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꽃 언덕에서 / 유안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감상] 저 언덕에 하느님이 계실까. 알 수 없지만, 하느님을 한 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과 삶은 달라진다. ‘값비싼’ 걸 소유한 상태를 곱씹어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가격(price)을 가치(value)보다 더 높은 데 두지만, 최상의 것은 원래 값이 없다(priceless).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는 ‘값없는’ 들꽃들 속에 신이 살고 있다. 하늘의 척도는 인간의 척도와 다름을 알았다고 시인은 말하지만, 아마도 이런 생각을 말미에 숨겨두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