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2317

[사색의향기]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 백승훈 시인 (2021.07.30)

■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얼마 전 모르는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낯선 전화번호라 잠시 망설이다 받았는데 나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대뜸 '산딸나무 꽃'이란 시의 저자가 맞느냐고 물었다. 습관처럼 꽃에 대한 시를 써 온 탓에 불행히도 나는 내가 쓴 시를 다 기억하지 못한다.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으니 시를 한 번 들려주면 알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시는 내가 쓴 시가 틀림없었다. 일일이 기억은 못 해도 읽어보면 용케도 내가 쓴 시는 알아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봄이 깊어지면/ 산딸나무 꽃이 핀다// 흰 나비 떼 내려앉은 듯/초록 위에 수를 놓는 산딸나무 꽃// 눈길 사로잡는 네 장의 흰 꽃잎은/ 실은 꽃이..

[사색의향기]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며' 백승훈 시인(2021.07.30)

■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며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일 년 중 햇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5월, 북한산을 찾았다. 며칠째 시계를 흐리게 하던 황사와 미세먼지도 비에 씻긴 쨍한 하늘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흰 구름이 점점이 떠 있다. 살갗을 스치는 바람은 연인의 손길처럼 부드럽고 싱그러운 신록의 유혹이 산을 오르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화란춘성(花爛春城)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를 구경을 가세… 귓전을 간질이는 새 소리,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다 보면 '유산가(遊山歌)'가절로 흥얼거려진다. 가까이 있어 집을 나서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산이지만 바라만 보았을 뿐 정작 산을 오를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산행을 결심한 것은 코로나 선별검사로 인한 스트..

[사색의향기] '우리는 모두 자연인이다' 백승훈 시인 (2021.07.29)

■ 우리는 모두 자연인이다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휴일 아침,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었을 때 도봉산 자운봉이 말끔히 세수한 얼굴로 창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며칠을 두고 비 뿌리고 바람 사납더니 모처럼 쾌청한 하늘을 배경으로 산빛이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서둘러 배낭을 꾸려 산을 향한 것도 5월의 숲의 유혹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초록이 짙어져 녹음을 드리운 나무가 있는가 하면, 이제 막 연둣빛 잎사귀를 내밀기 시작하거나 붉은 기운이 도는 연초록 나무 등이 어울려 눈부신 조화를 이루며 숲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설레게 만든다. 등산로 입구는 이미 인파들로 북적였다. 5월의 숲만큼이나 색색의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등산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생기가 넘치는 초록빛 일렁..

[사색의향기] '지구의 날'에 대한 단상 백승훈 시인 (2021.07.29)

■ '지구의 날'에 대한 단상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산 빛이 좋은 계절이다. 연두에서 연록으로, 연록에서 다시 초록으로 짙어지는 산 빛은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눈이 시원해진다.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며 짙어오는 산을 바라볼 때마다 "우주는 매우 어두웠지만 지구는 푸르렀다"고 한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301㎞ 높이에서 1시간 48분 동안 비행하며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에 대한 감회의 한 마디였다. 지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캄캄한 우주에서 푸르게 빛나는 지구를 바라보는 감동의 크기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문밖을 나와 초록의 산들을 바라볼 때의 이 ..

[사색의향기] '꽃을 찾는 사람들' 백승훈 시인 (2021.07.29)

■ 꽃을 찾는 사람들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지난 주말은 지독한 황사로 인해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마치 잿빛 블라인드를 친 것처럼 서울 하늘이 잔뜩 흐려 있어서 창문을 열면 늘 가까이 보이던 도봉산이 사라져 버린 것처럼 아예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간간히 비까지 뿌려대는 통에 아파트 주차장의 차들은 막 사막을 건너온 여행자의 차량처럼 먼지얼룩으로 한껏 더러워졌다. 이런 날은 외출을 하는 것보다는 집안에서 책이나 보는 게 상책이지만 날마다 이 와중에도 꽃들은 날마다 피어나서 나를 자꾸 밖으로 불러낸다. 시시각각으로 짙어오는 초록의 기운이 끊임없이 나를 숲으로 오라 손짓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연두와 초록의 수채화 물감을 뿌려놓은 듯 마냥 싱그럽기만 한 숲. 하지만 알고 보면 숲이야..

