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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화의 미술시간]〈162〉피카소와 손녀

피카소와 손녀[이은화의 미술시간]〈162〉 (daum.net) 피카소와 손녀[이은화의 미술시간]〈162〉 파블로 피카소 ‘안락의자에 앉은 올가의 초상’, 1918년.유명 예술가나 수집가의 죽음은 미술시장을 들썩이게 한다. 작품이 대거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1973년 파블로 피카소가 유언 없 news.v.daum.net 유명 예술가나 수집가의 죽음은 미술시장을 들썩이게 한다. 작품이 대거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1973년 파블로 피카소가 유언 없이 사망하자, 손녀 마리나는 1만 점이 넘는 작품을 포함해 유산의 5분의 1을 상속받았다. 그녀는 유작들을 냉정하게 처분하기 시작했는데, 2015년에는 대거 경매에 내놓았다. 비참했던 어린 시절을 잊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

[이은화의 미술시간]〈161〉기이한 가족 그림

기이한 가족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161〉 (daum.net) 기이한 가족 그림[이은화의 미술시간]〈161〉 호아킨 소로야, ‘엄마’, 1895∼1900년.침대에 누운 엄마와 아기를 그린 가족화다. 그런데 설정이 기이하다. 침구는 물론이고 벽면까지 모두 흰색에다 아무런 장식이 없고, 이불 위로는 두 사람의 news.v.daum.net 침대에 누운 엄마와 아기를 그린 가족화다. 그런데 설정이 기이하다. 침구는 물론이고 벽면까지 모두 흰색에다 아무런 장식이 없고, 이불 위로는 두 사람의 머리만 나와 있다. 게다가 아기는 엄마에게서 떨어져 있다. 갓난아기는 엄마 품에 안기거나 젖을 빠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게 일반적인데 말이다. 호아킨 소로야는 20세기 초, 파블로 피카소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생존한 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닥에 관한 성찰 - 권현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닥에 관한 성찰/권현형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닥에 관한 성찰/권현형 [서울신문]바닥에 관한 성찰/권현형 저녁이 깊이 헤아려야 할 말씀처럼두텁게 내려앉는 11월 뱀은 껍질을 발자국처럼 남기고숲으로 사라진다얼굴은 들고 허물은 벗어놓고 온몸의 발자국 같은발 news.v.daum.net 바닥에 관한 성찰 / 권현형 저녁이 깊이 헤아려야 할 말씀처럼 두텁게 내려앉는 11월 뱀은 껍질을 발자국처럼 남기고 숲으로 사라진다 얼굴은 들고 허물은 벗어놓고 온몸의 발자국 같은 발자국의 온몸 같은 너의 껍질을 목간(木簡)처럼 받아 들고 나는 깨닫는다 얼굴을 꼿꼿이 들고 낡은 몸을 버리고 숲속으로 사라진 너의 내성이 인류를 구하리라 바닥에 납작 엎드려 너는 자존심을 감추고..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이불을 덮고 - 나희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이불을 덮고/나희덕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이불을 덮고/나희덕 [서울신문] 그 이불을 덮고/나희덕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바람이 불러모은 마른 영혼들 졸참나무잎서어나무잎낙엽송잎당단풍잎느티나무잎팽나무잎산벚나무잎나도밤나무잎 그 이불을 덮고한 news.v.daum.net 그 이불을 덮고 / 나희덕 노고단 올라가는 양지녘 바람이 불러모은 마른 영혼들 졸참나무잎서어나무잎낙엽송잎당단풍잎 느티나무잎팽나무잎산벚나무잎나도밤나무잎 그 이불을 덮고 한겨울 어린 풀들이 한 열흘은 더 살아간다 화엄사 뒷산 날개도 다 굳지 않은 날벌레들 벌써 눈뜨고 날아오겠다 그 속에 발 녹인 나도 여기서 한 닷새는 더 걸을 수 있겠다 형태적으로는 짧지만 읽는 이들의 마음을 덮어 주는 데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더듬다 - 허은실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더듬다/허은실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더듬다/허은실 [서울신문]더듬다/허은실 사타구니께가 간지럽다 죽은 형제 옆에서 풀피리처럼 울던 아기 고양이 잠결에 밑을 파고든다 그토록 곁을 주지 않더니 콧망울 바싹 붙이고 허벅지 안쪽을 깨문다 나 news.v.daum.net 더듬다 / 허은실 사타구니께가 간지럽다 죽은 형제 옆에서 풀피리처럼 울던 아기 고양이 잠결에 밑을 파고든다 그토록 곁을 주지 않더니 콧망울 바싹 붙이고 허벅지 안쪽을 깨문다 나는 아픈 것을 참아본다 익숙한 것이 아닌 줄을 알았는지 두리번거리다 어둠 쪽을 바라본다 잠이 들어서도 입술을 달싹인다 자면서 입맛을 다시는 것들의 꿈은 쓴가 더듬는 것들의 갈증 때문에 벽을 흐르는 물소리 그림자 밖에서 꼬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불인(不忍) - 정윤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소식 좀 전해주렴/박현웅 · 불인(不忍)/정윤천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소식 좀 전해주렴/박현웅 · 불인(不忍)/정윤천 [서울신문]소식 좀 전해주렴 / 박현웅불인(不忍) / 정윤천 사산 직전의 염소 새끼를 들쳐 메고 들어와 사람 병원의 응급실 앞에서 울음을 바치는 이가 있었다 시골 의사는 등가죽을 늘여 두 대의 news.v.daum.net 불인(不忍) / 정윤천 사산 직전의 염소 새끼를 들쳐 메고 들어와 사람 병원의 응급실 앞에서 울음을 바치는 이가 있었다 시골 의사는 등가죽을 늘여 두 대의 링거를 염소의 몸 안으로 흘려 넣어 주었다 2001년 1월 26일 도쿄 신주쿠의 한 지하철역에서 술 취한 일본인이 선로에 떨어졌다. 한 한국인 청년이 그를 구하기 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 - 달콤한 소유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달콤한 소유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달콤한 소유 [서울신문]달콤한 소유/최명란 찢어진 내 청바지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게도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활짝 핀 꽃대 위에 달콤한 비가 내릴 것이다 개구리는 지천에서 베이스 톤으 news.v.daum.net 달콤한 소유 / 최명란 찢어진 내 청바지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게도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활짝 핀 꽃대 위에 달콤한 비가 내릴 것이다 개구리는 지천에서 베이스 톤으로 울고 장대비는 꽃들을 흠뻑 적시고 짱짱히 일어설 것이다 돌담을 붙잡고 일어서는 담쟁이처럼 나도 장대비를 붙들고 비를 따라 일어설 것이다 건조한 목구멍을 비에 촉촉 적시며 아직 눈뜨지 못한 새끼들을 오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구나무 여인숙 - 장석남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구나무 여인숙/장석남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살구나무 여인숙/장석남 [서울신문]살구나무 여인숙/장석남-제주에서 달포 남짓 살 때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주 서 있었다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 소리가 살았다 아주 작은 방들이 여럿 하나씩 내놓은 창 news.v.daum.net 살구나무 여인숙 / 장석남 - 제주에서 달포 남짓 살 때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주 서 있었다 일층은 주인이 살고 그 옆에는 바다 소리가 살았다 아주 작은 방들이 여럿 하나씩 내놓은 창엔 살구나무에 놀러 온 하늘이 살았다 형광등에서는 쉬라쉬라 소리가 났다 가슴 복잡한 낙서들이 파르르 떨었다 가끔 옆방에서는 대통령으로 덮은 짜장면 그릇이 나와 있었다 감색 목도리를 한 새가 ..

