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2317

[과학칼럼] '인류의 미래, 세상의 모든 종자' 조홍섭 (2020.12.05)

■ 인류의 미래, 세상의 모든 종자 / 조홍섭 1941년 7월 히틀러의 군대가 폴란드를 넘어 소련을 침공했다. 스탈린(Iosif Stalin)은 독일에 빼앗겨서는 안 되는 문화유산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로부터 급히 옮겼다. 거기에는 에르미타시 박물관의 미술품과 함께 현대 작물육종의 창시자인 니콜라이 바빌로프(Nikolay Vavilov)가 전 세계의 풍요로운 농촌을 돌며 수집한 씨앗과 뿌리와 열매의 표본이 들어 있었다. 나치는 레닌그라드를 872일 동안 봉쇄했고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끔찍하게 추웠던 1941~1942년 겨울, 식품 공급이 모조리 끊기고 포탄이 날아다니는 거리에서 사람들은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고양이, 개, 쥐, 쓰레기, 심지어 다른 사람까지도 먹었다..

[과학칼럼] '모기는 왜 배 터지게 피를 빨까' 조홍섭 (2020.12.05)

■ 모기는 왜 배 터지게 피를 빨까 / 조홍섭 모기에게 피를 빠는 일은 목숨을 거는 행위이다. 먹지 않으면 자손을 낳을 수 없고 너무 오래 끌다가는 숙주의 손바닥이나 꼬리에 맞아 압사할 수 있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재빨리 잔뜩 흡혈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배가 붉게 물들도록 포식한 모기가 혈액방울을 꽁무니에 매단 모습은 ‘배가 터지도록 먹는’ 그런 전략의 결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런 통설을 정면으로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피를 빨며 혈액을 배설하는 행위는 욕심이 아니라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곤충학자들은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얼룩날개모기가 흡혈 도중 꽁무니로 신선한 혈액이 들어 있는 액체를 배출하는 현상을 적외선 촬영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랬더니 온혈동물의 피를 빨면..

[과학칼럼] '개는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 조홍섭 (2020.12.05)

■ 개는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 / 조홍섭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개를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갑갑한 애완견이 보채서였을 것이다. 그런 개들은 예쁜 옷을 입기도 하고 가끔은 작은 신발을 신기도 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개는 왜 발이 시리지 않을까. 개의 발은 털이나 지방층으로 덮여 있지도 않은데다 얼음처럼 찬 땅과 늘 접촉하고 있는데 말이다. 신발 신은 개는 예외적이고 대부분 맨발로 돌아다니지만 개가 동상에 걸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추운 곳에서 견디기로는 개보다 황제펭귄이 윗길이다. 영하 50도의 얼음판 위에서 몇 달을 먹지도 않고 버티며, 게다가 발 위에서 알까지 부화시키는 놀라운 동물이다. 그 펭귄과 개의 발에 무슨 공통점이라도 있을까. 일본의 수의..

[김도훈칼럼] 가을에는 왜 단풍이 들까? (2020.12.05)

■ 가을에는 왜 단풍이 들까? / 김도훈 나무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도 이맘때가 되면 나뭇잎 물들어가는 단풍 현상에는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지요. 단풍구경 가는 여행객으로 강원도로 가는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기도 하니까요. 올해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맑고 그러면서 일교차도 뚜렷이 나타나면서 단풍이 매우 아름답게 든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덕분에 미세먼지가 많이 줄어든 것도 기여했다고 보시는 전문가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나무에 대한 사랑이 보통 사람들보다 매우 깊다고 자부하는 필자로서는 가을이 되어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이 약간 못마땅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실 겨우내 생명활동을 멈추다시피 하고 있다가 막 따뜻해지는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들에 열광하..

[이정모칼럼] 단풍이 가르쳐 주는 것 (2020.12.05)

■ 단풍이 가르쳐 주는 것 / 이정모 잔더 아주머니는 간호사로 독일에 와서 독일 남자와 결혼했는데 슬하에 자녀가 없었다. 자기 조카를 양녀로 입양하여 독일에서 유학시켰고, 한국 유학생들을 자주 집으로 초대했다. 어느 날 한국에 다녀온 남편이 우리를 초대해서 이런저런 자랑을 했다. 한국에서 뭐가 가장 좋았냐고 물었더니 “독일이나 한국이나 별로 다를 게 없어. 그런데 독일에서는 볼 수 없는 놀라운 걸 설악산에 가서 봤지. 바로 단풍이야!” 나는 겉으로는 동감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헐~’이란 반응을 했다. 독일 단풍도 한국과 똑같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시험 문제가 하나 떠올랐다. ‘다음 괄호에 들어갈 말은 뭘까? b–a-( )-카로틴’ 고등학교 때 생물 과목을 좋아했다면 크산토필이라고 쉽게 답할..

