릇 속에서 식어 있는 제 뼈를 바라보고 있다 발목뼈가 옆구리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슴을 바꾸다 - 임현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슴을 바꾸다/임현정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슴을 바꾸다/임현정 [서울신문]가슴을 바꾸다/임현정 한복 저고리를 늘리러 간 길젖이 불어서 안 잠긴다는 말에점원이 웃는다 요즘 사람들 젖이란 말 안 써요 뽀얀 젖비린내를 빠는아기의 조그만 입술과한 세상의 news.v.daum.net 가슴을 바꾸다 / 임현정 한복 저고리를 늘리러 간 길 젖이 불어서 안 잠긴다는 말에 점원이 웃는다 요즘 사람들 젖이란 말 안 써요 뽀얀 젖비린내를 빠는 아기의 조그만 입술과 한 세상의 잠든 고요한 한낮과 아랫목 같은 더운 포옹이 그 말랑말랑한 말 속에 담겨 있는데 촌스럽다며 줄자로 재어준 가슴이라는 말 브래지어 안에 꽁꽁 숨은 그 말 한바탕 빨리고 나서 쪽 쭈그러든 젖통을 주워 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몽유도원도 - 안도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몽유도원도/안도현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몽유도원도/안도현 [서울신문]몽유도원도/안도현 두꺼비가 바위틈에 숨어 혼자 책 읽는 소리 복사꽃들이 가지에 입술 대고 젖을 빠는 소리 버드나무 잎사귀는 물을 밟을까봐 잠방잠방 떠가고 골짜기는 물에 연둣 news.v.daum.net 몽유도원도 / 안도현 두꺼비가 바위틈에 숨어 혼자 책 읽는 소리 복사꽃들이 가지에 입술 대고 젖을 빠는 소리 버드나무 잎사귀는 물을 밟을까봐 잠방잠방 떠가고 골짜기는 물에 연둣빛 묻을까봐 허리를 좁히네 눈썹 언저리가 돌처럼 무거운 사람들아 이 세상 밖에서 아프다, 아프다 하지 마라 산은 높아지려 하지 않아도 위로 솟아오르고 물을 깊어지려 하지 않아도 아래로 흘러내리네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미산 - 박후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미산/박후기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미산/박후기 [서울신문] 미산/박후기 지도 깊숙한 곳,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미산이 있다 그곳은 강원도의 내면(內面), 미월(未月)*의 사람들이 검은 쌀로 밥을 짓고 물살에 떠내려가는 달빛이 서어나무 소매를 news.v.daum.net 미산 / 박후기 지도 깊숙한 곳,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미산이 있다 그곳은 강원도의 내면(內面), 미월(未月)*의 사람들이 검은 쌀로 밥을 짓고 물살에 떠내려가는 달빛이 서어나무 소매를 적시는 곳 나는 갈 곳 몰라 불 꺼진 민박에 방을 얻고, 젊은 주인 내외는 버릇없는 개를 타이르며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멍든 개가 물고 간 신발을 찾아 어둠 속을 뒤지는 밤, 미산에서는 좁은 개집에서도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봄 - 유희경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봄/유희경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봄/유희경 [서울신문]봄/유희경 겨울이었다 언 것들 흰 제 몸 그만두지 못해 보채듯 뒤척이던 바다 앞이었다 의자를 놓고 앉아 얼어가는 손가락으로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그리 熱을 세니 봄이었다 메말 news.v.daum.net 봄 / 유희경 겨울이었다 언 것들 흰 제 몸 그만두지 못해 보채듯 뒤척이던 바다 앞이었다 의자를 놓고 앉아 얼어가는 손가락으로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그리 熱을 세니 봄이었다 메말랐던 자리마다 소식들 닿아, 푸릇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제야 당신에게서 꽃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오는 것만은 아니고, 오다 오다가 주춤대기도 하는 것이어서 나는 그것이 이상토록 좋았다 가만할 수 없이 좋아서 의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몬떼비데오 광장에서 - 주하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몬떼비데오 광장에서'/주하림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몬떼비데오 광장에서'/주하림 [서울신문]일요일 아침 물에 빠져 죽고 싶다는 어린 애인의 품속에서 나는 자꾸 눈을 감았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술집에서 나라 이름 대기 게임을 하면 가난한 나라만 떠오르고 누군가 내 팔뚝을 news.v.daum.net 몬떼비데오 광장에서 / 주하림 일요일 아침 물에 빠져 죽고 싶다는 어린 애인의 품속에서 나는 자꾸 눈을 감았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술집에서 나라 이름 대기 게임을 하면 가난한 나라만 떠오르고 누군가 내 팔뚝을 만지작거릴 때 이상하게 그가 동지처럼 느껴져 자주 바뀌던 애인들의 변심 무엇이어도 상관 없었다 멀리 떼 지어 가는 철새들 눈부시게 흰 아침 두어 번쯤, 어쩌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과우체통 - 김응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과우체통/김응교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과우체통/김응교 [서울신문]사과우체통/김응교 부탁할 것 딱 하나 있소 주소 좀 빌려주실 수 있으시죠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자식놈이나 아내한테, 만약 편지가 오면, 토요일에 갖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냉장 news.v.daum.net 사과우체통 / 김응교 부탁할 것 딱 하나 있소 주소 좀 빌려주실 수 있으시죠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자식놈이나 아내한테, 만약 편지가 오면, 토요일에 갖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냉장고나 베란다, 볕 잘 드는 서재가 없더라도 개집이라도 좋으니 그저 우체통 달린 데서 사는 것 지금 내 삶의 목표입니다 우체통은 위대한 존재 아침마다 나는 우체통이기를 소망한다 어느 날 내 몸이 빠알간 사과우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