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삶의 지혜 342

[강우일 칼럼] 두려움을 이기는 길 (2021.12.14)

지구 생태계는 영겁의 세월을 두고 조금씩 공들여 빚어낸 창조주의 조화로운 작품이지만, 그중에서 인간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최고의 솜씨와 사랑으로 창조된 걸작 중의 걸작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최고의 걸작이다. 창조주께서 그토록 오래 준비하시고 빚으시고 가꾸신 걸작을 함부로 쓸어버리지 않으리라. 지나친 두려움은 허구다. [강우일 칼럼] 두려움을 이기는 길 / 강우일 베드로 주교 2020년은 한 해 내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상이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불안에 시달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지구 전체를 휘젓고 다니는 바이러스에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방역 전문가들의 조언, 행정당국과 언론이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경고와 주의, 시시각각 휴대전화를 통해서 전달되는 코로나 관련 안전정..

[강우일 칼럼] 고백과 위안 (2021.12.12)

해마다 3·1절이 되면 100년 전 우리 겨레가 일본제국의 침략과 억압에 짓눌려 고통받고 신음하고 있을 때 가톨릭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의문이 고개를 쳐들어 힘들었다. 일본제국이 조선의 백성에게 자행한 사회적 불의와 억압에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한 데 대해서는 100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천주교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몇번이고 사죄하고 용서를 청하지 않을 수 없다. [강우일 칼럼] 고백과 위안 / 강우일 베드로 주교 나는 가톨릭교회의 성직자로 46년을 살아온 사람이다. 《한겨레》에서 기고 부탁을 받자 내 마음속에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내 나이에 또 무슨 말을 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가르치려 하는가? 또 새로운 말을 해서 사람들을 깨우치기보다는 이미 쏟아낸 말만큼 살아오지 못한 일에 대해 고백..

[강우일 칼럼] ‘교황’이라는 제왕적 칭호 (2021.12.12)

방문 기념 서명을 부탁하려고 가로세로 40㎝ 정도의 두꺼운 서명판을 준비하여 드렸다. 교종께 서명판을 돌려받았는데 서명이 안 보였다. 제대로 의사 전달이 안 되었나 싶어 서명을 해주시라고 다시 부탁드렸다. 교종은 잘 보라고 했다. 서명판을 다시 살펴보니 아래쪽에 깨알 같은 작은 글씨로 “프란치스코”라고 쓰여 있었다. 놀라서 다른 주교들에게 그 서명판을 보이자 모두 “와∼” 하고 감동과 경탄의 환호가 터졌다. [강우일 칼럼] ‘교황’이라는 제왕적 칭호 / 강우일 베드로 주교 프란치스코, 나는 그분을 여러 기회에 만났다. 2014년 8월 한국을 3박4일 찾아오셨을 때 만났고 로마에서 개최되는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에서 만났다. 그분은 참 소탈하고 겸손한 분이다. 그분은 2013년 3월13일 로마에서 있었던 추..

[강우일 칼럼] 열린 마음 (2021.12.12)

제주에선 산에서 마주치며 인사를 해도 멀뚱멀뚱 보며 그냥 지나치는 이들이 꼭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다. 타지방에서 제주에 이주해 온 이들이 공통되게 느끼는 점이 있다. 제주인들의 낯가림 증세다. 제주인들은 타지 사람들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왜 그런지 제주인들의 생각을 물었다. 지금까지 내가 들은 이유는 두가지다. [강우일 칼럼] 열린 마음 / 강우일 베드로 주교 나는 제주에 사는 덕택에 자주 숲길을 걷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숲에선 되도록 잡생각을 털어내고, 걷는 순간순간 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나무와 풀, 귀에 들어오는 바람소리 새소리에 집중한다. 봄이 되면 이름 모를 온갖 새들이 한껏 청아한 목소리를 자랑하며 짝을 부르다가 새끼를 낳고,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주느라 바쁜 날갯짓을 했는데, 8..

[강우일 칼럼] 그리움이라는 능력 (2021.12.12)

그리워함은 사랑하는 존재를 향해 나아가는 영혼의 에너지다. 시련과 도전에 시달려 좌절하고 의기소침해 있다가도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의 에너지가 작동하면 포기하지 않고 원기를 회복할 기력이 생긴다. 임종을 맞아 체력이 다하고 생의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병자도 그리운 혈육이 돌아와 이름을 부르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마지막 사랑의 시선을 보낸다. [강우일 칼럼] 그리움이라는 능력 / 강우일 베드로 주교 코로나 때문에 지인들과의 만남이 격감했다. 코로나 확진이 비교적 적은 제주에 살다 보니 비행기 타고 섬 밖으로 나가는 일이 망설여진다. 은퇴 후에 전에는 일 때문에 만나던 사람들도 만날 일이 많이 줄었다. 일로 만나던 사람들은 굳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 만났던 사람들을 오래 ..

