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2317

[구자문 칼럼] '꽃을 보며 가꾸며' 구자문 교수 (2021.08.24)

■ 꽃을 보며 가꾸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 우리집 발코니에 심어 놓은 한그루 무궁화가 2년 만에 꽃이 피고 있다. 몇 년전 수목원을 운영하는 대학선배에게서 얻은 것인데, 아주 흰색이다. 필때마다 사진을 찍어 놓는데, 어제는 밤에 찍어보니 흰색 눈부심이 도드라지며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이를 아는 분들에게 카톡으로 보냈더니 모두들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쏟아낸다. 우리나라 무궁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과 발코니 정원에서도 이 꽃을 피워 낼 수 있음이 기쁘다. 그 선배님은 수목원에 갖가지 무궁화를 가꾸고 계신데, 하나 얻어온 것이 잘 자라고 꽃이 피니, 언제 보여드리며 자랑이라도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다. 내 주위에는 꽃을 좋아하고 키우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요즈음 자주 가는 동향 후배 부부가 아들과 함께..

[사색의향기] '저만치에 가을이' 백승훈 시인 (2021.08.20)

■ 저만치에 가을이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고추잠자리가 날고 있다. 어디서 왔을까. 창 너머로 보이는 초등학교 담장 곁에 서 있는 가죽나무 우듬지 위로 무리 지어 날고, 멀리 보이는 도봉산의 암봉 뒤로는 끝없이 흰 뭉게구름이 피어올라 파란 하늘의 빈틈을 메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가을을 예감한다. 그러고 보니 입추가 지난 뒤에도 지칠 줄 모르고 그악스럽게 울어대며 밤잠을 설치게 하던 매미소리도 어느 결엔가 잦아들었다. 저녁나절 천변을 걸으면 맹위를 떨치던 폭염도 사라졌는지 불어오는 바람결엔 서늘한 기운이 스며있어 가을을 예감하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 변변한 나들이 한 번 못해 보고 지낸 여름이라서 은연중에 빨리 가을이 오길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

[고두현의 문화살롱] 곤충학자를 꿈꿨던 화가 고흐 (2021.08.14)

■ 곤충학자를 꿈꿨던 화가 고흐 / 고두현 시인 빈센트 반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시기는 1889년 6월이었다. 고흐는 그때 프랑스 남부 생레미 요양소에서 밤하늘의 별무리를 소용돌이치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사람들은 이를 고흐의 정신질환 때문인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현대 과학자들이 그림을 분석한 결과 당시 하늘의 별자리와 은하수가 정확히 그 자리에 있었다. 고흐가 이듬해 오베르에서 그린 ‘밤의 하얀집’의 노란 별도 1890년 6월 16일 저녁 7시에 유난히 크게 반짝인 금성인 것으로 확인했다. 고흐의 관찰력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그는 아침부터 들판에 나가 온갖 곤충들을 지켜봤다. 몇 시간씩 개울 둑에 앉아 물방개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는 곤충들을 과학자처럼 찬찬히 관찰하면..

[고두현의 문화살롱] 시인 괴테는 뛰어난 생물·광물학자였다 (2021.08.13)

■ 시인 괴테는 뛰어난 생물·광물학자였다 / 고두현 시인 18세기 유럽 전래된 은행나무 연구 연애편지에 시·은행잎 함께 보내 희귀광석 수집 .. 수석만 6500개 그의 이름 딴 괴테꽃·괴테石까지 "모든 과학은 시에서 태어났다" 인문·과학정신, 문학으로 융합 유럽 사람들은 은행나무를 18세기 초에 처음 보았다. 원산지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래된 은행나무의 후손이었다. 한 독일인 의사가 일본에서 근무하다 귀국할 때 종자를 갖고 갔다. 독일 시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은행나무에 무척 매료됐다. 괴테는 정원에 심어둔 나무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생육 과정을 일일이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부채 모양의 잎에 특별히 관심을 가졌다. 나무가 어릴 땐 부채꼴의 절개선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시..

[세상읽기] '평범한 두뇌를 가진 나의 최선의 수' 조갑룡 (2021.08.12)

■ 평범한 두뇌를 가진 나의 최선의 수 / 조갑룡 고등학생이 번지점프대에 섰다. 올라갈 때의 의기양양한 모습과는 달리 갑자기 손잡이를 잡고 얼어붙어 버렸다. 아무리 구슬려도 안 된다. 그때 누가 한마디 했다. 바로 뛰어내렸다. “내신(內申)에 반영한다”였다. 성적에 대한 학생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우스갯소리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방법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 건가?’. 학창시절 우리 모두의 화두였다. 대체로 공부를 잘하면, ‘머리가 좋다’고 한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무엇일까? 뇌신경 전문가들의 답은 뇌에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뇌의 특성에 맞추어서 노력한 결과라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일단 뇌에 정..

