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팝나무 꽃 필 무렵 / 목성균 진달래꽃이 노을처럼 져 버리면 섭섭한 마음을 채워 주듯 조팝나무 꽃이 핀다. 조팝나무 꽃은 고갯길 초입머리, 산발치, 산밭 두둑 같은 양지바른 곳 여기저기 한 무더기씩 하얗게 핀다. 조팝나무 꽃은 멀리서 건너다 봐야 아름답다. 가깝게 보면 자디잔 꽃잎들이 소박할 뿐 별 볼품이 없으나 건너다보면 하얀 꽃무더기가 가난한 유생 댁의 과년瓜年에 채 못 미친 외동딸처럼 깨끗하고 얌전하다. 내 기억에 의하면 조팝나무 꽃이 필 때의 산골 동네는 고요했다. 그러나 적막하지는 않다. 무슨 예사롭지 않은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고요함이다. 이윽고 명주 필을 찢는 듯한 돼지 멱따는 소리가 그 고요를 찢어놓는다. 그 소리는 단말마의 비명이 아니다. 어느 소프라노 가수도 이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