[사색의향기] '숲을 바라보다' 백승훈 시인 (2021.07.29)

■ 숲을 바라보다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삶을 영위해 나간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밥을 먹는 일과 같은 것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 당연하던 만남조차 어려워진 요즘이다. 아무리 마스크를 꽁꽁 여미고 외출을 해도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기 두렵고 반가운 친구를 만나도 선뜻 손잡지 못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는 사람들 간의 거리를 강제로 벌려 놓은 대신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들의 거리를 떠나 숲속 오지에서 홀로 살아가는 '자연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는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불안이나 두려움을 자연에서 ..

[사색의향기] '꽃이 진다 꽃이 핀다' 백승훈 시인 (2021.07.28)

■ 꽃이 진다 꽃이 핀다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밤새 비를 맞았을 벚꽃들의 안부가 궁금하여 아침 일찍 은벚나무를 찾아갔더니 비바람에 떨어진 꽃잎들로 바닥이 온통 하얗다. 너무 눈부시어 적요마저 느껴지는 환한 꽃그늘이 좋아 이른 아침마다 꽃나무 아래를 서성이다 돌아오던 요 며칠은 아이처럼 행복했는데 벌써 이렇게 지기 시작하다니…. 꽃이 진 뒤에 초록으로 무성해질 것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닌데도 지는 꽃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일찍이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했던 시인도 있었지만, 간밤에 비바람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밤새 허룩해진 벚나무에선 시나브로 꽃잎이 날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벚꽃은 흩어져도 추하지 않다. 이리저리 바람에 쓸리며 바닥을 뒹..

[사색의향기] '대추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백승훈 시인 (2021.07.28)

■ 대추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비가 내린다. 비 한 번 내릴 때마다 봄은 십 리씩 깊어진다는데 이 비 그치고 나면 서울에도 봄빛이 가득 차서 출렁일 것이다. 100년 만에 제일 빠르게 꽃을 피웠다는 벚꽃은 서울에도 이미 피기 시작했다. 그 중엔 벌써 내리는 비에 꽃잎을 흩어놓는 성질 급한 녀석들도 있다. 이젠 일부러 꽃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문밖만 나서면 세상이 온통 꽃 대궐 속이다. 새로 피어나는 꽃을 볼 때마다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다 보니 휴대폰 속엔 예쁜 꽃 사진들로 넘쳐난다. 틈틈이 찍은 꽃 사진들을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을 때 함께 보내주면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좋아들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만남도 쉽지 않고 꽃구경을 나서기도 쉽지 않은 수..

[사색의향기] '꽃길을 걷는 사람들' 백승훈 시인 (2021.07.28)

■ 꽃길을 걷는 사람들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바야흐로 화란춘성(花爛春盛) 만화방창(萬化方暢)이다. 천지사방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건듯 부는 훈풍에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연록의 새싹들도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가 싶더니 어느새 대지를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바람꽃을 찾아 세정사 계곡에 다녀온 지 일주일 만에 변산바람꽃을 보러 또다시 안양 수리산엘 다녀왔으니 이쯤 되면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난 게 분명하다. 하지만 바람 중에 가장 멋진 바람이 꽃바람이 아니던가. 야생화를 보러 나서는 걸음은 언제라도 경쾌하고 설렌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우리 인간도 진화 기간 중 99.5%를 자연환경에서 보내온 터라 본능적으로 자연에 끌린다. 그래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의 장소와 소리를 선호하고 ..

[사색의향기] '곶자왈의 백서향 향기' 백승훈 시인 (2021.07.28)

■ 곶자왈의 백서향 향기 / 백승훈 시인 “바람 부는 날이면 모든 길이 바다로 간다.” 어느 시인의 말이다. 굳이 이 말을 떠올린 것은 꽃바람의 진원지를 찾아 바다 건너 바람 부는 제주에 왔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봄은 오고야 말 테지만 코로나로 인해 숨 막히듯 답답한 겨울을 보낸 뒤라서 남보다 앞서 봄을 만나고픈 마음이 컸다. 굳이 제주를 찾은 또 하나의 이유는 곶자왈을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생태나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곶자왈 방문은 일종의 성지순례와도 같다. 곶자왈이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된 고유 제주 방언이다. 곶은 숲을 뜻하고, 자왈은 표준어로 ‘덤불에 해당한다. 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의 독특한 지형으로 청수 곶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