[이정모칼럼] 발뼈가 52개나 되는 까닭은? (2020.12.05)

■ 발뼈가 52개나 되는 까닭은? / 이정모 ‘태-정-태-세-문-단-세’로 이어지는 조선왕조의 계보, ‘데어-데스-뎀-덴’으로 이어지는 독일어 정관사 같은 것을 누구나 즐겨 암송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암기하고 나면 쓸모가 많은데다가 암기할 때 경험하는 묘한 리듬감이 한몫했던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여기서 뭔가 더 확장되기는 어려웠다. 이에 반해 ‘종-속-과-목-강-문-계’라는 생물학 분류체계는 또 다른 눈을 뜨게 해주었다. 바로 계층 구조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범주화하면서 열리는 새로운 사고체계를 접하게 된다. 종-속-과-목-강-문-계에서 문(門)은 생명의 설계도에 해당한다. 동물계에는 총 36개의 동물 문이 존재한다. 이 이야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

[이정모칼럼] 인공지능 시대를 향유하려면 (2020.12.05)

■ 인공지능 시대를 향유하려면 / 이정모 제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으로 시작됐다. 증기기관을 세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와트. 그렇다면 와트의 이름쯤은 기억해 주는 게 인간으로서의 예의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와트(W)를 단위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와트는 뭘까? “뭐긴 뭐야, 집에서 사용하는 전구는 대개 30~120와트잖아. 30와트 전구는 어둡고, 120와트 전구는 밝지”라는 대답이 쉽게 튀어 나온다. 이 대답만 보면 와트는 전구의 밝기 단위일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조심스러워진다. 요즘 전구들은 작은 와트 수로도 밝은 빛을 내기 때문이다. 간단히 검색해 보면 와트는 ‘일률’의 단위라고 나온다. 1와트는 1초에 1줄(J)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률이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상관없다. ..

[이정모칼럼] 이그노라무스 (2020.12.05)

■ 이그노라무스 / 이정모 그냥 전설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갈릴레이의 말은 그냥 전설이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아이작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든지, 독일 화학자 케쿨레가 뱀 한 마리가 자신의 꼬리를 물어 고리를 만드는 꿈을 꾼 후 벤젠의 고리형 구조를 밝혀냈다는 사실도 그냥 전설이다. 마치 알에서 깨어난 박혁거세처럼 말이다. 원래 중요한 사건에는 그럴싸한 전설이 필요한 법이다. 러시아의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에게도 꿈을 꿨다는 전설이 있다. 그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뜻이다. 멘델레예프는 꿈에서 어떤 표를 보았다. 표에는 원소 기호들이 흩어져서 배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표에서는 그 원소의 화학적 성질들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꿈에서 깨어난 멘델레예프는 꿈을 풀어서 ‘원소의 구성..

[이정모칼럼] 일본 돌고래의 날 (2020.12.05)

■ 일본 돌고래의 날 / 이정모 9월이 시작되자마자 대학살이 또 시작되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 년 전부터 계속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어서는 안 된다. “이젠 그런 짓 좀 그만두는 게 어때”라고 점잖게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우리는 강하게 큰 목소리로 ‘규탄’해야 한다. 지난 9월 1일 일본 서부의 작은 마을 다이지에서 열두 척의 배가 항구를 떠났다. 왜 하필 열두 척이냐? 열두 척의 의미가 뭔지 알고 떠난 것은 아닐 거다. 열두 척의 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채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서툰 거짓말이다. 다이지 마을의 돌고래 사냥을 감시하는 ‘돌핀 프로젝트’는 다섯 마리의 큰코돌고래가 죽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대학살이 일어날 것이다. 매년 다이지 마을..

[이정모칼럼]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2020.12.05)

■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이정모 ‘목련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고등학교 시절 봄에 줄기차게 불렀던 ‘사월의 노래’다. 1970년대에 고등학교에 다녔던 남학생의 감성이 그렇게 뛰어났을 리는 없고, 음악선생님이 중간고사 대신 노래로 성적을 매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학교에는 목련 꽃이 잔뜩 피어 있는 작은 정원도 있었기에 잘 부르는 친구 노래를 들으면, ‘도대체 베르테르가 누군데 우리에겐 편지를 안 보내는 거야?’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덧 동급생들은 정말로 목련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목련이 지고나자 애정이 급격히 식었다. 꽃이 피어있을 때는 희고 풍성한 커다란 꽃잎이 아름다웠는데, 꽃이 지고 나니 무슨 곰팡이가 핀 식빵처럼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