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2317

[과학칼럼] '동백꽃과 동박새' 권오길 (2020.12.08)

■ 동백꽃과 동박새 / 권오길 동백꽃을 놓고 조촐함이 매화보다 낫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살을 에는 이 한겨울에도 싸~싸~ 출렁이는 바닷물소리 들으며 '빨갛게 멍든 꽃'을 흐드러지게 달고 외롭게 서있을 고결한 네가 그립다. 가끔은 강한 해풍에 흩날려 온 짠 소금물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고 있겠지. 겨울채집을 하면서 허기진 배를 너의 화밀(花蜜, 꽃물)로 달래던 그 처참함이 이제는 아스라이 그리움으로 돌아오는구나. 꽃잎을 통째로 따서 주둥이를 입에 넣어 쭉쭉 빤다. 나를 구황(救荒)한 고맙기 그지없는 달큼했던 너! 실은 세한(歲寒)의 설중동백(雪中冬栢)인 너에게서 고맙게도 인고를 배웠었지. 동백나무는 딱딱하고 매끄러운 줄기에다 광택 나는 이파리, 새빨간 꽃이 특징이다. 주로 바닷가에 군락을 이루는데, 섣달이..

[과학칼럼] '독야청청의 비밀, 부동액' 권오길 (2020.12.08)

■ 독야청청의 비밀 '부동액' / 권오길 입동 절기가 이미 지났으니 속절없이 이제 겨울이다.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한다지. 그것들은 어찌 겨울에 얼어 죽지 않고 독야청청한단 말인가. 월동하기란 사람도 그렇지만 어느 생물들에게나 죽살이치는 일이다. 필자는 추운 동절(冬節)에도 오후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산등성이를 걷고 뛴다. 물론 길가에 서있는 나무들과 수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길섶 가까이 진달래와 산철쭉이 있고 나머지는 온통 소나무 숲이다.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의 푸름을 안다"고 한다. 소나무 말고는 죄다 잎사귀를 털어버리고 본색을 드러낸 황량한 산모퉁이를 돌아 내닫는다. 머잖아 한파가 들이닥칠 것이다. 소나무나 대나문들 어찌 이 찬 기운에 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

[과학칼럼] '고추 매운 맛의 비밀' 권오길 (2020.12.07)

■ 고추 매운 맛의 비밀 / 권오길 요샌 고추 말리기로 눈코 뜰 새가 없다. 벌써 세물 째로, 오늘도 소나기가 올 것이란 예보에 온통 신경이 하늘/고추에 가 있다. 비가 오면 고추를 못 말리고 가물면 배추가 목이 타들어가는 형편이니 우산장사와 짚신장사 하는 두 아들을 둔 꼴이 되었다. 지난 5월 5일 한 뼘쯤 되는 가녀린 고추 모종 250그루를 사다 신명나게 심고 나니 내 허리가 아니었다. 심어만 놓으면 되는 게 아니다. 뒤치다꺼리가 남았다. 고춧대에 버팀목 세워 끈으로 꽁꽁 매주고, 밑동에 난 곁순 치고 비료를 줘야 한다. 그것들이 뭉실뭉실 커서 유월이면 Y자로 짜개지는 방아다리 가지가지 사이에 접시 꼴의 하얀 꽃이 한 개씩 열린다. 녹색인 꽃받침은 끝이 5개로 얕게 갈라지고, 꽃잎은 타원형으로 5개이..

[과학칼럼] '다른 새 둥지에 알 낳는 뻐꾸기' 권오길 (2020.12.07)

■ 다른 새 둥지에 알 낳는 뻐꾸기 / 권오길 뻐꾸기 녀석이 올 철이 됐다.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뻐꾸기(common cuckoo)는 뻐꾸기목, 두견과의 여름철새로 두견새, 매사촌, 검은등뻐꾸기들과 한통속이다. 한데, 여름철새는 대부분이 숲에서 지내는 숲새이고 겨울철새는 하나같이 바닷새이거나 들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집집마다 뻐꾸기 한 마리씩을 키우지 않는가! '쿠쿠밥솥' 말이다. 우리는 뻐꾹새 소리가 '뻐꾹 뻐꾹'으로 들리는데 어째서 서양 사람들 귀에는 '쿠쿠 쿠쿠'로 들리는 것일까. 아무리 귀기울여 들어도 '뻐꾹 뻐꾹'하는데…. 뻐꾸기는 몸길이가 약 33㎝로 등쪽과 멱(목의 앞쪽)은 잿빛이 도는 푸른색이고 아랫면은 흰색 바탕에 회색 가로무늬가 있다. 꽁지는 길고 회색 얼룩이 있으며 다리에 노란색이 ..

