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삶의 지혜 342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13) 목소리 연금술사 성우 양지운 (2021.11.06)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13) 목소리 연금술사 성우 양지운 그의 평소 목소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와 비슷할까, ‘보디가드’의 케빈 코스트너와 닮았을까. 아니면 ‘체험 삶의 현장’ 같은 TV 프로그램에서의 코믹 내레이션에 더 가까울까.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카페에서 만난 성우 양지운의 목소리는 그가 연기했던 무수한 인물 중 누구와도 닮아 있지 않았다. 50년 가까운 성우 인생의 대부분을 주인공으로만 살아온 그가 실제 인생의 주연으로서 달려온 68년을 들어봤다. -“이봐, 손님한테 그렇게 따지듯이 말하는 웨이터가 어딨나? 그 짧은 대사 하나 제대로 못해서 어떻게 성우를 해.” 1970년 서울 서소문 TBC 사옥의 라디오 녹음실에 성난 PD의 호통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03) 만화가 이현세 (2021.11.06)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 만화가 이현세 (2021.11.06) 갓 태어나서 큰집에 양자로 갔다 10대의 나는 연좌제에 떨었다 20대의 나는 까치였다 30대의 나는 최고 작가였다 40대의 나는 영화를 말아먹고 심의·검열과 싸웠다 50대의 나는 내 시대는 갔다고 생각했다 60대의 나는 웹툰을 배웠고 처음 신인상도 받았다 70대의 나는 동화를 쓰고 싶다 20년 동안 ‘삼촌’과 ‘숙모’로 알아 왔던 분들이 실제로는 나를 낳아 준 사람들이었다. 나 자신의 우둔함에 질식할 것 같았고, 아무 말도 안해준 식구들이 야속했다. 방황하기를 한 달여, 그 숙모가 조용히 말했다. “친자식에게 더운 밥 한 그릇 제대로 못 먹인 나만큼이나 아프겠니. 나를 봐서라도 이래선 안 된다.” 어머니는 눈빛으로 아들의 마음을 읽으..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23) 전통음악연주가 김덕수 (2021.11.06)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23) 전통음악연주가 김덕수 지난 15일 서울 사직동 언덕배기의 호젓한 곳에 자리한 광화문아트홀. 김덕수(64)는 그날 저녁 여의도에서 있을 공연을 앞두고 제자들 지도에 한창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무대에서 객석 쪽으로 사뿐사뿐 걸어나오며 건네는 그의 인사가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가 소리에도 능하다는 사실이 비로소 생각났다. 그는 요즘 조급증이 든다고 했다. “어느덧 내년이면 교수 정년입니다. 우리 제자들을 위해 제가 뭔가를 좀더 남겨야 할텐데….”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지난 15일 서울 사직동 광화문아트홀에서 북을 조율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연평균 70회의 사물놀이 공연을 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왜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19) 바둑도, 인생도 9단 ‘토종 승부사’ 서봉수 (2021.11.04)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바둑도, 인생도 9단 ‘토종 승부사’ 서봉수 지난 3월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인간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을 꺾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알파고는 기존 바둑 정석에서 벗어난 ‘실전적인 수’를 선보이며 바둑계의 고정관념을 바꿔놓았다. 그러나 철저한 계산에 따른 실리 위주의 ‘실전 바둑’으로 바둑계를 놀라게 한 것은 알파고가 처음이 아니다. ‘토종 승부사’ 서봉수(63) 9단은 미학(美學)을 중시하던 일본 바둑이 대세였던 40여년 전 ‘한국형’ 실전 바둑을 들고 나와 19살의 나이에 ‘명인’에 올랐다. 환갑을 훌쩍 넘은 지금도 한국기원에 나와 손자뻘 기사들과 공부하고 있는 서봉수 9단을 만났다. -어깨너머로 처음 바둑을 접했다. 나는 1953년 충남 대덕군(현재 대전시 대덕..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27) 옥수수 한 알로 세상을 구한, 옥수수에 미친 남자 '김순권' (2021.11.04)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27) 옥수수 한 알로 세상을 구한, 옥수수에 미친 남자 ‘김순권’ 옥수수 한 알이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일굴 수 있다고 믿는 세계적인 육종학자다. 1970년대 후반 개발도상국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슈퍼 옥수수’를 개발해 한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 퍼뜨렸다. 아프리카에서도 17년에 걸친 노력 끝에 현지 풍토와 기후에 맞는 슈퍼 옥수수를 탄생시켰다. 1998년부터 북한을 59차례 드나들며 굶주린 주민을 먹여 살릴 옥수수 생산 증대에 힘썼다. 지구촌 기아 해결에 헌신한 공로로 노벨상 후보에 5회나 추천됐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한국을 빛낸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1945년 울산 출생 ▲신명초등학교, 경주 양남중, 울산농업고, 경북대 농학과, 고려대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24) 소설가 조정래 (2021.11.04)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소설가 조정래 하루 16시간 ‘글감옥’에 갇힌다, 나와의 약속이자 투쟁 “아유, 덥지? 자자, 이리 와. 빨리 웃옷 벗고 여그 에어컨 바람 좀 쒸여. 어서 어서.”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도 분당 집에서 만난 조정래(73)는 편안해 보였다. 신작 장편 ‘풀꽃도 꽃이다’ 집필 때문에 9개월 동안 이어졌던 ‘글감옥’에서 출소한 지 얼마 안 돼서였을까. “그란디, 뭐 인터뷰허고 자시고 헐 거시 뭐 있겄어? 태백산맥도 글코, 아리랑도 글코, 내 얘기야 많이들 알려진 것인디. 커피 한 잔씩 허면서 그냥 편하게 놀다들 가면 되제.” 서재에서 이어진 대화는 유쾌했다. 그리고 그의 이번 휴식이 길지는 않을 것임을 알게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조정래 작가가 경기 성남시 분당..

