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임의진의 시골편지] "음파 음파~"

푸레택 2022. 5. 25. 19:28

[임의진의 시골편지] "음파 음파~"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음파 음파~"

[경향신문] 교육방송이랑 멕시코에 간 적이 있는데, 바닷물로 뛰어들라는 피디의 지시. 카메라가 돌아가는 중인 난감한 처지였다. 게다가 지구별에서 가장 깊다는 태평양 심해구. 물속에는 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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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이랑 멕시코에 간 적이 있는데, 바닷물로 뛰어들라는 피디의 지시. 카메라가 돌아가는 중인 난감한 처지였다. 게다가 지구별에서 가장 깊다는 태평양 심해구. 물속에는 집채만 한 고래상어가 헤엄치고 다녔어. 생존 수영으로다가 개헤엄이나 치는 내가 용기를 내어 일단 뛰어들었지. 배운 건 있어가지고, ‘음파 음파~’ 호흡법. 물을 한 바가지나 먹었고, 홰 돌던 고래상어는 배가 불렀는지 나를 잡아먹지 않았다. 촬영은 무사히 마침.

수영 선생들은 일단 물을 겁내지 말고, 수영장 물을 조금 마셔도 괜찮다고 가르친다. 물 밖으로 고개를 세우고, 물에 젖지 않으며 수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 머리를 물속에 모두 담그고, 코로 들어오는 물을 마다하지 않고 음파 음파~. 속담대로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는 없지. 물을 좀 먹으면서 음파 음파~.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수영이 늘어. 오뎅을 4글자로 늘리면? 뎅~뎅~뎅~뎅! 드디어 합격, 물개로 변하는 신비.

갈바람이 발싸심하더니 이제 제대로 분다. 바다에서 수영 한번 못해보고 여름을 보낼 순 없어라. 때를 놓쳐 ‘아이고~’인가. 이제라도 ‘I Go’로. 갈매기가 우릴 부른다.

무슨 일이든 입길에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손해도 좀 보면서, 상처도 입으면서, 옷에 흙탕물도 튀기면서, 물먹으며 나아가는 법이지. 견고한 범퍼를 갖는 건 결국 내 마음가짐. 어떤 파고도 견뎌내고, 제 몫을 끝내 해내는 우직하고 단단한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머리가 고실고실한 채로 우아한 수영복을 자랑삼는가. 음파 음파~ 대부분 생존 수영으로 이 파고를 넘고 있는데, 물 밖에서 왜 저러지? ‘파이팅’ 하자고 손 흔들어본다. 세상사엔 내가 꼭 완수해야 할 일이 있어. 운전이나 수영법처럼 내가 반드시 익히고, 내 선에서, 내 임기 동안 처리하고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말이야. 역사의 한 페이지도 그런 결실로 넘어가야 해.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21.08.19

 

/ 2022.05.25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