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과학칼럼] '포니·에쿠스로 진화한 말' 권오길 (2020.12.07)

푸레택 2020. 12. 7. 18:34



■ 포니·에쿠스로 진화한 말 / 권오길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현대 말의 학명은 Equus caballus이다. 여기서 속명인 에쿠스(Equus)나 종명 카발루스(caballus) 둘 다 '짐 싣는 말(복마·卜馬)'이란 뜻이다. 하여, 우리들이 몰고 다니는 우람한 현대자동차 에쿠스(Equus)는 '네 바퀴 달린 말'인 셈이다. 그런데 덩치 큰 서양말과 몽골이 원산지인 자그마한 제주도 조랑말(pony)은 같은 종이고, 포니도 한때 우리나라를 빛나게 했던 자동차다. 아무튼 우리나라 자동차 이름에 말이 둘이나 붙었으니 그것 또한 무슨 인연인지 모를 일이다. 포니와 에쿠스!

물론 이런 사실은 화석(化石)으로 알아낸 것이지만, 말은 물경 5,000만년 전에 이 지구상에 나타났다고 한다. 그 때는 지금의 말과 영판 달라서 몸집이 큰 개만하고, 발굽도 4개나 되었으나 몸 형태나 특성이 진화(변화)를 거듭하면서 지금의 말로 바뀌게 되었다. 어금니도 간단한 것에서 복잡해지면서 커졌다고 한다. 흔히 이런 화석상의 예를 들면서 "생물은 점점 진화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말은 물론이고 고라니, 노루 등 풀만 먹는 순수 초식동물들엔 담낭(膽囊)이 없다. 곰은 쓸개로 한 몫을 보는데 말이지. 간에서 만들어진 쓸개즙은 지방소화를 돕는 물질이 들어있기에 풀만 뜯는 말에게는 그것이 필요 없다. 실은 필자도 엄지손톱만한 커다란 담석 두 개를 없애면서 쓸개까지 떼어버렸으니(필자의 허락도 없이, 집도한 의사가 보니 많이 농했더라고 함) 마냥 말을 닮았고, 그래서 어쩌다가 '쓸개 빠진 놈'이 되고 말았다.

옛날 조상 말은 발굽이 넷이었으나 현대 말은 굽이 하나로 기제류(奇蹄類)다. 즉, 홀수의 발굽이다. 그에 비해서 발굽이 두 개인 소나 고라니, 노루, 돼지는 굽이 둘인 짝수라 우제류(偶蹄類)라 부른다. 비슷한 녀석들을 발굽이 하나냐, 둘이냐 따위로 나눠 동물을 분류하고 있으니 우습게도(?) 이것이 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말은 한 배에 새끼 한 마리만 낳는다. 그리고 씨 말, 종마(種馬)는 보통 하루에 1~2회 흘레붙인다고 하는데, 3~4살 때는 한 달에 대상 암말이 20여 마리고, 점점 성숙하면서 100두(頭)를 상회한다고 한다. 말인즉, '밭'도 중요하지만 '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왜 갑자기 '쿨리지 효과'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30대 대통령이 쿨리지(Calvin Coolidge)가 아닌가. 독자들도 들어본 이야기겠지만, 그들 두 부부가 농촌에 들러서 닭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부인이 저 수탉은 하루에 몇 번 관계를 갖는가 하고 농담 삼아 농부에게 물었다. 농부는 주저없이 "열 번 이상입니다" 하자, 에크나! 이 이야기를 우리 남편에게 꼭 말해 달라고 부탁한다. 뒤따라 온 쿨리지가 그 이야기를 엿듣고, 농부에게 저 수탉은 매번 같은 암탉과 관계를 갖는가 하고 묻자, 농부의 답은 "아닙니다, 상대를 바꿉니다"였다. 쿨리지는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얘기를 내 부인에게 반드시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파트너가 바뀌면 자극(흥분)이 커지는 것을 '쿨리지 효과(Coolidge effect)'라 한다. 앞의 씨내리종마도 암놈 씨받이가 매번 달라지니 가능한 것이리라. 다른 이야기에서는 닭 대신에 수말이 등장한다. 닭이나 말이나 사람이나 별로 다르지 않으니... ㅡ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생물학

[출처] 경향신문 (2009.04.30)

/ 2020.12.07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