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쑥에게 2 / 곽재구 아이들아 겨우내 잃은 빛 되찾고 겨우내 움츠려 접은 날개 펼치고 바람 위에 파랗게 뜨는 저 들꽃 보아라 이슬 적신 얼굴 흙냄새로 일어서는 오천년 찬란한 아침 풀밭 보아라 보아라, 보아라 큰 칼 작은 칼 쟁강쟁강 부딪치며 이슬 속을 걸어오는 대장장이 네 할배 이마 위 기쁜 햇살 보아라 그러나 아이들아 지금 너희들이 꿈을 꾸는 교실 너희들의 시 너희들의 사랑 너희들의 어떠한 그리움 속에서도 내 어릴 적 들쑥 맛은 없구나 두려움도 쓰라림도 없구나 ● 들쑥에게 3 / 곽재구 아이들아 햇볕 아래 서면 대궁 꺾인 풀꽃처럼 툭툭 쓰러지고 꼭꼭 숨은 너희들의 근시로 이 들판 그리움의 풀꽃 한 잎 헤아릴 수 없구나 아이들아 지금 너희들이 꾸는 꿈들은 경쾌하고 날렵한 지름길을 지녔지만 아이들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