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소년 시절과 소 / 김환태(金煥泰) 내 마음의 이니스프리에는 소가 산다. 이리하여 네거리 아스팔트 위에서나 철근 빌딩 밑에서 바위 그림자와 같은 이니스프리의 향수에 엄습할 때면 나는 내 마음 심지에 '못 가장자리를 핥는 잔물결 소리' 외에, 또 골짝을 울리는 해설픈 소울음을 듣는다. 소가 사는 내 이니스프리의 경개(景槪) 는 이렇다. 사방을 산이 빽 둘러쌌다. 시내가 아침에 해도 겨우 기어오르는 병풍 같은 덕유산 준령에서 흘러나와 동리 앞 남산 기슭을 씻고, 새벽달이 쉬어넘는 강선대 밑에 휘돌아 나간다. 봄에는 남산에 진달래가 곱고, 여름에는 시냇가 버드나무숲이 깊고, 가을이면 멀리 적상산에 새빨간 불꽃이 일고, 겨울이면 먼 산새가 동리로 눈보라를 피해 찾아온다. 나는 그 속에 한 소년이었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