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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모정의 뿌리, 미토콘드리아' 권오길 (2020.12.07)

푸레택 2020. 12. 7. 18:27



■ 모정의 뿌리 '미토콘드리아' / 권오길

생물체는 어느 것이나 세포(細胞·cell)가 여러 개 모여서 된 세포덩어리다. 그렇다면 과연 한 사람이 갖는 세포는 몇 개나 될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림잡아 100조개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수치는 덩치가 큰 서양 사람들의 생물교과서에 쓰여 있는 것이니,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세포 수는 그것보다 좀 적은 70조개 정도로 봐야 옳을 듯하다. 사람의 몸피가 크다는 것은 세포 수가 많을뿐더러 세포 하나하나의 부피가 크다는 것을 말한다.

한편 모든 세포질 속에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는 세포소기관이 들어있다. 미토콘드리아는 핵보다 훨씬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확대하여 보면 소시지 꼴임) 세포 하나에 여러 개가 들어있다. 생리기능이 아주 활발한 간(肝)세포 하나에 미토콘드리아가 무려 2000~3000개 들어있고, 운동을 하면 그 수가 증가한다. 운동은 심폐기능, 근육의 탄력성, 적혈구의 수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의 개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필자 같은 늙다리들도 부지런히 곰작곰작 몸을 놀려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우리가 열심히 숨 쉬어 들어간 산소와 창자에서 소화된 영양분들이 세포막을 통해 들어가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난다. 포도당 등의 양분은 여기에서 산소와 결합(산화)하여 운동에 필요한 힘(에너지)과 체온을 유지하는 열, 부산물 이산화탄소를 낸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를 '세포의 발전소'라거나 '세포의 난로'라 부른다.

그리고 다 알다시피, 난자(세포막, 세포질이 있고 난핵에 23개의 염색체가 듦)와 정자(세포막, 세포질이 없고 단지 꼬리와 정핵만 있고, 23개의 염색체가 있음)가 수정하여 46개의 염색체를 갖는 수정란이 되고, 그것이 계속 분열하여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게 된다. 모든 체세포의 핵 안에 들어있는 염색체에는 유전인자(DNA)라는 내림(유전)물질이 들어있어서 여느 자식이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반반씩 닮으니 이를 '핵 유전'이라 한다.

한데 미토콘드리아는 다르다. 난자는 세포질 속에 30만개의 미토콘드리아를, 정자는 겨우 150개를 가지고 있다. 수정을 하면서 정자가 가지고 들어온 미토콘드리아를 난자가 모두 부숴버린다고 한다. 일종의 거부반응인 것이다. 결국 수정란 속에는 아버지의 미토콘드리아는 없고 오직 어머니 것만 남는다. 이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모계성(세포질) 유전'이다.

다시 말해서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핵 안의 염색체(유전인자)는 똑같이 반반씩 받으나 미토콘드리아는 모두 어머니에게서 내려 받는다. 어디 미토콘드리아뿐인가. 세포막과 나머지 핵을 제외한 모든 세포질을 어머니에게서 받는다. 아버지의 것은 오직 핵의 반만 차지하니, 허깨비에 지나지 않는 아버지인 것을…. 그렇다면 어머니는 누구에게서 그것을 대물림하였을까. 어머니의 어머니, 외할머니에게서 받았다.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죄다 외조모의 것이 어머니에게로, 어머니의 것이 내게로 전해 내려온 모계성인 것이다! 거참, 지고지순한 그 모정은 틀림없이 미토콘드리아에 들었나보다. ㅡ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생물학

[출처] 경향신문 (2008.12.11)

/ 2020.12.07 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