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 밤 눈사람 / 박동규 내가 6살 때였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었는데, 아버지는 글을 쓰고 싶으셨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방에 상을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책상이 없었던 아버지는 밥상을 책상으로 쓰고 있었죠. 어머니는 행주로 밥상을 잘 닦아서 갖다 놓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책상에 원고지를 올려놓고 연필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나에게 세 달 된 여동생을 등에 업히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불 같은 포대기를 덮고서는 "옆집에 가서 놀다 올 게!" 하고 나가셨습니다. 나는 글 쓰는 아버지의 등 뒤에 붙어 있다가 잠이 들었고 얼마를 잤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누가 나를 깨워서 눈을 떠 보니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깨우더니 "통행금지 시간이 다 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