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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개소리

푸레택 2022. 5. 25. 19:32

[임의진의 시골편지] 개소리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개소리

[경향신문] 먹는 만두 말고 카트만두. 공항에 내리면 주변에 죄다 배낭을 짊어진 등산객들로 인산인해. 그곳에서 다시 포카라행 버스로 갈아타면 10시간이 족히 걸리는 꼬부랑길. 설산 안나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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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만두 말고 카트만두. 공항에 내리면 주변에 죄다 배낭을 짊어진 등산객들로 인산인해. 그곳에서 다시 포카라행 버스로 갈아타면 10시간이 족히 걸리는 꼬부랑길. 설산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가 기다린다. 히말라야의 3대 미봉이라는 마차푸차레는 아무도 오른 사람이 없어. 네팔 정부에서 등반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 가파른 얼음 절벽으로 솟구친 산은 등반 난도가 높고, 현지 주민들은 밟을 수 없는 성산으로 숭배하기도 해.

트레킹하며 하룻밤 묵은 동네를 기억한다. 개들이 낯선 이방인을 향해 험상궂게 짖어댔지. 서양에는 ‘지저스’가 있다면 네팔에는 ‘짖었스’가 있더군. 짖었스 강아지들이 귀때기를 흔들며 달려오자 무섬증이 와락. 그런데 반전은 갑자기 꼬리를 흔들고 스팸이라도 달라는 능청. 오두막 로지에서 잠을 청하는데 밤새 별똥별을 보았어. 개들이 별똥별을 세다 잠들고, 어린 강아지는 엄마 생각에 울기도 했어. 말을 잃고 별들만 우러렀다. 말이 없는 침묵의 밤, 이른바 ‘개소리’조차 없는 그 밤의 황홀을 잊을 수 없지.

선승 료칸의 ‘말에 관한 계율’을 되씹는 시간이기도 했어. “수행자여! 세 치 혀를 항상 주의하라. 1. 말이 너무 많은 것, 2. 이야기가 너무 긴 것, 3.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것, 4. 제 집안이나 출신을 자랑하는 것, 5. 남의 말 도중에 끼어드는 것, 6. 쉽게 약속을 하는 것, 7. 친구에게 선물을 주기도 전에 먼저 말로 설레발치는 것, 8. 가난한 이에 선물하고, 그걸 남들에게 자랑삼아 떠드는 것, 9.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을 가르치는 것, 10. 슬픈 사람 곁에서 웃고 노래하는 것, 11. 친구가 숨기고픈 일을 폭로하는 것, 12. 자기보다 아랫사람을 막 대하는 것, 13. 마음에도 없는 말을 쉽게 내뱉는 것.”

막말 개소리의 시대에 유념해야 할 가르침이다. 포카라의 밤별들은 오늘도 보석처럼 빛나겠지. 이곳 남녘의 밤도 못지않게 별들이 뜬다. 말하지 않고 충분히 말하는 별들을 닮고 싶다.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21.08.12

 

/ 2022.05.25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