[강우일 칼럼] 생태인지 감수성 (2021.12.12)

성서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친 유일한 기도문 중간에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며 청원하는 표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식’이라고 번역하여 기도하고 있지만, 원문은 ‘빵’이다. 소나 말 같은 가축은 곡식농사를 짓기 위한 노동의 조력자이지 인간의 먹잇감이 아니었다. 그런데 인류는 고기맛을 알기 시작하면서 차츰 가축을 노동의 조력자가 아닌 먹잇감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강우일 칼럼] 생태인지 감수성 / 강우일 베드로 주교 나는 젊은 시절 연못 낚시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어떤 어린이가 큰 잉어를 들고 와서 바늘을 빼달라고 했다. 그런데 낚싯바늘이 잉어의 입이 아니라 눈가에 꽂혀 있었다. 낚싯대를 이리저리 휘두르다가 잉어 눈에 바늘이 꽂힌 모양이었다. 물고기라 해도 눈 가장자..

[우리가 잘모르는 연암과 다산 이야기] ㊵ 다산 정약용이 갖고 싶어 한 ‘토르’의 벼락 망치 (2021.11.20)

[우리가 잘모르는 연암과 다산 이야기] ㊵ 다산 정약용이 갖고 싶어 한 ‘토르’의 벼락 망치 / 문화평론가 박승규 그때 그 시절 학교 전체가 송충이 잡는 날이 있었다. 그날은 반드시 깡통 하나씩을 준비해야 했다. 즉석 나무젓가락을 만들어 송충이 포획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짓궂은 남자애들은 송충이로 여자애들을 괴롭혔다. 아예 징그러워 도망치는 애들도 있었다. 지금은 살충제를 실은 헬리콥터가 산허리를 훌쩍 넘어갔다 오면 ‘방제 끝’이지만, 그땐 송충이가 왜 그리 많았을까? 소나무는 한자로 송(松). 중국 진시황이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다. 소나무 덕에 피할 수 있게 되자, 고맙다는 뜻으로 공작 벼슬을 내렸다. 그때부터 소나무를 ‘목공(木公)’이라 부른 데서 ‘松’자가 유래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솔나방 유충 ..

[삶을 바꾼 만남] 다산 정약용과 강진 유배 시절의 제자 황상 (2021.11.20)

■ 다산과 황상 / 정민(한양대 교수, 국문학) ㅡ 인생에 귀한 것은 마음을 알아주는 일 다산과 강진 시절 제자 황상(1788~1863?)의 가슴 뭉클한 만남에 대해서는 앞서 다른 글에서 한번 소개한 바 있다. 지난 해 강진에서 열린 《다산정약용선생유묵특별전》에 다산이 강진에 있던 제자 황상에게 보낸 편지가 처음 공개되었다. 전시회에는 강진 시절 보은산방에서 공부하고 있던 황상에게 다산이 친필로 써준 시와 메모도 나왔다. 또 이전에 공개된 흑산도의 정약전이 다산에게 보낸 편지도 온통 황상과 관계된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이 글에서는 이 세 통 편지와 추사 김정희의 글, 그리고 다산의 아들들이 남긴 황상에 대한 언급 등을 중심으로 앞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들 사제간의 아름다운 인연을 다시 되짚어 보기로..

[세계사를 움직인 100인]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외 '알베르트 슈바이처' (2021.11.11)

[세계사를 움직인 100인]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외 '알베르트 슈바이처' (Albert Schweitzer) 독일의 의사, 음악가, 철학자, 개신교 신학자이자 루터교 목사. 중앙아프리카 서부 지역의 랑바레네에 알베르트 슈바이처 병원을 세우고 당시 비참한 상태에 있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평생 의료봉사를 했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독일 국적 때문에 전쟁포로로 잡히는 등 수모를 겪었으나 결국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왔고, 인류의 형제애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로 1952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 알베르트 슈바이처 (1875~1965) 세기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슈바이처 박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들의 슬픈 시대에 한 사람의 위인이 살고 있다.”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찬사가..

[다시 읽는 명저]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2021.11.09)

“사회를 통제하는 힘, 물리력·부(富)에서 지식으로 이동” / 양준영 [다시 읽는 명저]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지식의 장악이야말로 전 세계적 권력투쟁에서 핵심 문제다. 앞으로의 권력투쟁은 더욱더 지식의 배분과 접근기회를 둘러싼 투쟁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물리력과 부는 강자와 부자의 소유물이었지만, 지식은 약자와 가난한 자도 소유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지식이 갖는 진정으로 혁명적인 특징이다." 앨빈 토플러 (1928~2016)미국의 미래학자로 《미래쇼크》《제3의 물결》 등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을 썼다. “지식의 장악이야말로 인류의 모든 조직체에서 전개될 전 세계적 권력투쟁에서 핵심 문제다. 앞으로의 권력투쟁은 더욱더 지식의 배분과 접근기회를 둘러싼 투쟁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