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진흙밭 속에서 이해도 득실도 아랑곳없이 다만 이고 지고 모시고 가는 일념만을 올곧게 뽑아 올려 피운 저 연꽃들이 여름날 얼마나 아름다운가.이즈막 겉과 속이, 말과 삶이 영 다른 퇴락한 꽃들이 나는 오늘도 신문지상 활자 갈피에서 툭툭 지고 있는 걸 읽는다. 뜻하지 않게 기득권에 안주한 말라비틀어진 내로남불의 헛꽃들, 그래도 지난날 순결한 젊음으로 역사 앞에 핀 적이 있었지.홍신선(1944~)
시인은 “가재골 우거에 와 묻힌 뒤” 이 시를 썼다고 한다. 그곳에서 풋나무와 뭇짐승, 갖가지 자연현상을 경전처럼 받들며 살고 있다. 속세를 떠난 삶은 아닌지라 시인은 이른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펼친다. 신문을 읽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민생은 나 몰라라 한 채 기득권만 지키려는, “말과 삶이 영 다른 퇴락한” 기사로 가득 차 있으니 그럴 수밖에. 정의와 공정, 상식은 사라지고 “내로남불의 헛꽃들”만 피어 있다. 한때 순정했던 꽃인지라 더 마음이 아프다.
시인은 연꽃이 활짝 핀 연못가를 거닌다.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올린 ‘진흙밭’은 속세와 다를 바 없다. 연꽃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고귀한 자태를 뽐낸다.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위대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중생을 “이고 지고 모시”는 사이, 수면 위로 우뚝 솟은 연꽃처럼 청정한 삶. 반면 쉬이 불의와 타협한 사람들도 있다. 올곧은 일념의 깨달음까진 아닐지라도 “순결한 젊음”은 되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정수 시인ㅣ경향신문 2022.08.01
/ 2022.08.16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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