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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읽기] 「창백한 달」 송병수 (2020.02.10)

● 창백한 달 / 송병수 이른 아침이다. 아래층에서 전축을 요란하게 틀어 댄다. 딸 옥주의 짓이다. 신들린 무당의 푸닥거리 같은 팝송가락이 온통 집안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ㅡ 슈가, 오호 호니 호니… 톰 존스라나 누구인지는 어정쩡하지만 참 지랄 같은 노래다. 도무지 시끄러워 견딜 ..

[소설읽기] 「까치소리」 김동리 (2020.02.05)

● 까치 소리 / 김동리 단골 서점에서 신간을 뒤적이다 「나의 생명을 물려 다오」하는 얄팍한 책자에 눈길이 멎었다. '살인자의 수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생명을 물려준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나는 무심코 그 책자를 집어 들어 첫 장을 펼쳐 보았다. '책머리에'라는 서문에 해당하..

[♤나도詩人] 엄마의 길, 오늘도 주님만, 설날 김동인 (2010.02.01)

● 엄마의 길 / 김동인 걷다가 우연히 접어든 길 처음 가보는 낯설고 두려운 길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같은 길 그 누구도 답을 알려주지 않은 길 책임감 사명감을 짊어지고 가는 길 걱정 근심 아픈 순간에도 눈물자국 밟아가며 가야 하는 길 안개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길 때론 지켜주지 ..

[소설읽기] 「가자, 우리의 둥지로」 윤정모 (2020.01.31)

● 가자, 우리의 둥지로 / 윤정모 녀석은 탁자에 이마를 박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잔과 술병을 놓고 소리가 나게 위스키를 따랐다. 그래도 녀석은 얼굴을 들지 않았다. 술 한잔이면 정신이 나겠다더니 어째 기척이 없을까. 머리가 벗겨져 민 듯한 속살이 보이는 녀석의 정수리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