[김태환의 지식카페] 비정한 생존논리 저편엔.. 화려한 아름다움을 향한 진화도 일어난다 (2021.08.12)

■ 비정한 생존논리 저편엔.. 화려한 아름다움을 향한 진화도 일어난다 / 김태환 서울대 교수 사슴이 가진 멋진 뿔과 달리 빈약하고 볼품없는 다리.. 그러나 사자 나타나 도망갈 땐 뿔과 다리의 가치 전도 깃 활짝 편 공작·아름답게 노래하는 새들.. 생존엔 역행하지만 암컷 선택 따른 번식 이점이 단점 상쇄하고도 남아 사슴이 물가에서 물을 마시다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았다. 크고 다채롭게 뻗어 있는 멋진 뿔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에 비하면 다리는 너무나 가늘고 허약해 보여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그때 사자가 나타났다. 사슴은 죽어라고 뛰어서 사자를 상당히 따돌렸다. 하지만 숲길로 들어섰을 때 뿔이 나무에 걸려 사자에게 꼼짝없이 잡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사슴은 탄식했다. “미덥지 못하던 다리가 나를..

[고두현의 문화살롱] 땅속 7년, 땅 위 한 달.. '맴맴' 애절한 세레나데 (2021.08.12)

■ 땅속 7년, 땅 위 한 달..'맴맴' 애절한 세레나데 / 고두현 시인 '여름 가객' 매미의 사생활 생애 99.9% 땅밑 애벌레로 '대기' 허물 벗고 4주 살며 짝짓기 집중 울음 소리는 암컷 향한 사랑歌 수컷끼리 구애 경쟁.. 오디션 방불 복부 진동막 울리는 '북소리 원리' 열대야·조명 탓 밤에도 '고성방가' 매미의 일생은 한 달이다. 아니, 7년이나 된다. 땅속에서 평균 83개월을 지내고 지상에서 1개월 남짓 산다. 애벌레 시절 나무 아래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낸 뒤 땅 위로 나온다. 그러니까 생애의 99.99%가 미성년 시기다.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 가지나 잎 뒤에 붙은 채 2~3시간 허물 벗는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어른이 된다. 어른의 시간은 대부분 짝을 찾는 데 보낸다. 짝짓기 이후 암컷은 나무..

[사색의향기] '꼬리명주나비를 찾아서' 백승훈 시인 (2021.08.12)

■ 꼬리명주나비를 찾아서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과연 이 여름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무덥고 지루하기만 한 올 여름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지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지루한 여름을 나는데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그 중에도 시집을 가까이 두고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심심하고 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서 시를 읽고,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 시를 읽는다고 했다. 내가 시를 읽는 이유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나비는 순식간에 째크나이프처럼 날개를 접었다 펼쳤다 도대체 그에게는 삶에서의..

[사색의향기] '쥐방울덩굴을 보며' 백승훈 시인 (2021.08.10)

■ 쥐방울덩굴을 보며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모처럼 비가 내리고 있다. 연일 40℃ 전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한껏 달구어진 대지의 열기를 식히며 비가 내리고 있다.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가는 이 마당에 내리는 단비가 아닐 수 없다.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풀과 나무들도 비를 반기는 듯 다소곳이 비를 맞으며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담장 위의 능소화와 배롱나무 꽃이 빗방울의 간질임을 견디지 못하고 이따금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지만 여전히 고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시대, 문밖을 나설 때면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마스크는 잠시만 써도 금세 인중이 축축해주고 들..

[과학칼럼] '행복해지고 싶어도 쉽게 행복하지 못한 이유' 장동선 뇌과학 박사 (2021.08.02)

그 어느 때보다 몸의 건강과 마음의 힐링이 중요해진 지금, 모두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넓은 의미의 치유를 도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자연과 과학, 기술 안에서 찾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장동선의 치유하는 과학] 행복해지고 싶어도 쉽게 행복하지 못한 이유 삶은 예측하기 어렵다. 언제 병에 걸릴지, 사고를 당할지, 갑자기 삶이 끝나버릴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본질적으로 예측이 안 되는 삶을 살지만, 이 불가능을 극복하고자 늘 예측을 시도하는 것이 우리의 뇌다. 뇌가 존재하는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이라고 뇌과학자들은 이야기한다. 모든 일을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협하는 신호들에 민감하다. 병, 사고, 죽음처럼 부정적인 자극에 뇌는 더 많은 주의와 관심을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