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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읽기] 「꿈꾸는 짐승」, 「슈퍼스타를 위하여」, 「여러분의 안전을 위하여」 이창동 (2019.11.09)

● 꿈꾸는 짐승 / 이창동 노새는 지금 없다. 이제 다시 그놈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생각이 바지 단추를 푸는 대기의 손을 부르르 떨게 하고, 단추를 채 끄르기도 전에 몇 방울의 오줌을 찔끔거리게 했다. 개천 건너편 쭉쭉바 공장의 드높은 굴뚝을 마주 보고 오줌을 갈기면서 대..

[소설읽기] 「빈집」, 「용천뱅이」, 「녹천엔 똥이 많다」 이창동 (2019.11.09)

● 빈집 / 이창동 상수는 그날 저녁 절도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는 집 앞 골목에서 방범대원에게 붙잡혀 파출소로 연행되었는데, 그곳에서 수갑이 채워져 다시 경찰서로 넘겨졌다. 사흘째 잠을 자지 못했다는 두 눈에 핏발이 선 형사가 그를 취조했다. 그는 상수의 이름과 나이, 주..

[소설읽기] 「소지」, 「친기」, 「눈 오는 날」 이창동 (2019.11.08)

● 소지(燒紙) / 이창동 "할머니, 할머니. 큰일났어." 타는 듯이 붉은 갑사(甲紗) 옷감에 오래도록 눈을 박고 있어서인가, 바느질감을 손에서 놓고 고개를 든 그녀는 눈앞이 휑하게 비워지는 듯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우리 아파트 앞에 수상한 사람이 와 있어. 수상한 사..

[♤나도詩人] 텅빈 벤치, 내 어머니 김동인 (2019.10.27)

● 텅빈 벤치 / 김동인 붉게 물든 단풍잎 하나 살포시 내려앉은 빈 벤치 누군가 앉아 쓸쓸히 머물다가 가을 그 못다한 사랑 한숨어린 아쉬움만 달래던 자리 가을바람에 외로움 더욱 사무치니 단풍잎도 흐느끼다 떠나간 자리 텅빈 벤치 나의 마음 같아라 고독한 가을 외로운 그대 마음 같..

[♤나도詩人] 푸른 청송, 마음속 항아리, 그런 사람 김동인 (2019.10.21)

● 푸른 청송 / 김동인 산꼭대기 소나무 한 그루 땅속 어디에 물줄기 있길래 사시사철 잎이 저리도 푸른가 높은 산 땅속 깊은 물 토해내니 흘러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장엄도 하구나 사람이 오르기도 힘든 저 높은 곳 물은 모였다 흘러 내린다 물줄기 이곳 저곳 적시어 흐르고 나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