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는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 복효근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멘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