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임의진의 시골편지] 북극여우와 여관

북극여우와 여관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북극여우와 여관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강원도에선 여우를 영깽이라고 한다. 강원도민 율곡 선생이 십만 양병설을 주장할 때도 영깽이를 들먹이셨다는 우스갯소리. “왜눔들이 움메나 빡신지 영깽이(여우) 같애가지고요. news.v.daum.net 강원도에선 여우를 영깽이라고 한다. 강원도민 율곡 선생이 십만 양병설을 주장할 때도 영깽이를 들먹이셨다는 우스갯소리. “왜눔들이 움메나 빡신지 영깽이(여우) 같애가지고요. 조총이란 것을 맹글었는데요. 쪼그마한 구녕을 뚤봐서 눈까리를 들이대고 존주어서리 들이 쏘며는요. 쎄사리가 빠지쟌소. 일이만은 택도 없고 십만 군사는 길러내야 떼까리로 뎀비도 끄떡없지비요.” 조선시대에도 야생에 흔했던 여우, 여시, 영..

[임의진의 시골편지] 수고한 이들에게

수고한 이들에게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수고한 이들에게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라틴어 ‘라보라레(Laborare)’에는 ‘일하다’라는 뜻과 함께 ‘고생하다’라는 뜻도 포함된다. 수도승 ‘프란체스코 드 살’은 말하기를 “각자의 구두에 작은 돌멩이들을 집어넣은 news.v.daum.net 경향신문] 라틴어 ‘라보라레(Laborare)’에는 ‘일하다’라는 뜻과 함께 ‘고생하다’라는 뜻도 포함된다. 수도승 ‘프란체스코 드 살’은 말하기를 “각자의 구두에 작은 돌멩이들을 집어넣은 뒤 그걸 신고 길을 나선 것이 바로 우리 인생”이라고 했다. 다들 발바닥이 얼마나 아플까. 어느 라디오 방송에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인사말로 방송문을 연다. 찡하니 마음에 위로가 되는 멘트다..

[임의진의 시골편지] 근사한 유리창

근사한 유리창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근사한 유리창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겨울엔 고구마를 간식 삼아 자주 먹는다. 난롯불에 구운 고구마는 혀에 닿자마자 녹는다. 나도 먹고 강아지도 먹이고 하면서 둘이 볼살이 통통 올랐다. 고구마를 먹으면서 창문 밖을 news.v.daum.net 겨울엔 고구마를 간식 삼아 자주 먹는다. 난롯불에 구운 고구마는 혀에 닿자마자 녹는다. 나도 먹고 강아지도 먹이고 하면서 둘이 볼살이 통통 올랐다. 고구마를 먹으면서 창문 밖을 똑같이 바라본다. 하루 일과의 꽤 많은 시간을 창문 밖 구경에다 쓴다. 신문 방송에서 보는 다사다난한 바깥 세계와는 다른 ‘내면과 자연의 세계’를 마주하는 유리창. 나란한 신발과 얼멍얼멍 자란 수풀과 아물거리는 별빛이 내다보이..

[임의진의 시골편지] 오십대

오십대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오십대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만화가 ‘히로카네 겐시’는 오십대 중년 시기를 잘 사는 6가지 비법을 소개했는데, 1. 작은 욕심 부리기(예컨대 따뜻한 찌개를 안주 삼아 마시는 술 한 잔의 즐거움. 싸고 맛있는 세 news.v.daum.net 만화가 ‘히로카네 겐시’는 오십대 중년 시기를 잘 사는 6가지 비법을 소개했는데, 1. 작은 욕심 부리기(예컨대 따뜻한 찌개를 안주 삼아 마시는 술 한 잔의 즐거움. 싸고 맛있는 세계의 즐거움이 있음), 2. 과거 따위 돌아보지 않기(묵은 감정 깨끗이 정리하고 이름조차 잊기. 가슴 뛰지 않는 물건 버리기), 3. 망설임 없이 즐거움으로 향하기(언제 죽을지 모르니 매일을 진지하게 즐기고, 오래 살지 모르니 배우..

[임의진의 시골편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밤새 목화꽃처럼 탐스러운 눈이 소르르 내렸다. 개울가 수렁논배미도 딱딱하게 얼어붙어 고두밥만큼 부풀었다. 성크름한 바람이 불긴 하지만 햇살이 따뜻해설랑 눈은 아침나절에 녹 news.v.daum.net 밤새 목화꽃처럼 탐스러운 눈이 소르르 내렸다. 개울가 수렁논배미도 딱딱하게 얼어붙어 고두밥만큼 부풀었다. 성크름한 바람이 불긴 하지만 햇살이 따뜻해설랑 눈은 아침나절에 녹아버렸다. 마당에 있는 바위옹두라지에 개가 앉아 털을 고르면서 해바라기를 즐겼다. 개처럼 사람들도 가만히 앉아 비루하고 추저분한 인생을 추스를 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염치도 부끄러움도 없이 다시..

