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운 서귀포 1 / 노향림 나는 가난했어요 낡은 지도 한 장 들고 서귀포로 갑니다 마른 갯벌엔 눈 감은 게껍질들이 붙어 있어요 가는귀먹은 게들이 남아서 부스럭거립니다 햇빛과 목마름으로 여기까지 버티어온 나는 바다를 앞에 놓고도 건너갈 수가 없어요 아내의 나라가 보이는 곳까지 가까스로 닿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에 가까스로 닿습니다 나의 처소는 이끼 낀 흙담벽이 둘러쳐져 있어요 그리고 한 평 반의 바람 드는 방엔 닿을 수 없는 아내의 바다가 수심에 잠겨 출렁거려요 그리운 쪽빛 바다 서귀포 ㅡ 노향림의 ‘그리운 서귀포1’ 전문 [감상] 노향림 시인의 시집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에서 그리운 서귀포 연작을 선보였다.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강렬한 그리움으로 들어 있는데 화가 이중섭의 불우한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