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이기호의 미니픽션] (20) 우리 어깨에 올라 탄

우리 어깨에 올라 탄 [이기호의 미니픽션] (daum.net) 우리 어깨에 올라 탄 [이기호의 미니픽션] [경향신문] “알바하다 보면요, 진짜 이상한 사장들, 황당한 점장들 많이 만나잖아요.” “그야, 그렇죠…. 한데 어디 그게 사장들만 그런가요? 같이 일하는 알바 중에도 이상한 애들이 진짜 많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우리 어깨에 올라 탄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알바하다 보면요, 진짜 이상한 사장들, 황당한 점장들 많이 만나잖아요.” “그야, 그렇죠…. 한데 어디 그게 사장들만 그런가요? 같이 일하는 알바 중에도 이상한 애들이 진짜 많아서….” “진만씨는 아직… 괜찮죠?” “네? 뭐가요?” “아니, 우리 사장한테 이상한 말 안 들었냐고요?” “이상한 말이요? 아니오, ..

[이기호의 미니픽션] (19) 스승

스승 [이기호의 미니픽션] (daum.net) 스승 [이기호의 미니픽션] [경향신문] 정용은 대학교 2년 선배인 철민의 전화를 받았다. “너, 송 교수님 알지? 송 교수님이 이번에 정년퇴임하시잖니.” 철민 선배의 말인즉슨, 학과 동문회에서 송 교수의 정년퇴임식을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스승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정용은 대학교 2년 선배인 철민의 전화를 받았다. “너, 송 교수님 알지? 송 교수님이 이번에 정년퇴임하시잖니.” 철민 선배의 말인즉슨, 학과 동문회에서 송 교수의 정년퇴임식을 광역시에 있는 한 호텔 연회장에서 열기로 했는데, 시간 괜찮으면 꼭 참석하라는 것이었다. “제가요? 제가 그런 자리에 왜….” 정용은 말꼬리를 흐렸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뜻을 전..

[이기호의 미니픽션] (18) 납량특집

[이기호의 미니픽션]납량특집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납량특집 [경향신문] 초복 무렵, 진만은 남들은 다 먹는 삼계탕은 먹지 못하고, 그 대신 더위를 먹고 말았다. 몇 달 전에도 한 번 해봤던 물류창고 야간 상하차 알바를 닷새째 했을 때였다. 저녁 출근 준비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납량특집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초복 무렵, 진만은 남들은 다 먹는 삼계탕은 먹지 못하고, 그 대신 더위를 먹고 말았다. 몇 달 전에도 한 번 해봤던 물류창고 야간 상하차 알바를 닷새째 했을 때였다. 저녁 출근 준비를 위해 샤워를 하는데 이상하게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머리도 무겁고, 어지럽기까지 했다. 어, 뭐지? 진만은 샤워기를 든 채 가만히 변기 위에 앉았다. 현기증도,..

[이기호의 미니픽션] (17) 심야의 스토커

[이기호의 미니픽션]심야의 스토커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심야의 스토커 [경향신문]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정용은 한 여자를 보았다. 목이 다 드러나는 짧은 헤어스타일에 아무런 무늬가 없는 흰 면티를 입은 여자였는데, 이상하게도 자꾸 고개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심야의 스토커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정용은 한 여자를 보았다. 목이 다 드러나는 짧은 헤어스타일에 아무런 무늬가 없는 흰 면티를 입은 여자였는데, 이상하게도 자꾸 고개가 그쪽으로 갔다. 밤 10시가 지난 시각,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버스가 정류장에 서거나 교차로 앞에 정차할 때마다 술 냄새와 땀 냄새가 뒤섞여 들큼한 과일 향..

[이기호의 미니픽션] (16) 만남 이후

[이기호의 미니픽션]만남 이후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만남 이후 [경향신문] 1. 답신 오해하지는 말고 끝까지 들어주셨으면 해요. 그쪽이 보내온 카톡을 보고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그래도 마냥 모른 척할 수만 없어서 이렇게 용기를 내 답문을 보내는 거예요.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만남 이후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1. 답신 오해하지는 말고 끝까지 들어주셨으면 해요. 그쪽이 보내온 카톡을 보고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그래도 마냥 모른 척할 수만 없어서 이렇게 용기를 내 답문을 보내는 거예요. 솔직하게 이야기할게요. 사실 저는 오늘 소개팅을 나갈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어요. 제 처지에 지금 소개팅이라는 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거죠. 미향이가 지난주부터 계속 ..

