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詩人) / 김광섭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 아름 팍 안아 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篇)에 2천 원 아니면 3천 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천직(天職)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 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국은 있는데 타는 놀에 가고 없다 - 시집 《성북동 비둘기》(1969) 수록 ◎시어 풀이 *천직(天職) : 타고난 직업이나 직분 *어릿궂은 : ‘어리궂은’의 잘못. 매우 어리광스러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