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박상설칼럼] 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④ '81세에 퇴직 후 새로 얻은 6개의 직업' (2021.05.16)

■ [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④] 81세에 퇴직 후 새로 얻은 6개의 직업 / 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캠프나비 대표 글이나 사물이 흐리멍덩하게 보인다고 주저앉으면 늙은 산송장을 자초할 뿐이다. 구속이 자유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아흔 나이, 늦지 않다... 삶은 이제부터 나는 한평생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여가생활로 등산, 오토캠핑, 여행을 인문학으로 융합하며 책을 끼고 살았다. 홍천 오지산골에 작은 주말농원을 37세부터 현재까지 55년 이어 주말에 농사일하며 땀 흘리며 즐기며 산에 나무도 20만주 심었다. 땅에 뒹굴며 낮은 곳에서 잡초처럼 살아온 행동하는 체험을 글로 증거하다 보니 여생의 제2의 직업이 자연스레 생겼다. 주말농장에는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으려고 집을 안 짓..

[박상설 칼럼] 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③ '60세때 뇌경색 극복하고 90살까지 건강한 삶' (2021.05.16)

■ [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③] 60세때 뇌경색 극복하고 90살까지 건강한 삶 / 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캠프나비 대표 우리 모두가 바라는 ‘행복’,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글을 준비하는 동안 이 물음이 내 가슴을 쳤다. 아마도 나는 이 글을 나와 같은 처지에서 역경을 극복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과 여러모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나 보다. 늙어가며 그들에게 내가 벼랑 끝에 매달렸던 이야기로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싶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엄습하더라도 절대로 좌절하지 말자고... 질병은 병원의 정성 어린 치료에 의해 치유를 받고, 병에 대한 고뇌와 갈등을 구구절절 하소연하거나 불평을 하지 말고, 오직 자신의 병은 자신만이 안고 가야 할 숙명적 굴레임을 깨닫고 죽기 ..

[박상설칼럼] 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② ‘입동’ 밤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 출연... 시각장애인 되어 비로소 나를 찾다

■ [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②] ‘입동’ 밤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 출연... 시각장애인 되어 비로소 나를 찾다 / 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캠프나비 대표 “나의 주인은 빈궁한 깐돌이/ 길 없는 길 헤매는 시간 밖 자유인/ 마냥 흙에 뒹굴어야 살아나는 천덕꾸러기/ 여한 없는 안식의 맑은 삶 눈물이 나도록 살아온 노인/ 하고 싶은 나날로 엮어온 일상, 이런 일로 넘쳐난 나날/ 이제 시간에 저항하고 앞서갈 기력 없어도/ 거미줄 같은 생명력으로 슬퍼하지 않아/ 머지않아 깐돌이 없는 날 신발 두 켤레 너머에 보이는/ 그는 영원한 안식으로 쉬게 되리니/ 오늘도 걷고 내일도 걸으며 길섶 민들레 홀씨에 머문다. (‘무어라 독백하는 두 헌신짝’ ) 나는 만물이 태어난 곳이자 되돌아가야 할 숙명..

[박상설칼럼] 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① '내 유물은 50년 된 등산화와 검정 고무신 두 켤레' (2021.05.15)

■ [90살 나이 늦지 않았다①] 내 유물은 50년 된 등산화와 검정 고무신 두 켤레 / 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캠프나비 대표 “잡초처럼 살아가는 할아비 내 생애의 터전은 오지 산골. 나를 개조하는 열망의 땅. 그냥 있는 그대로 숲을 바라보며 보듬으며 그 무엇과도 견주지 않고 잡초처럼 흙에 뿌리내려 낮은 곳에서 비바람에 흔들리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의 안식. 습관의 노예에서 즉각 행동하는 일꾼. 편한 삶을 내던지고 열불 나게 재미있는 주말농과 인문학 레저놀이로 내가 나를 고용해 다르게 산다.” (화전민 텃밭에서) 산 속에 사는 노인 말이나 글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바로 행동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 습관이 생겨난다. 도시의 박쥐둥지를 박차고 루소, 괴테, 톨스토이 ..

