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이현주​, '요즈음' 유자효, '우기' 장욱관 (2021.07.04)

푸레택 2021. 7. 4. 19:54

■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 이현주​

바다 그리워, 깊은 바다 그리워
남한강은 남에서 흐르고
북한강은 북에서 흐르다가
흐르다가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아아,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한강 되어 흐르는데
아름다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설레이는 두물머리 깊은 들에서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바다 그리워, 푸른 바다 그리워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 요즈음 / 유자효

오랜만에 기별이 왔습니다
비바람을 뚫고
젖은 몸으로 가서 만났습니다
살아있었군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죽은 사람들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젖은 마스크 속에서
웅얼웅얼 몇 마디를 나누고
귀가하기 위하여
다시 비바람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의 실존은 이렇습니다
추위에 떨고 외롭습니다
2미터에 사람 하나씩 서 있습니다
사람을 보면 무섭습니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스스로도 무섭습니다
옷을 벗어 말리며
쿨럭 기침 한 번에
와스스 떠는 요즈음

■ 우기 / 장옥관

파랑에서 보라로 넘어가는
수국꽃에서 익숙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
맥박이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을 비집고
누군가 가슴 조여드는
일요일 아침 성당에선
미사 준비가 한창이겠고
바이러스 떠도는 공기 속
누군가 여기를 떠나고 있겠다
종일 고양이들은 어디에서
비를 긋고 있을까

이 눈물 뒤엔 무슨 무지개가
마련되고 있을까
소리 없이 폈다가
지는 꽃들은 알까 명멸하는 것들
내 손에 쥐어지는 순간

/ 2021.07.04(일)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