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우(降雨) / 김춘수(2001)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 [감상의 길잡이] 김춘수의 '강우'는 아내와의 사별(死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화자의 심정을 애절하게 노래한 작품이다. 특히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의 풍경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