[나도시인] 큰 산, 햇살 - 김동인

■ 큰 산 / 김동인(김정인) 높은 산은 비구름을 쉬 보내지 못하고 거친 비바람과 우레와 싸운다 번쩍이는 번개에 나무가 부러져도 구름을 놓지 않고 충분한 수분을 얻고 만다 산을 흠뻑 적시고 또 적신다 큰 산, 그대는 나무도 꽃들도 살려야 하고 새와 많은 동물들 곤충들도 품어야 한다 안개가 앞을 흐려도 골짜기에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산이기에 큰 산이기에 산은 지나가는 바람도 쉬 보내지 못하고 숲을 흔들어 숨쉬게 한다 지는 잎들을 떨구어 내며 살아가라 살아가라 말한다 새 생명력을 일깨우며 이겨내야 한다고 외친다 산은, 숲이고 나무고 풀이며 향기나는 꽃과 노래하는 새다 울창한 숲은 행복이 깃든다 산은 그게 전부이다 그 삶이 전부이다 큰 산, 아버지 품고 키우고 살리려 애쓰는 아버지...... ■ 햇살 / 김..

[추억일기] 40년 만에 만난 전우, 다시 이어진 인연

[추억일기] 40년 만에 만난 전우 밤사이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가 내려 초여름 신록이 더욱 싱그럽다.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오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루고 미뤄왔던 전우회 모임이 있는 날이다. 오늘 모임엔 멀리 대구에 사는 김 하사와 가평 설악면에 사는 이 하사도 참석한다. 전역 후 늘 전우들 소식이 궁금하였는데 유튜브와 인터넷 덕분에 연락이 되어 드디어 오늘 만남의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김 하사와 이 하사와는 전역 후 첫 만남이다. 소풍날을 기다리는 마음 들뜬 소년처럼 가슴이 설렌다. 아득히 먼 그때 그 시절, 젊은 날의 추억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까마득히 먼 옛날, 나는 강원도 양구 대암산 산골짝 외딴곳에 자리잡은 한 포병부대에서 군복무를 했다. 안동 36사단 ..