[명시감상] '살다가 문득' 김경훈,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신동호, '안부가 그리운 날' 양현근 (2021.04.14)

■ 살다가 문득 / 김경훈 살다가 보면 문득 안부가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비켜간 사람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신문처럼 그 마음을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인연 살다가 보면 문득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산다는 것이 그런 거야 혼자만의 넋두리처럼 흥얼거리다가 다시 펼쳐보는 앨범속 사진처럼 다시 걸어보고 싶은 그 때 그 길 그 사람 붉은 노을에 기대어 조용히 물들어가는 저녁 무렵 그 어깨 그 가슴에 다시 기대어 한번 울어보고 싶은 살다가 보면 문득 그런 기막힌 순간이 있다 ■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 신동호 나의 어머니에게도 추억이 있다는 걸 참으로 오래 되어서야 느꼈습니다 마당에 앉아 봄나물을 다듬으시면서 구슬픈 콧노래로 들려오는 하얀 찔레꽃 나의 어머..

[명시감상] 세여청산하자시 춘광무처불개화 (2021.05.14)

■ 봄볕 있는 곳에 꽃피지 않는 곳이 없도다 世與靑山何者是 春光無處不開花 세여청산하자시 춘광무처불개화 세상과 청산은 어느 쪽이 옳은가 봄볕 있는 곳에 꽃피지 않는 곳이 없도다 세여청산하자시 世與靑山何者是 춘성무처불개화 春城無處不開花 방인약문성우사 傍人若問惺牛事 석녀심중겁외가 石女心中劫外歌 세속과 청산, 어느 것이 좋은가. 이 온 마을에는 꽃이 피지 않은 곳이 없네. 만약 누가 나에게 경허의 일을 묻는다면 돌계집의 마음에 시절 밖의 노래를 부른다 하리라 (경허 성우) [해설] 1. 세상에서 시시비비하며 희로애락의 물결 속에서 뒤엉켜 사는 것과 고요하고 적적한 청산에서의 맑고 깨끗하고 소박하고 단순하고 탈속한 삶 중 어느 편이 좋은가? 그것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세상에 뒤엉켜서 온갖 시시비비와..

[명시감상] '낙타' 신경림 (2021.05.14)

■ 낙타 /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해설 / 최영미 시인 절창이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시. 처음 잡지에 실린 ‘낙타'를 읽을 때 마흔 무렵의 나는 “모래만 보고 살다가”에 꽂혔다. 보지 않는 듯하면서 다 보고 계셨구나. 십수 년이 지나 다시 시를 읽는데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좋은 글] 단 한 줄 짜리 논술 답안지 (2021.05.13)

■ 단 한 줄 짜리 논술 답안지 19세기 캠브리지대학 종교학 과목 시험 시간. 출제된 주관식 문제는 “가나안 혼인 잔칫집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의 기적을 신학적 관점에서 논하라”였다. 시험 시작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답안지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험 감독 교수는 아직 한 글자도 적지 않고 창밖 먼 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한 학생을 발견했다. 교수는 학생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왜 답안을 작성하지 않는가?” 학생이 대답했다. ”저는 쓸 말이 없습니다.” 교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시험 종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그는 그저 멍하니 창밖을 내다볼 뿐이었다. 드디어 강의실엔 교수와 그 학생만 남았다. 교수는 학생에게 마지막으로..

[명작수필] '신록예찬' 이양하 (2021.05.13)

■ 신록예찬(新綠禮讚) 이양하(李敭河, 1904~1963)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

[좋은 글] 행복 / 엄상익 (2021.05.12)

■ 행복 / 엄상익 퇴직한 친구들 몇 명과 모임이 있었다. 그 중 한 친구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비록 1급 공무원 밖에 못 했지만 말이야.” 기가 꺾여 있는 그의 옆에는 장관 출신 친구가 앉아 있었다. 1급이면 모두 부러워하는 고위직 공무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장관을 한 친구를 의식하고 불행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장관을 했던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장관 넉 달 만에 쫓겨 났어. 엊그제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그때 같이 근무하던 부하를 만났어. 나보고 의아한 얼굴로 장관님도 지하철을 타십니까? 하고 묻더라구. 장관 괜히 했어. 그것 때문에 사는데 오히려 부담이 돼.” 장군을 지낸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장군을 했는 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 해. 아스라한 옛날에 병정 놀이를 했던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