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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읽기] 「소년병과 들국화」 남미영 (2020.04.08)

● 소년병과 들국화 / 남미영 (동화작가) 밀고 밀리던 전쟁이 잠깐 멈춘 고요한 아침. 언덕 위에 서 있는 늙은 느티나무를 향해 한 병사가 열심히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병사는 한 손에 총을 불끈 움켜쥐고 몸을 납작 엎드린 채 배와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고 있다. 고개를 들면 어딘가에 ..

[명시감상] 명자꽃 만나면 목필균, 고모 생각 권기택, 책 김현승 (2020.04.07)

● 명자꽃 만나면 / 목필균 쑥쑥 새순 돋는 봄날 명자야 명자야 부르면 시골티 물씬 나는 명자가 달려 나올 것 같다 꽃샘바람 스러진 날 달려가다가 넘어진 무릎 갈려진 살갗에 맺혀진 핏방울처럼 마른 가지 붉은 명자꽃 촘촘하게 맺힌 날 사랑도 명자꽃 같은 것이리라 흔해 빠진 이름으..

[명작수필] '무소유' 법정스님 (2020.04.07)

● 무소유(無所有) / 법정스님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 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 여섯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評判) 이것 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K. 크리팔라니가 엮은 《간디어록》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 분수로는.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 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

[명작수필] 그 여름 베짱이의 마지막 연극 김우종 (2020.04.07)

● 그 여름 베짱이의 마지막 연극 / 김우종 그해 여름이 유난히 길고 무덥게 느껴졌던 것은 날씨 탓만이 아니었다. 구치소에서 돌아온 후 나는 대학 강단에서도 물러났다. 출판한 책이 긴급조치법으로 판매금지가 되자 글 쓸 일도 드물어졌다. 그리고 가깝던 친구의 전화도 거의 끊기었다..

[명작수필] 아버지의 뒷모습 주쯔칭 - 背影 朱自清 (2020.04.07)

● 아버지의 뒷모습 / 지은이 주쯔칭, 옮긴이 허세욱 벌써 2년이 넘도록 아버지를 뵙지 못했다. 지금도 가슴을 허비는 것은 내 아버지의 뒷모습이다. 그해 겨울, 별안간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데다 아버지마저 실직하셨으니, 우리 집의 불행은 겹으로 닥친 셈이다. 나는 북경에서 부음을 받..

[명작수필] 「어린이 찬미」 방정환 (2019.04.07)

● 어린이 찬미 / 방정환(方定煥) (1)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앞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달게 자고 있다. 볕 좋은 첫 여름 조용한 오후이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 중 고요한 것만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 중 훌륭한 평화만을..

[명작수필] 「지조론-변절자를 위하여」 조지훈 (2020.04.07)

● 지조론(志操論) / 조지훈(趙芝薰) ―변절자(變節者)를 위하여 지조란 것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지조가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위하여 얼마나 값지고, 그것이 국민의 교화에 미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