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문상 - 박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문상/박준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문상/박준 [서울신문]문상/박준 한밤 울면서우사 밖으로 나온 소들은이곳에 묻혔습니다 냉이는 꽃 피면 끝이라고서둘러 캐는 이곳 사람들도여기만큼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냉이꽃이 소복을 입은 news.v.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문상 - 박준 문상 / 박준 한밤 울면서 우사 밖으로 나온 소들은 이곳에 묻혔습니다 냉이는 꽃 피면 끝이라고 서둘러 캐는 이곳 사람들도 여기만큼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냉이꽃이 소복을 입은 듯 희고 머지않아 자운영들이 와서 향을 피울 것입니다 냉이꽃은 키가 작습니다. 그가 하는 얘기를 들으려면 무릎을 꿇고 귀를 냉이 꽃잎에 대야 하지요. 바람 중에 키가 작은 바람이 냉이꽃..

[이기호의 미니픽션] (30) 황토에서 나온 것

[이기호의 미니픽션]황토에서 나온 것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황토에서 나온 것 [경향신문] “너희 절대 웃으면 안된다, 알았지?” 조의금을 내고 방명록에 이름을 적던 진만과 정용에게 접수대 뒤에 앉아 있던 영걸이 마치 은밀한 지령이라도 전달하듯 말했다. 영걸은 진만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황토에서 나온 것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너희 절대 웃으면 안된다, 알았지?” 조의금을 내고 방명록에 이름을 적던 진만과 정용에게 접수대 뒤에 앉아 있던 영걸이 마치 은밀한 지령이라도 전달하듯 말했다. 영걸은 진만과 정용의 대학 동기였다. 대학교에 다닐 땐 함께 PC방도 다니고 축구도 하면서 꽤 친하게 지냈는데, 졸업 이후 연락이 뜸했다. 전해 들은 말로는 큰아버지가 ..

[이기호의 미니픽션] (29) 창작자의 길

[이기호의 미니픽션]창작자의 길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창작자의 길 [경향신문] 진만과 정용이 입주해 있는 원룸 건물에는 외국인 노동자도 살고 있고, 공무원 시험 준비생도 거주하고 있고, 초등학생 남매를 둔 일가족도 주소지를 두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창작자의 길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진만과 정용이 입주해 있는 원룸 건물에는 외국인 노동자도 살고 있고, 공무원 시험 준비생도 거주하고 있고, 초등학생 남매를 둔 일가족도 주소지를 두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사람들은 환갑을 훌쩍 넘긴 독거노인들이었다. 매일 빈 유모차를 밀고 나오는 할머니가 있었고, 복도에 퉤퉤, 아무렇지 않게 가래침을 뱉는 할아버지도 많았다. 여..

[이기호의 미니픽션] (28) 네 이웃의 불행

[이기호의 미니픽션]네 이웃의 불행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네 이웃의 불행 [경향신문] 진만은 자취방으로 돌아오다가 한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삼십대 초반쯤 되어 보였는데, 검은색 항공 점퍼에 색 바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가르마를 타지 않고 얌전히 아래로 내린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네 이웃의 불행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진만은 자취방으로 돌아오다가 한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삼십대 초반쯤 되어 보였는데, 검은색 항공 점퍼에 색 바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가르마를 타지 않고 얌전히 아래로 내린 머리카락은 눈썹을 다 가리고 있었고, 입술 바로 위쪽엔 무언가에 베인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이었고, 키도 그리 크지 않았다. 인상적이었..

[이기호의 미니픽션] (27) 봄밤, 추심

[이기호의 미니픽션]봄밤, 추심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봄밤, 추심 [경향신문]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진만은 손에 든 메모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광역시 외곽에 있는 아파트 단지 정문 앞이었다. 정문 바로 옆에는 ‘하나로 마트’가 있고, ‘LH세탁소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봄밤, 추심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진만은 손에 든 메모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광역시 외곽에 있는 아파트 단지 정문 앞이었다. 정문 바로 옆에는 ‘하나로 마트’가 있고, ‘LH세탁소’가 있었다. 그 외 다른 상가는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512동이라며? 바로 저기 있네, 뭐.” 정용이 턱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정문 경비실 뒤편, 아직 잎이 돋..

