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소설읽기] '용가리 통뼈' 유순하 (2021.07.15)

푸레택 2021. 7. 15. 17:46

오늘은 한국소설문학대계(82) 《우리들의 조부님, 용가리 통뼈》에 실려있는 유순하의 중편소설 「용가리 통뼈」를 읽었다.

■ 용가리 통뼈/ 유순하

강영수의 의식에서는 ‘용가리 통뼈’가 거푸 되뇌어지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였다. 오래전에 읽어 이제는 그 제목조차도 잘 기억나지 않는 이제하의 어떤 소설에서 보기는 했으나, 사실은 그 뜻이 무엇인가 조차도 제대로 모를 뿐만 아니라,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단 한 번도 입술에 올려 보았던 적이 없는 소리였다. 이상스럽다고 생각되어 고개를 갸웃거려 보기를 되풀이하고 있는데도 마치 무슨 버릇이나 생리작용이라도 되는 것처럼 또 그 소리가 되뇌어지곤 했다. ‘내가 뭐 용가리 통뼈가?’ 그런 것이었다. 그 소리 뒤에 후렴처럼 거의 어김없이 이어지는 또 하나의 소리가 있었다.

(중략)

그때 강영수의 의식에서는 예의 그 소리 ‘용가리 통뼈’가 오랜만에 울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용가리 통뼈가?’ 그런 게 아니었다. ‘그래 나는 용가리 통뼈다’ 그런 것이었다. 강영수, 그 사람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은 아까부터였다. 아니, 어쩌면 정용익을 동대문에서 만나던 바로 그날 밤부터었는지도 모른다.

김옥임은 방문 앞에 엉거주춤하게 제 지아비와 제 딸이 서로 부등켜안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으면서도 그 눈물을 흐르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다섯번째 화살》, 세계사, 1992)

/ 2021.07.15(목) 편집 택


https://youtu.be/l7eHO_PEW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