[이기호의 미니픽션] (15) 오토바이 파손죄

[이기호의 미니픽션]오토바이 파손죄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오토바이 파손죄 [경향신문] 와, 진짜 환장하겠네. 아니, 멀쩡한 오토바이가 왜 그냥 자빠져요, 자빠지길! 뭐 제 오토바이가 빈혈이라도 걸렸답디까? 뭐 제 오토바이가 영양실조예요? 뭐뭐, 오토바이 바퀴에 쥐라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오토바이 파손죄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와, 진짜 환장하겠네. 아니, 멀쩡한 오토바이가 왜 그냥 자빠져요, 자빠지길! 뭐 제 오토바이가 빈혈이라도 걸렸답디까? 뭐 제 오토바이가 영양실조예요? 뭐뭐, 오토바이 바퀴에 쥐라도 났대요? 쟤네들이 발로 툭 찼으니까 넘어간 거 아니에요! 아니, 제가 지금 흥분 안 하게 생겼어요? 경찰 아저씨도 지금 이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 들었..

[이기호의 미니픽션] (14) 벚꽃철야

[이기호의 미니픽션]벚꽃철야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벚꽃철야 [경향신문] 정용은 무작정 국도 갓길을 걷기 시작했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국도는, 그러나 보름이 가까워진 달과 그 달빛을 한 몸에 받은 벚꽃 때문에 그렇게 어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벚꽃철야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정용은 무작정 국도 갓길을 걷기 시작했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국도는, 그러나 보름이 가까워진 달과 그 달빛을 한 몸에 받은 벚꽃 때문에 그렇게 어둡진 않았다. 이따금 바람이 한차례 불어올 때마다 어린 나비의 날개 같은 벚꽃이 살아 움직이듯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녔다. “더러워서, 진짜….” 정용은 자신이 걸어온 길..

[이기호의 미니픽션] (13) 생일편지

[이기호의 미니픽션]생일편지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생일편지 [경향신문] 진만은 생일날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진만이 보거라. 엄마다. 네 생일인데 전화만 달랑 하기 미안해서 몇 자 적어 보낸다. 네가 군 생활할 땐 그래도 엄마랑 종종 편지를 주고받았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생일편지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진만은 생일날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진만이 보거라. 엄마다. 네 생일인데 전화만 달랑 하기 미안해서 몇 자 적어 보낸다. 네가 군 생활할 땐 그래도 엄마랑 종종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땐 그게 그렇게 좋은 건지 잘 몰랐단다. 그 시절엔 엄마도 지금보단 젊었으니까. 타지에서 미역국이라도 제대로 끓여 먹었는지 모르겠구나. 엄마가 가서 챙겨주었으면 좋겠..

[이기호의 미니픽션] (12) 증인

[이기호의 미니픽션]증인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증인 [경향신문]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만은 어제까지만 해도 눈에 띄지 않던 플래카드가 사거리 횡단보도 반대편 가로수에 묶여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플래카드에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증인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만은 어제까지만 해도 눈에 띄지 않던 플래카드가 사거리 횡단보도 반대편 가로수에 묶여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플래카드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사고 목격자를 찾습니다. 지난 1월16일 밤 12시쯤 이곳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1톤 트럭 사고를 목격한 분은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후사하겠습니다.’ 체감온도가 영하 15..

[이기호의 미니픽션] (11) 첫눈

[이기호의 미니픽션]첫눈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첫눈 [경향신문] 토요일 밤 9시 무렵, 예고도 없이 진만과 정용이 세 들어 사는 건물 전체에 전기가 나가버렸다. 무언가 퍽, 터지는 소리가 복도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그것으로 끝이었다. 형광등도, 컴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첫눈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토요일 밤 9시 무렵, 예고도 없이 진만과 정용이 세 들어 사는 건물 전체에 전기가 나가버렸다. 무언가 퍽, 터지는 소리가 복도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그것으로 끝이었다. 형광등도, 컴퓨터도, 보일러도, 서로 합을 맞춘 노련한 배우들처럼 일순 정지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정적. 그 정적 때문에 정용은 평상시 그것들이 얼마나 많은 소음을 냈는지 비로소 알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