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詩想과 세상] 소금쟁이

[詩想과 세상] 소금쟁이 (daum.net) [詩想과 세상] 소금쟁이 물의 거죽이 커터 칼날처럼 반짝인다 가라앉고 싶어도 가라앉을 수 없는 슬픔의 표면장력으로 한 발 한 발 물 위를 걷는다 물 위는 절망과 두려움에 주저앉지 않으려고 몸이 물보다 가벼워진 이 news.v.daum.net 물의 거죽이 커터 칼날처럼 반짝인다 가라앉고 싶어도 가라앉을 수 없는 슬픔의 표면장력으로 한 발 한 발 물 위를 걷는다 물 위는 절망과 두려움에 주저앉지 않으려고 몸이 물보다 가벼워진 이가 홀로 걷기 좋은 곳 임경묵(1970~) 개울이나 연못, 물웅덩이에는 여러 생물이 산다. 붕어는 물속에 살고, 개구리는 물 안팎을 자유로이 왕래하고, 소금쟁이는 물 위에 떠 있다. 각자 있어야 할 자리에 존재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서로의 ..

[詩想과 세상] 퇴락한 꽃

[詩想과 세상] 퇴락한 꽃 (daum.net) [詩想과 세상] 퇴락한 꽃 그 진흙밭 속에서 이해도 득실도 아랑곳없이 다만 이고 지고 모시고 가는 일념만을 올곧게 뽑아 올려 피운 저 연꽃들이 여름날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즈막 겉과 속이, 말과 삶이 영 다른 퇴락한 news.v.daum.net 그 진흙밭 속에서 이해도 득실도 아랑곳없이 다만 이고 지고 모시고 가는 일념만을 올곧게 뽑아 올려 피운 저 연꽃들이 여름날 얼마나 아름다운가.이즈막 겉과 속이, 말과 삶이 영 다른 퇴락한 꽃들이 나는 오늘도 신문지상 활자 갈피에서 툭툭 지고 있는 걸 읽는다. 뜻하지 않게 기득권에 안주한 말라비틀어진 내로남불의 헛꽃들, 그래도 지난날 순결한 젊음으로 역사 앞에 핀 적이 있었지.홍신선(1944~) 시인은 “가재골 우거에 ..

[詩想과 세상] 여름방학

[詩想과 세상] 여름방학 (daum.net) [詩想과 세상] 여름방학 어린 새가 전깃줄에 앉아 허공을 주시한다 한참을 골똘하더니 중심을 잃고서 불안한 오늘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나의 비행은 어두운 뒤에서 이루어졌다 학교 뒷산, 농협창고 뒤, 극장 뒷골목 불 news.v.daum.net 어린 새가 전깃줄에 앉아 허공을 주시한다 한참을 골똘하더니 중심을 잃고서 불안한 오늘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나의 비행은 어두운 뒤에서 이루어졌다 학교 뒷산, 농협창고 뒤, 극장 뒷골목 불을 켜지 않은 뒤편은 넘어지거나 자빠지는 일의 연속이었지만 뒤보다 앞이 캄캄하던 시절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앞뒤를 가리지 않았다 백열등을 깨고 담배연기 자욱한 친구의 자취방을 박차고 나온 날, 전깃줄에 걸린 별 하나가 등을 쪼아 댔다 숙제 같은..

[詩想과 세상] 말복 더위

그림을 그리려고 앉았더니 더위가 문제다. 실상은 시를 쓰고 있으면서 왜 그림을 그린다 하는가? 다른 행동을 하는 다른 인물을 써내면서 자판 앞에 앉은 자신을 지우려 함인가? 아니면 그림을 그리듯, 이라는 말처럼 시쓰기에 대한 일종의 비유로 이런 말을 하는가? 지우려 지우려 해도 끈질기게 거기 버티고 있는 자 누구인가? 그림 그리는 자들도 자신을 그림 속 주연으로 그려넣곤 하는가? 이를 테면 외젠 들라크루아의 이라는 그림 속에 들라크루아 자신을 그려넣기, 아니면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는 수많은 감독들, 앨프리드 히치콕, 로만 폴란스키, 마틴 스코세이지, 우디 앨런, 쿠엔틴 타란티노, 박찬욱, 봉준호까지도! 이때 끈질기게 이들을 촬영하는 자 누구인가? 거기 절대적인 시선, 누구인가? 역시나 더위가 문제다. 그..

[명시감상] '보목리 사람들' '수평선' '서귀포에 와서는' 한기팔

■ 서귀포(西歸浦)에 와서는 / 한기팔 서귀포(西歸浦)에 와서는 누구나 한 번은 울어버린다 푸른 바다가 서러워서 울고 하늘이 푸르러서 울어버린다 촉새야 촉새야 소남머리 거벵이 바위틈에 앉아 우는 외짝눈이 촉새야 바람이 불면 어찌하리요 노을이 지면 어찌하리요 물결은 달려오다 무너지며 섬 하나를 밀어올린다 하얀 근심이 이는 날 저문 바다 먼 파도 바라보며 울고 사랑이 그리움만큼 수평선(水平線) 바라보며 울어버린다 ○ 한기팔 시인 * 1937년 제주 서귀포 보목 출생 * 1975년 『심상』 1월호에 『원경』 『꽃』 『노을』 등이 박목월 시인 추천으 로 신인상에 당선하여 등단 * 시집으로 『서귀포』 『불을 지피며』 『마라도』 『풀잎소리 서러운 날』 『바람의 초상』 『말과 침묵 사이』 『별의 방목』 『순비기꽃』 ..