[김나미 조명탄] '기억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리움이 되고' 김나미 교수 (2021.10.21)

[김나미 조명탄] 기억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리움이 되고 / 김나미 삼육대 스미스학부대학 부교수 나에게 인생숙제가 있었다. 책을 쓰는 일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만나는 상담자이자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20여 년을 살아오며 내면에 쌓이는 기억들이 있었다. 마음에 간직하고 있고 말로 나누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내 삶에 쌓여온 많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 내려놓아야 한다는 마음의 짐이 커져 갔다. 올해 초 그 인생숙제가 ‘행복한 사람은 이렇게 삽니다’라는 표제를 달고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런데 글로 내려놓으면 완성될 것 같았던 인생숙제였던 책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세상을 만나고 있는 요즘이다. 얼마 전 책을 읽은 한 독자가 책에 언급한 ‘빨간노트’에 관한 질문을 했다. ‘빨간노트’라는 단어를 듣는..

[좋은 글] 부모로서 정말로 중요한 것 '우리는 꽃을 기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는 것을 기억해요' 잭 캔필드 (2021.07.26)

■ 부모로서 정말로 중요한 것 / 잭 캔필드(Jack Canfield, 1944~ ) 美 심리학자 “우리는 꽃을 기르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는 것을 기억해요.” ㅡ 잭 캔필드 내 이웃에 사는 데이비드에게는 다섯 살과 일곱 살 나이의 두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데이비드는 일곱 살짜리 큰 아이에게 잔디 깎는 기계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가 아이에게 잔디밭에서 어떻게 기계의 움직임을 조절해야 하는지 알려주려 할 때 그의 아내가 그를 불렀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데이비드가 막 돌아섰을 때 아이는 잔디 깎는 기계에 이끌려 꽃밭으로 가고 있었다. 대략 1미터 너비의 꽃밭이 순식간에 황무지처럼 변했다. 이 광경을 본 데이비드는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 가꾸고, 이웃들의 부..

[사색의향기] '소나무 숲길에서' 백승훈 시인 (2021.07.26)

■ 소나무 숲길에서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바람결이 부드럽다. 며칠 전만 해도 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서려있었는데 애인의 손길처럼 부드러워 바람이 스친 나뭇가지들이 당장 꽃망울을 터뜨릴 것만 같다. 이렇게 좋은 날, 집안 구석에 틀어박혀 지내기엔 몸이 근질거려 무작정 집을 나서 북한산을 향했다. 등산로 입구엔 포근한 날씨 탓인지 제법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산을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등산은 글자 그대로 산을 '오르는' 것이지만 숲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굳이 땀을 뻘뻘 흘리며 산꼭대기까지 올라야 할 이유가 없다. 숲의 맑은 공기를 맘껏 호흡하며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펼쳐지는 자연 풍광으로 눈을 씻고 물소리, 새소리로 귀를 즐겁게 해주는 숲에 온 것만으로도 ..

[사색의향기] '겨울 산을 오르며' 백승훈 시인 (2021.07.26)

■ 겨울 산을 오르며 /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코끝이 싸할 정도로 바람이 맵고 차다. 산행하기엔 추운 날씨임에도 짐을 꾸려 집을 나선 것은 창 너머로 보이는 도봉산의 바위벽이 유난스레 희어 보이고 그 뒤로 펼쳐진 쨍한 겨울 하늘이 가슴이 시릴 정도로 파랬기 때문이다. 그 당김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그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를 견디게 해 준 숲으로 가는 길을 고향으로 가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부산했을 연말연시도 조용히 지냈건만 비대면의 세상은 좀처럼 그 휘장을 걷어낼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방이 꽉 막힌 방안에 갇힌 사람처럼 답답함으로 조바심칠 때 나의 숨통을 틔워 준 유일한 존재가 숲이었다. 숲길로 들어서자 마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