[임의진의 시골편지] 그리운 사람의 별명

그리운 사람의 별명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그리운 사람의 별명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북쪽 황해도에선 장인을 가시아바이, 장모는 가시오마니라고 부르고 친정은 가싯집이라 한단다. 신혼초야를 마치고 가싯집에 인사를 가는데, 닭과 술과 떡을 장만했다. 바보 신랑은 news.v.daum.net 북쪽 황해도에선 장인을 가시아바이, 장모는 가시오마니라고 부르고 친정은 가싯집이라 한단다. 신혼초야를 마치고 가싯집에 인사를 가는데, 닭과 술과 떡을 장만했다. 바보 신랑은 닭이 생각이 안 나 ‘꺽거덕 푸드덕’. 술은 ‘울르렁 출르렁’. 떡은 ‘찐덕찐덕’. “허허. 이름도 하나 기억을 못하는 바보천치 사위를 얻었구먼. 불쌍한 내 딸.” 가시오마니는 열불이 터져 울었다. 신랑은 주는 대로 덥석 ..

[임의진의 시골편지] 공기청정기

공기청정기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공기청정기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 news.v.daum.net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연 새 옷 입고 분홍신 갈아 신고….” 산에는 분홍빛깔 진달래가 움을 틔우거나 기지개를 켜고, 성질 급한 매화 무당은 벌써 방울을 쩔렁이면서 굿판을 벌일 태세다. 어차피 오실 손님이기에 어서 오시라 반기련다. 삼한사온은 옛날 얘..

[임의진의 시골편지] 세 가지 자랑

세 가지 자랑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세 가지 자랑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설 명절. 오랜만에 사람 소리가 담을 넘는 집집들. 영화 에서 이소룡이 한 놈씩 덤비면 ‘꺄아악’ 소리를 지르며 격파(?)해가는 것처럼, 첫째부터 막내까지 우르르 몰려온 ‘ news.v.daum.net 설 명절. 오랜만에 사람 소리가 담을 넘는 집집들. 영화 에서 이소룡이 한 놈씩 덤비면 ‘꺄아악’ 소리를 지르며 격파(?)해가는 것처럼, 첫째부터 막내까지 우르르 몰려온 ‘가족 난리’를 잘 치러냈다. 대개 할아버지들은 손주 사랑이 각별한데, 늘 그렇듯 두 번 고맙다. 한 번은 와주니 고맙고 두 번은 가주니 고맙다. 배며 사과며 통조림, 식용유까지 오랜만에 선물세트로 살림이 늘었겠다. 나는 그런 걸 사올 ..

[임의진의 시골편지] 짜라빠빠

짜라빠빠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짜라빠빠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비틀스의 노래 가운데 ‘예순네 살이 되었을 때’가 있다. 웬 아임 식스티 포. “시간이 흘러간 뒤에 머리숱도 없어지고, 나이는 지긋해져도, 밸런타인데이 때나 아니면 생일날 내게 news.v.daum.net 비틀스의 노래 가운데 ‘예순네 살이 되었을 때’가 있다. 웬 아임 식스티 포. “시간이 흘러간 뒤에 머리숱도 없어지고, 나이는 지긋해져도, 밸런타인데이 때나 아니면 생일날 내게 와인과 엽서를 보내주고 그러실 거죠? 당신은 따뜻한 난롯불 곁에서 스웨터를 짜세요. 일요일 아침이면 드라이브도 같이 가요. 꽃 마당을 돌보며 잡초도 뽑을게요. 예순네 살 때에도 당신에게 나는 필요한 존재겠죠? 근검절약하다 보면 여름마다 ..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 숟가락의 깊이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 숟가락의 깊이 (daum.net)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 숟가락의 깊이 연속적으로 산다. 띄엄띄엄 살 수 없는 게 목숨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나날 중에 숟가락을 들지 않은 적 하루도 없다. 이력(履歷)이란 신발이 돌아다닌 역사란 뜻이지만 그 고단한 방황을 가능 news.v.daum.net 연속적으로 산다. 띄엄띄엄 살 수 없는 게 목숨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나날 중에 숟가락을 들지 않은 적 하루도 없다. 이력(履歷)이란 신발이 돌아다닌 역사란 뜻이지만 그 고단한 방황을 가능케 한 건 따로 있으니 숟가락이 실어나른 밥심의 집합과 발산이겠다. 무정한 숟가락에 강렬한 인상 하나를 얹은 건,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꼬방동네 사람들》의 독후감 덕분이다. 밑바닥에서 맨몸으로 뒹굴며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