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생충의 자세 / 이정모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무능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한 가지 재주는 있는 법이라는 뜻이다. 내 재주는 화장실에 잘 가는 것이다. 그게 무슨 재주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것은 큰 장점이다. 마다가스카르의 허름한 재래시장 공중화장실이든, 사방이 뻥 뚫려 몸 하나 감출 수 없는 고비사막이든, 실크로드 위에 있는 중국 지방도로 휴게소의 문 없는 화장실이든 가리지 않는다. 아무 데서나 편하게 배설한다는 것은 아무 것이나 잘 먹고 아무 데서나 잘 자는 것만큼이나 여행과 탐험에 있어서 뛰어난 장점이자 재주다. 화장실 잘 가는 재주는 내 본성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화장실에 잘 가지 못 했다. 냄새나 깊이 때문은 아니었다. 재래식 화장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