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의 미학 / 조지훈 돌의 맛─그것도 낙목한천(落木寒天)의 이끼 마른 수석(瘦石)의 묘경(妙境)을 모르고서는 동양의 진수를 얻었달 수가 없다. 옛 사람들의 마당귀에 작은 바위를 옮겨다 놓고 물을 주어 이끼를 앉히는 거라든지, 흰 화선지 위에 붓을 들어 아주 생략되고 추상된 기골이 늠연(凜然)한 한 덩어리의 물체를 그려 놓고 이름하여 석수도(石壽圖)라고 바라보고 좋아하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흐뭇해진다. 무미한 속에서 최상의 미를 맛보고, 적연부동(寂然不動)한 가운데서 뇌성벽력(雷聲霹靂)을 듣기도 하고, 눈 감고 줄 없는 거문고를 타는 마음이 모두 이 돌의 미학에 통해 있기 때문이다. 동양화, 더구나 수묵화의 정신은 애초에 사실이 아니었다. 파초 잎새 위에 백설을 듬뿍 실어놓기도 하고, 10리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