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능소화' 나태주, '다시, 능소화' 백승훈, '능소화 편지' 이향아, '능소화 연정' 김은식, '능소화' 조재선 (2021.07.06)

푸레택 2021. 7. 6. 05:25

?? 능소화 / 나태주 ??

누가 봐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툭

떨어지는 어여뿐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것도
비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 다시, 능소화 / 백승훈 ??

땡볕에 그을려
초록 그늘마저 달아오르는
여름 한낮
태양을 능멸하듯
기품을 잃지 않고
한껏 우아하게 피어나는 꽃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에 집중한다는 것
누가 뭐라하든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킨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알기에
시들기 전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앉은 능소화
차마 밟지 못한다

?? 능소화 편지 / 이향아 ??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지는 그늘에서
꽃 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우기지 말 것을
싸웠어도 내가 먼저 말을 걸 것을
여름이 익어갈수록 후회가 깊어
장마 빗소리는 능소화 울타리 아래
연기처럼 자욱하다
텃밭의 상추 아욱 녹아 버리고
떨어진 꽃 빛깔도 희미해지겠구나
탈없이 살고 있는지 몰라
여름 그늘 울울한데
능소화 필 때마다 어김없이 그는 오고
흘러가면 그뿐 돌아오지 않는단 말
강물이야 그러겠지
나는 믿지 않는다

?? 능소화 연정 / 김은식 ??

기다림에 겨워
담장을 훌쩍 넘은 여심
동네어귀로
하루가 밝으면 님도 오실까?
치마저고리 붉은 홍단에
마음까지 주홍빛 옷고름
마음에 내린 사모의 뿌리가
꽃을 피웠네
기다리는 마음이
저토록 아름다운 꽃으로 서러울 때
그 세월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담장너머로,
멀리 동네어귀로,
바람소리에 귀를 여는
애절한 꽃대고개
주홍빛 눈물 훔치는 능소화야

?? 능소화 / 김윤자 ??
 
어머니, 지금
일흔 세 개 생명의 촛대 들고
능소화 허릿길 휘휘 돌아
하늘로 오르신다.
가슴에 또아리 튼 몹쓸 병마는
하나씩, 둘씩 빛을 지우고
여름이 지는 날, 한줌 소나기에
부서지는 잿빛 희망
흙마당에 덩그러니 누워
채 눈감지 못한 저 눈부신 슬픔
시린 세월, 눈먼 꼭둑각시로
사랑의 독항아리
씨물까지 다 퍼주고
바싹 마른 우렁이 껍질, 빈몸
어머니,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못하여
연황빛 고운 입술
하늘 이슬로 목축이시며
삭은 나무 등을 빌어 오르시더니
하룻밤 찬비에
저리도 쉬이 으스러지실까

?? 능소화 / 조재선 ??

돌담을 감아 오른 능소화
한낮의 열기에 턱 괴고 요염을 떨더니
어느 날 임 떠나는 소리에
화들짝 돌담 위로 고개를 치켜든다.
어디 즈음 가고 있을까
그 뒤태라도 남기고 싶어
가느다란 모가지 쭉쭉 내밀고
미쳐버린 아낙처럼
돌담을 따라 줄기차게 기어오른다.
이렇게 쉬이 떠날 임이거든
이렇게 흔적없이 떠날 임이거든
내 속속들이 베어 있는
짙은 살 냄새도 깨끗이 씻고 가련만
다가올 장마 빗속에 홀로 살갗 찢어 씻으라
이리 말없이 떠나는가
돌담 위에 창백히 쓰러진 나를
무심한 내 님아
한 번만이라도 돌아보고 가려무나
구중궁궐 어린 후궁 버리듯
송두리째 나를 무너뜨리고 가는가
숨 막히는 여름이 다 가기 전
나는 피고 또 피어 돌담 위에 기다릴 테니
가는 길이 혹여 녹녹치 않거든
아무 거리낌 없이 슬픈 눈빛만 안고
바람처럼 달려오소서
길고 긴 여름 해가 나를 녹여
내 생각과 의지도 다 타버릴까 두려우니
정오의 해가 머리 위에 앉아 희롱하거든
지체 말고 돌아오소서, 돌아오소서