[추억일기] 40년 만에 만난 전우, 다시 이어진 인연

[추억일기] 40년 만에 만난 전우 밤사이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가 내려 초여름 신록이 더욱 싱그럽다.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오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루고 미뤄왔던 전우회 모임이 있는 날이다. 오늘 모임엔 멀리 대구에 사는 김 하사와 가평 설악면에 사는 이 하사도 참석한다. 전역 후 늘 전우들 소식이 궁금하였는데 유튜브와 인터넷 덕분에 연락이 되어 드디어 오늘 만남의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김 하사와 이 하사와는 전역 후 첫 만남이다. 소풍날을 기다리는 마음 들뜬 소년처럼 가슴이 설렌다. 아득히 먼 그때 그 시절, 젊은 날의 추억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까마득히 먼 옛날, 나는 강원도 양구 대암산 산골짝 외딴곳에 자리잡은 한 포병부대에서 군복무를 했다. 안동 36사단 ..

[수필문학] 나의 기쁨 - 박경수

■ 나의 기쁨 / 박경수 나는 새벽 세 시에서 네 시, 그 사이면 대개 잠에서 깨게 됩니다. 이때부터 아침까지가 나에게는 제일 중요한 시간입니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이 시간이요, 무엇을 생각하는 것도 이 시간입니다. 즐거운 시간입니다. 잠에서 깨 전등을 켜면, 우선 어린것들과 내자가 죽 잠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린것들은 물론 내자까지도 모두 얼굴 모습들이 비슷비슷합니다. 즐거운 구경입니다. 가구들과, 어린것들이 벗어놓은 옷가지와, 벽에 걸려있는 내자의 옷들이 보입니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이 가정을 이루고 있는 부분품들로 어느 것 하나 소중하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나는 일어나 나의 일을 착수하기 전에, 잘못 놓여진 어린것들의 옷을 바로 놓고, 소매나 가랑이가 뒤집혀져 ..

[수필문학] 부덕이 - 김남천

■ 부덕이 / 김남천 내가 어려서 아직 보통학교에 다닐 적에, 우리 집에서는 부덕이라는 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개라고 해도, 이즈음 신식 가정에서 흔히 기르는 세파드나, 불독이나, 뭐 그런 양견이거나, 매사냥꾼이나 총사냥꾼이 길들인 사냥개거나, 그런 훌륭한 개는 아니었습니다.그저 시골집에서들 항용 볼 수 있는 아무렇게나 마구 생긴 그런 개입니다. 도적이나 지키고, 남은 밥찌꺼기나 치우고 심하면 아이들 시중까지 보아주는 그런 개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개를 퍽 좋아했습니다. 내가 까치 둥지를 내리러 커다란 황철나무 있는 데로 가면, 부덕이는 내가 나무 위에 올라가는 동안을, 나무 밑에서 내 가죽신을 지키며 꿇어앉았다가, 까치를 나무에서 떨구어도 물어 메치거나 그런 일 없이, 어디로 뛰지 못하게..

[수필문학] 잃어버린 동화 - 박문하

■ 잃어버린 동화 / 박문하 가을비가 스산히 내리는 어느 날 밤이었다. 이미 밤도 깊었는데 나는 비 속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어느 골목길 한 모퉁이 조그마한 빈 집터 앞에서 화석처럼 혼자 서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곳에는 오막살이 초가 한 채가 서 있었던 곳이다. 와보지 못한 그 새, 초가는 헐리어져 없어지고, 그 빈 집터 위에는 이제 새로 집을 세우려고 콘크리트의 기초 공사가 되어져 있었다. 사랑했던 사람의 무덤 앞에 묵연히 선 듯, 내 마음과 발걸음은 차마 이 빈 집터 앞에서떨어지지가 않았다. 웅장미를 자랑하는 로마 시대의 고적도 아니요, 겨레의 피가 통하는 백제, 고구려나 서라벌의 유적도 아닌, 보잘 것 없는 한 칸 초옥이 헐리운 빈 터전이 이렇게도 내 마음을 아프게 울리어 주는 것은 비단 ..

[수필문학]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 김용준

노시산방기(老枾山房記) / 김용준 지금 내가 거하는 집을 노시산방(老柿山房)이라 한 것은 삼사 년 전에 이(李) 군이 지어 준 이름이다. 마당 앞에 한 칠팔십 년은 묵은 성싶은 늙은 감나무 이삼 주(株)가 서 있는데, 늦은 봄이 되면 뾰족뾰족 잎이 돋고, 여름이면 퍼렇다 못해 거의 시꺼멓게 온 집안에 그늘을 지워 주고 하는 것이, 이 집에 사는 주인, 나로 하여금 얼마나 마음을 위로하여 주는지, 지금에 와서는 마치 감나무가 주인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요 주인이 감나무를 위해 사는 것쯤 된지라, 이 군이 일러 노시사(老柿舍)라 명명해 준 것을 별로 삭여 볼 여지도 없이 그대로 행세를 하고 만 것이다. 하기는 그후 시관(時觀)과 같이 주안(酒案)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던 끝에 시관의 말이, 노시산방이라기 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