[이기호의 미니픽션] (26) 마스크

[이기호의 미니픽션]마스크 (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마스크 [경향신문] 재난이 찾아오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들은 더 부유해지는구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용은 매일 미세먼지 마스크 수량을 체크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약국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마스크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재난이 찾아오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들은 더 부유해지는구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정용은 매일 미세먼지 마스크 수량을 체크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약국에선 어떤 종류의 마스크를 파는지 알 수 없었으나, 정용이 근무하는 편의점에선 모두 세 종류의 마스크를 팔았다. 하나는 N사에서 나온 황사·미세먼지 겸용 마스크인데, 포장지에는 ‘대형 3매입’이..

[이기호의 미니픽션] (25) 사랑과 상담 사이

사랑과 상담 사이 [이기호의 미니픽션] (daum.net) 사랑과 상담 사이 [이기호의 미니픽션] [경향신문] 1. 첫째 날 - 카톡 진만: 성희씨, 잘 들어가셨나요? 전 지금 들어왔어요. 오후 8:42 성희: 어머, 제가 너무 늦게 봤네요. 네, 저도 잘 들어왔어요. 고마워요. 전 빈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사랑과 상담 사이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1. 첫째 날 - 카톡 진만: 성희씨, 잘 들어가셨나요? 전 지금 들어왔어요. 오후 8:42 성희: 어머, 제가 너무 늦게 봤네요. 네, 저도 잘 들어왔어요. 고마워요. 전 빈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 이렇게 다시 연락을 주셨네요. 오후 10:12 진만: 아니에요! 늦긴요!! 전 또 무슨 일 있으신 줄 ..

[이기호의 미니픽션] (24) 아주 못생긴 바위 하나

아주 못생긴 바위 하나 [이기호의 미니픽션] (daum.net) 아주 못생긴 바위 하나 [이기호의 미니픽션] [경향신문] 자취방 뒤쪽으로 재개발을 하다가 수년째 방치된 야트막한 야산이 있었다. 정용은 그곳을 오르다가 평소엔 보지 못했던 커다란 바위 하나가 길 한가운데를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것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아주 못생긴 바위 하나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자취방 뒤쪽으로 재개발을 하다가 수년째 방치된 야트막한 야산이 있었다. 정용은 그곳을 오르다가 평소엔 보지 못했던 커다란 바위 하나가 길 한가운데를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바위는 리어카 크기만 했는데, 절반쯤 땅속에 묻혀 있던 것이 밖으로 나왔는지 아랫부분이 검고 축축한 모습이었다. 이게 왜 여기 ..

[이기호의 미니픽션] (23) 롱패딩 장착기

롱패딩 장착기 [이기호의 미니픽션] (daum.net) 롱패딩 장착기 [이기호의 미니픽션] [경향신문] 문제의 롱패딩을 처음 본 것은 지지난 주 일요일이었다. 올해 첫 추위가 찾아왔을 때였다. 모처럼 진만도 정용도 아르바이트 비번이어서 오후 시간에 함께 대형 마트에 나갔다. 자취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롱패딩 장착기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문제의 롱패딩을 처음 본 것은 지지난 주 일요일이었다. 올해 첫 추위가 찾아왔을 때였다. 모처럼 진만도 정용도 아르바이트 비번이어서 오후 시간에 함께 대형 마트에 나갔다. 자취방 창문에 붙일 방풍 테이프도 사고, 스타킹도 사고, 라면도 한 박스 사놓을 생각이었다. 말하자면 월동 준비를 하러 간 셈이었다. 무더위에 헉헉거리며 연신 찬물을..

[이기호의 미니픽션] (22) 천국의 가장자리

천국의 가장자리 [이기호의 미니픽션] (daum.net) 천국의 가장자리 [이기호의 미니픽션] [경향신문] 오후 3시까지 상하차 알바를 끝내고 자취방으로 돌아온 진만은 곧장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뜬 시간은 밤 10시. 함께 사는 정용은 편의점 알바를 나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진만은 라 news.v.daum.net [이기호의 미니픽션] 천국의 가장자리 /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오후 3시까지 상하차 알바를 끝내고 자취방으로 돌아온 진만은 곧장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뜬 시간은 밤 10시. 함께 사는 정용은 편의점 알바를 나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진만은 라면을 끓여 먹을까 하다가, 추리닝 바지에 점퍼만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김밥천국에 갈 작정이었다. 월급을 받은 날이니까, 오랜만에 ‘스페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