■ 능소화 凌霄花

능소화과에 속한 낙엽 활엽 덩굴나무. 잎은 마주나며, 여름에 깔때기 모양의 주황색 꽃이 핀다. 10월에 열매가 익고, 둘로 갈라진다. 중국 원산으로 중부 이남에 분포하며 관상용으로 기른다.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심어 기르는 덩굴나무이다. 길이는 8-10m쯤이며, 곳곳에서 공기뿌리가 나와 다른 물체를 붙잡고 줄기는 덩굴진다. 잎은 마주나며, 작은잎 5-9장으로 된 깃꼴겹잎으로 길이 10~20cm이다. 작은잎은 난형 또는 난상 피침형, 길이 3~6cm, 폭 1.5~3.0cm, 가장자리에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다

능소화 凌霄花
학명 Campsis grandiflora
꽃말 여성, 명예

꽃말을 보면 명예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꽃인가 보다. 한 여름에 진한 주황색으로 피는 능소화 만큼 크고 정열적인 꽃도 드문 것 같다.

능소화는 덩굴성이라 울타리, 시멘트벽, 야외학습장, 담장 등 타고 올라갈 것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잘 어울린다. 대문 주변이나 담, 고목 같은 곳에 타고 올라가 꽃줄기를 늘어뜨린 모습은 가히 일품이다.

꽃은 8-9월에 빨간색에 가까운 주황색으로 피며 10월에 열매가 익는다. 번식이 왕성하고 생명력이 강하다. 넝쿨줄기에 마디마다 기근(氣根)이 있어 벽면과 같은 물체에 닿으면 거기에 붙어 곧 뿌리를 내린다. 추위에는 비교적 약한 편이나 수분이 충분하고 거름기가 많은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고향이 중국으로 낙엽성 넝쿨식물이다. 세계적으로 단 두 종만이 중국과 북미지역의 숲 속에서 분포한다.

[출처] Daum 백과 (꽃과 나무 사전)

■ 능소화 Chinese trumpet creeper

여름이 깊어 갈수록 주변은 온통 초록의 바다가 된다. 그러나 늘 푸름도 너무 오래가면 금세 신물이 나서 화사한 봄꽃의 색깔이 그리워진다. 이럴 즈음, 꽃이 귀한 여름날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능소화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고즈넉한 옛 시골 돌담은 물론 삭막한 도시의 시멘트 담, 붉은 벽돌담까지 담장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담쟁이덩굴처럼 빨판이 나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달라붙어 아름다운 꽃 세상을 연출한다. 가장자리가 톱날처럼 생긴 여러 개의 잎이 한 잎자루에 달려 있는 겹잎이고, 회갈색의 줄기가 길게는 10여 미터 이상씩 꿈틀꿈틀 담장을 누비고 다니는 사이사이에 아기 나팔모양의 꽃이 얼굴을 내민다.

꽃은 그냥 주황색이라기보다 노란빛이 많이 들어간 붉은빛이다.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이 든다. 다섯 개의 꽃잎이 얕게 갈라져 있어서 정면에서 보면 작은 나팔꽃 같다. 옆에서 보면 깔때기 모양의 기다란 꽃통의 끝에 꽃잎이 붙어 있어서 짧은 트럼펫이 연상된다. 꽃이 질 때는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 날아가 버리는 보통의 꽃과는 달리 동백꽃처럼 통째로 떨어진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흔히 처녀꽃이란 이름으로도 불려진다. 꽃은 감질나게 한두 개씩 피지 않고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붙어 한창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핀다. 한번 피기 시작하면 거의 초가을까지 피고 지고를 이어간다.

근래 들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능소화 외에 최근에 들여온 미국능소화를 주로 심고 있다. 미국능소화는 꽃의 크기가 작고, 거의 위로 향하여 피며 더 붉은색을 띠는 것이 보통 능소화와의 차이점이다.

[출처] Daum (우리 나무의 세계, 박상진)

/ 2021.07.06 편집 택


https://youtu.be/WiKRshWN7rE

https://youtu.be/ZuMDQFqK_zo

https://youtu.be/jB2tXD-Em6E

https://youtu.be/MfR2ESS2up4

https://youtu.be/c5nQxqD2T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