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가난한 11월을 / 손광성 11월은 가을이 아니다. 겨울도 아니다. 11월은 늦가을과 초겨울이 만나는 그 언저리 어디쯤이다. 입동(立冬)과 소설(小雪)이 들어 있지만 그것은 달력 속의 절후에 지나지 않는다. 비가 오다가 눈이 되기도 하고, 눈이 다시 비로 변하는 달, 진눈깨비의 달, 노란 산국화도 보랏빛 쑥부쟁이며 구절초도 11월에는 모두 빛을 잃는다. 도요새와 기러기와 그리고 갈까마귀 같은 철새들이 날아오고 또 날아가는 계절. 초록이 바래버린 덤불에서 작은 열매들이 마지막 햇볕을 즐기고 있을 때, 새들은 높이 날아 멀리 길을 떠난다. 떠나는 것이 어디 철새들만이겠는가. 11월이 되면 마음이 먼저 길을 떠난다. 무엇을 잃은 것 같아 차표를 사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밤차에 몸을 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