[과학칼럼] '포니·에쿠스로 진화한 말' 권오길 (2020.12.07)

■ 포니·에쿠스로 진화한 말 / 권오길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현대 말의 학명은 Equus caballus이다. 여기서 속명인 에쿠스(Equus)나 종명 카발루스(caballus) 둘 다 '짐 싣는 말(복마·卜馬)'이란 뜻이다. 하여, 우리들이 몰고 다니는 우람한 현대자동차 에쿠스(Equus)는 '네 바퀴 달린 말'인 셈이다. 그런데 덩치 큰 서양말과 몽골이 원산지인 자그마한 제주도 조랑말(pony)은 같은 종이고, 포니도 한때 우리나라를 빛나게 했던 자동차다. 아무튼 우리나라 자동차 이름에 말이 둘이나 붙었으니 그것 또한 무슨 인연인지 모를 일이다. 포니와 에쿠스! 물론 이런 사실은 화석(化石)으로 알아낸 것이지만, 말은 물경 5,000만년 전에 이 지구상에 나타났다고 한다. 그 때는 지금의 말과 영..

[과학칼럼] '모정의 뿌리, 미토콘드리아' 권오길 (2020.12.07)

■ 모정의 뿌리 '미토콘드리아' / 권오길 생물체는 어느 것이나 세포(細胞·cell)가 여러 개 모여서 된 세포덩어리다. 그렇다면 과연 한 사람이 갖는 세포는 몇 개나 될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림잡아 100조개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수치는 덩치가 큰 서양 사람들의 생물교과서에 쓰여 있는 것이니,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세포 수는 그것보다 좀 적은 70조개 정도로 봐야 옳을 듯하다. 사람의 몸피가 크다는 것은 세포 수가 많을뿐더러 세포 하나하나의 부피가 크다는 것을 말한다. 한편 모든 세포질 속에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는 세포소기관이 들어있다. 미토콘드리아는 핵보다 훨씬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확대하여 보면 소시지 꼴임) 세포 하나에 여러 개가 들어있다. 생리기능..

[과학칼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권오길 (2020.12.07)

■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 권오길 조선의 시인 고산(孤山)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고등학교 때 배운 그 빼어난 글을 아직도 생생하게 외우고 있다. '내 버디 몃치나 하니 水石(수석)과 松竹(송죽)이라/東山(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옥 반갑고야/두어라 이 다삿 밧긔 또 더하야 머엇하리.' 이어 그 다섯을 차례대로 설명해 가는데, 그 중에서 대나무에 관한 부분을 보면,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난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난다/ 뎌러코 四時(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하 하노라'라고 풀이하고 있다. 여기 대(竹)의 글에서 '나모도 아닌 것이 플도 아닌 거시'라는 구절이 눈길을 끈다. 과연 대는 풀인가 나무인가? 대를 '나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여러해살이(다년생)에다 줄..

[이정모칼럼] 잔인한 4월은 과학의 달 (2020.12.06)

■ 잔인한 4월은 과학의 달 / 이정모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 주었던” 겨울은 지나갔고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드는” 4월이 왔다.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433행에 이르는 길고 긴 시 ‘황무지’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확실히 4월은 잔인했다. 중ㆍ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1학기 중간고사가 있었고 대학 때는 이맘때쯤이면 최루탄 연기가 교정을 덮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동안 4월은 더 잔인했다. 아직도 그해 4월 16일의 정오 뉴스를 잊지 못한다. 분명 몇 시간 전에 ‘전원 구조’라는 뉴스를 봤는데 그게 다 거짓이라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입에 4월이 ..

[이정모칼럼] 바이러스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2020.12.06)

■ 바이러스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 이정모 바이러스는 ‘살았다’ 또는 ‘죽었다’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다. 왜냐하면 딱히 생명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아름다운 생명처럼 생겼고 DNA 또는 RNA로 된 유전자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생명 현상을 유지할 능력이 없다. 박테리아, 식물과 동물에 얹혀 있을 때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바이러스를 ‘죽였다’고 말하기보다는 바이러스를 ‘파괴했다’ 또는 ‘처리했다’고 말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박테리아가 우리 몸에 들어와서 병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러려면 동식물의 세포보다 많이 작아야 한다. 대충 동물 세포의 100분의 1 크기라고 하자. 그런데 바이러스는 동식물뿐만 아니라 박테리아에..

[이정모칼럼] 세계 손 씻기 특별 주간 (2020.12.06)

■ 세계 손 씻기 특별 주간 / 이정모 호모 사피엔스만 없다면 이 지구가 평화로울 거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없는데 지구, 자연, 우주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호모 사피엔스가 있으니 우주는 자기 나이가 138억 살이라는 것도 알고 꽃과 동물도 이름을 얻지 않았는가.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이야말로 우주가 누리는 최고의 복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위대함은 진화의 결과다. 뇌 회로는 다른 동물에서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그 크기는 절대적으로 크다. 커다란 뇌 덕분에 우리는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고 세탁기도 발명했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는 법. 커다란 뇌는 출산의 고통을 낳았다. 뇌가 커지는 만큼 아기가 통과하는 산모의 회음부가 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