동행(同行) 반복(反復)

☆ 동행(同行) 같은 길을 걷는 게 아닌 다른 길을 함께 걷는 것 ☆ 반복(反復) 파도는 지침이 없이 수만 년을 너울치고 있다 우리가 파도의 백만분의 일만큼이라도 반복할 수 있다면 못 이룰 꿈이 없으리라! ☆ 이 하늘 이 땅 끝에서 / 한기팔 내 이름 불러줄 아무도 없는 이 땅 끝에서 나는 들불처럼 외로웠다 나를 스쳐간 바람은 빈 들을 건너며 하루의 허무를 흔들고 가지만 바람길에 갈리는 먼 길 그 막막함이여 안개등이 켜지는 황혼 무렵이면 하늘은 왜 저리 눈부시게 고운지 나는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며 살아간다 / 2022.08.14 옮겨 적음 [사진 촬영] 2022.08.13(토) 서귀포 자구리해안 문화예술공원에서 https://youtu.be/MjCgI0xAOMQ https://youtu.be/vFF2..

[명시감상] '이 하늘 이 땅 끝에서' 한기팔

■ 동행(同行) 같은 길을 걷는 게 아닌 다른 길을 함께 걷는 것 ■ 반복(反復) 파도는 지침이 없이 수만 년을 너울치고 있다 우리가 파도의 백만분의 일만큼이라도 반복할 수 있다면 못 이룰 꿈이 없으리라! ■ 이 하늘 이 땅 끝에서 / 한기팔 내 이름 불러줄 아무도 없는 이 땅 끝에서 나는 들불처럼 외로웠다 나를 스쳐간 바람은 빈 들을 건너며 하루의 허무를 흔들고 가지만 바람길에 갈리는 먼 길 그 막막함이여 안개등이 켜지는 황혼 무렵이면 하늘은 왜 저리 눈부시게 고운지 나는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며 살아간다 / 2022.08.14 옮겨 적음 [사진 촬영] 2022.08.13(토) 서귀포 자구리해안 문화예술공원에서 https://youtu.be/MjCgI0xAOMQ https://youtu.be/vFF2..

[임의진의 시골편지] 된장국

된장국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된장국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잠수했다가 나와도 절대 물에 젖지 않는 건 갈릴리 예수님하고 백두산 천지 산신령 할아버지뿐일 게다. 백두산 천지를 보면 우리는 눈두덩부터 축축이 젖고 만다. 백두산에서 손사랑 news.v.daum.net 잠수했다가 나와도 절대 물에 젖지 않는 건 갈릴리 예수님하고 백두산 천지 산신령 할아버지뿐일 게다. 백두산 천지를 보면 우리는 눈두덩부터 축축이 젖고 만다. 백두산에서 손사랑짓 핑거 하트를 날리던 북쪽나라 위원장은 이번 추석에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나는 뒤늦게 찾아온 몸살기운에 누워 지냈다. 고위급 백수의 3대 필수품이라는 ‘안막 커튼, 국가대표 추리닝, 세줄 그어진 어딜갔스표 슬리퍼’를 가까이했다. 명절 백수의 ..

[임의진의 시골편지] 굴뚝 연기

굴뚝 연기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굴뚝 연기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산 밑으로 내려가면 지평선이 펼쳐진 동네. 수평선을 보며 살았는데 이처럼 들녘 끝을 보며 살게 될 줄이야. 대지를 달려온 세찬 바람은 태극기에 닿자 몽돌 해변처럼 찰파닥 소리를 news.v.daum.net 산 밑으로 내려가면 지평선이 펼쳐진 동네. 수평선을 보며 살았는데 이처럼 들녘 끝을 보며 살게 될 줄이야. 대지를 달려온 세찬 바람은 태극기에 닿자 몽돌 해변처럼 찰파닥 소리를 낸다. 만국기가 펄럭이던 가을운동회를 기억하는가. 학교 운동장에 들어가 볼까 하다가 모래바람이 불어 무르춤하였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높이 걸린 태극기는 K팝 아이돌만큼 신이 나서 혼자 춤춘다. 퇴근하고 돌아온 사오정에게 부인이 그랬다..

[임의진의 시골편지] 점순이

점순이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점순이 [임의진의 시골편지] [경향신문] 요새 아이들은 이름도 참 예뻐. 내 또래만 해도 나온 순서대로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 어디 몸뚱이에 점만 보이면 점만이 점택이 점순이 점례. 이름이 진짜 점순이였던 누나 친구가 news.v.daum.net 요새 아이들은 이름도 참 예뻐. 내 또래만 해도 나온 순서대로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 어디 몸뚱이에 점만 보이면 점만이 점택이 점순이 점례. 이름이 진짜 점순이였던 누나 친구가 있었어. 점순이 누나는 하필 얼굴에 큰 점이 있어가지고 온갖 놀림을 받고 자랐어. 그동안 고산 오지만을 수십 차례 오르내리며 직사광선 자외선 마사지를 너무 많이 받고 다녔다. 눈 밑에 기미가 생기고 보이지 않던 점들이 우수수. 집에 틀어박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