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무소의 뿔처럼', '아이를 등에 업고', '우리는 하나', '나는 강이 되리니' 고규태 (2021.01.10)

푸레택 2021. 1. 10. 10:48

 

 

■ 무소의 뿔처럼 / 고규태

가라 좋은 벗 있으면 둘이서 함께 가라
가라 좋은 벗 없으면 버리고 홀로 가라
달빛엔 달처럼 별빛엔 별처럼
바람 불면 바람처럼 가라

내가 나에게 등불이 되어
그대 홀로 등불이 되어
함께 못 가도 같이 못 가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가라 나의 맘 고우면 나누며 함께 가라
가라 나의 맘 탁하면 버리고 홀로 가라
꽃길엔 꽃처럼 물길엔 물처럼
천둥치면 천둥처럼 가라

내가 나에게 등불이 되어
그대 홀로 등불이 되어
함께 못 가도 같이 못 가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아이를 등에 업고 / 고규태

누굴 기다리나 그대
아이를 등에 업고
겨울 찬 바람 이는 변두리 두암동
푸른 수건으로 머리칼 감싸고
누굴 기다리나 그대 이 늦은 시각
금이 간 긴 담벼락 아래
새어나오는 희미한 불빛 속에서
아이는 고개 묻어 잠이 들고
홀로 어둠 지키며 그대로 돌이 되느냐
동짓날 밤 그 소름돋던 밤
쥐도 모르게 어디론가 멀리 끌려간
그대 사랑이 오늘은 오려나
오늘은 취한 걸음 비틀거리며 오려나
저 설움이 철렁대는 골목 끝
철대문 무겁게 걸어 잠그는 소리
그대 모진 사랑 담담한 마음
언제 어느 쪽에서 불 밝혀
그대 큰 사랑은 웃으며 오려나
누굴 기다리나 그대
아이를 등에 업고
아이는 잠이 들고

우리는 하나 / 고규태

나무와 마주서면 나는 나무가 되고
강물을 바라보면 나는 강물이 되고
하늘을 우러르면 새가 되어 날으네
둥지 잃은 철새여 그 누가 그대를
파닥이게 하는가 눈물짓게 하는가
그대는 바로 나
그대는 바로 나
우리는 하나 우리는 하나

바다와 마주서면 나는 바다가 되고
갯벌을 바라보면 나는 갯벌이 되고
밀물이 밀려오면 파도되어 춤추네
쫒겨가는 바다여 그 누가 그대를
출렁이게 하는가 눈물짓게 하는가
그대는 바로 나
그대는 바로 나
우리는 하나 우리는 하나

나는 강이 되리니 /
고규태

나는 강이 되리니 그댄 꽃이 되거라
그대 멀리 흘러가고 싶을 땐
그대 온몸 띄워 데려가리라
멀리 멀리 바다에 이를 때까지
푸르른 강이여 붉은 꽃이여
너와 나 우린 이렇게
음.. 이렇게 살아가리라

나는 강이 되리니 그댄 꽃이 되거라
그대 정녕 피어나고 싶을 땐
그대 뿌리깊이 적셔주리라
정녕 정녕 꽃잎이 열릴 때까지
푸르른 강이여 붉은 꽃이여
너와나 우린 이렇게
음.. 이렇게 살아가리라

/ 2021.01.10 편집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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