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발의 이름 / 이해인 수녀 내가 신고 다니는 신발의 다른 이름은 그리움 1호다 나의 은밀한 슬픔과 기쁨과 부끄러움을 모두 알아버린 신발을 꿈속에서도 찾아 헤매다 보면 반가운 한숨소리가 들린다 나를 부르는 기침소리가 들린다 신발을 신는 것은 삶을 신는 것이겠지 나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건너간 내 친구는 얼마나 신발이 신고 싶을까 살아서 다시 신는 나의 신발은 오늘도 희망을 재촉한다 ㅡ 글 모음집 『기쁨이 열리는 창』에서 엊그제는 먼 곳에서 온 손님과 광안리 바닷가로 향하는데 길에서 어느 부부가 여러 종류의 신발을 팔고 있기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습니다. 한 켤레는 3900원, 두 켤레는 6000원이라며 이것저것 골라보라고 했지요. 마침 실내화로 신으면 좋을 것 같은 신발이 있어 검은색, 회색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