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비정규 - 최지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비정규/최지인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비정규/최지인 [서울신문]비정규/최지인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잠잘 때 조금만 움직이면아버지 살이 닿았다나는 벽에 붙어 잤다 아버지가 출근하니 물으시면늘 오늘도 늦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골목을 쏘다니 news.v.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비정규 - 최지인 비정규 / 최지인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잠잘 때 조금만 움직이면 아버지 살이 닿았다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아버지가 출근하니 물으시면 늘 오늘도 늦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골목을 쏘다니는 내내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가양동 현장에서 일하셨다 오함마로 벽을 부수는 일 따위를 하셨다 세상에는 벽이 많았고 아버지는 쉴 틈이 없었다 아버지께 당신의 귀가 시간을 여쭤..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패랭이꽃 - 김해화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패랭이꽃/김해화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패랭이꽃/김해화 [서울신문]패랭이꽃/김해화 기둥 넘어져 무너지는 스라브판과 함께야윈 철근쟁이 한 명늙은 목수 한 명무너졌습니다 넘어진 기둥 일으켜새로 온 젊은 목수들 합판을 깔고튼튼한 철근쟁이들 몰 news.v.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패랭이꽃 - 김해화 패랭이꽃 / 김해화 기둥 넘어져 무너지는 스라브판과 함께 야윈 철근쟁이 한 명 늙은 목수 한 명 무너졌습니다 넘어진 기둥 일으켜 새로 온 젊은 목수들 합판을 깔고 튼튼한 철근쟁이들 몰려와 좀 더 튼튼하게 철근을 넣어도 무너진 사람들 일어서지 않습니다 살아남아 캄캄한 가슴으로 쓴 소주 마시던 사람들 가벼운 바람에 무재해 깃발 한 번 흔들리면 뜨거운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쌀밥 - 장성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쌀밥/장성희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쌀밥/장성희 [서울신문]쌀밥 / 장성희 얼마나 많은 시간을 먹었는데 아직도 그립다 하며 빈 수저를 핥는다 식욕을 물려받고 수저 쥐는 법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잊지도 않는다 나는 나의 아름답지 않던 모든 news.v.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쌀밥 - 장성희 쌀밥 / 장성희 얼마나 많은 시간을 먹었는데 아직도 그립다 하며 빈 수저를 핥는다 식욕을 물려받고 수저 쥐는 법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잊지도 않는다 나는 나의 아름답지 않던 모든 시절을 믿는다 당신의 손에는 너무도 많은 물이 담겨 있다 잡으려 할 때마다 파문이 일고 자리마다 검버섯이 자란다 기어코 손등까지 차오르던 고요 당신에게 건넬 말을 물고 오물대던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시간제 노동자 - 휘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시간제 노동자/휘민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시간제 노동자/휘민 [서울신문]시간제 노동자 / 휘민 몇 년째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엄마는 내 손을 잡을 때마다 물어요 너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손이 이렇게 거치니? 어째 엄마보다 더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news.v.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시간제 노동자 - 휘민 시간제 노동자 / 휘민 몇 년째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엄마는 내 손을 잡을 때마다 물어요 너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손이 이렇게 거치니? 어째 엄마보다 더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없는 난간이라도 붙잡고 싶어요 웃음 띤 얼굴로 건네는 정겨운 악수들을 기억해요 하지만 악어 등가죽 같은 내 손과 닿는 순간 다들 움찔움찔 놀라죠 사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 신현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신현림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신현림 [서울신문]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신현림 그해 책이 가득 든 가방이 있었고 낙서판 같은 탁자마다 술이 넘쳐 흘렀네 괜찮은 사내며 계집이며 가까울수록 잃을까 불안한 심정이며 시대가 혼란 news.v.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 신현림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 신현림 그해 책이 가득 든 가방이 있었고 낙서판 같은 탁자마다 술이 넘쳐 흘렀네 괜찮은 사내며 계집이며 가까울수록 잃을까 불안한 심정이며 시대가 혼란스럽고 취직이 힘들수록 쟁기처럼 단단해져야 할 마음이며 ‘아침이슬’과 미칠 듯이 파고드는 러시아 민요 ‘검은 눈동자’를 들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흰 밤에 꿈꾸다 - 정희성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흰 밤에 꿈꾸다/정희성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흰 밤에 꿈꾸다/정희성 [서울신문]흰 밤에 꿈꾸다/정희성 좀처럼 밤이 올 것 같지 않았다 해가 지지 않는 사흘 밤 사흘 낮 시베리아 벌판을 바라보며 어떤 이는 징키스칸처럼 말달리고 싶다 하고 어떤 이는 소떼를 풀어 news.v.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흰 밤에 꿈꾸다 - 정희성 흰 밤에 꿈꾸다 / 정희성 좀처럼 밤이 올 것 같지 않았다 해가 지지 않는 사흘 밤 사흘 낮 시베리아 벌판을 바라보며 어떤 이는 징키스칸처럼 말달리고 싶다 하고 어떤 이는 소떼를 풀어놓고 싶어 하고 어떤 이는 감자 농사를 짓고 싶다 하고 어떤 이는 벌목을 생각하고 또 어떤 이는 거기다 도시를 건설하고 싶은 눈치였다 1..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도회 - 박인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도회/박인환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도회/박인환 [서울신문]무도회 / 박인환 연기와 여자들 틈에 끼어 나는 무도회에 나갔다 밤이 새도록 나는 광란의 춤을 추었다 어떤 屍體를 안고 황제는 불안한 샹들리에와 함께 있었고 모든 물체는 회 news.v.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도회 - 박인환 무도회 / 박인환 연기와 여자들 틈에 끼어 나는 무도회에 나갔다 밤이 새도록 나는 광란의 춤을 추었다 어떤 屍體를 안고 황제는 불안한 샹들리에와 함께 있었고 모든 물체는 회전하였다 눈을 뜨니 運河는 흘렀다 술보다 더욱 진한 피가 흘렀다 이 시간 전쟁은 나와 관련이 없다 광란된 의식과 불모의 육체…그리고 일방적인 대화로 충만된 나의 무도회 나는 더욱 밤..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 나린 길 - 박남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 나린 길 - 박남수 눈 나린 길 / 박남수 겨울 밤, 눈 나리는 밤 하아얀 눈을 밟으며 밟으며 가신 이가 누구일까 머얼리 발자최 조고만 발자최 건넌 마을로 건너갔고나 한 줄기 입김에도 흐려지는 유리창 앞에 호올로 호올로 금붕어처럼 직히며 흰 눈 나려, 나려서 쌓이는 이 아츰 우편배달부가 지날 상한 아츰 행여 돌아올 리 없을 이 그이를 그리 그리며 내 마음은 자릿자릿 설였다 태고 적 서름이 서린 이 아츰에 알지도 보지도 못한 이 가신 길에 어찌하여 조고만 발자최에 슬픈 전설을 맺으려는 걸까 눈 오는 날은 옛 생각이 납니다. 1989년 겨울, 백두산 아래 이도백하 마을에서 하룻밤 잤습니다. 여관은 난방이 없었습니다. 옷을 있는 대로 껴입고 침낭과 이불 속에서 이를 덜덜 떨었지요..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형렬 - 두루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형렬/두루미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형렬/두루미 [서울신문]- 두루미/고형렬 하늘에 두 사람이 날아가고 있다 이야기하며, 귀로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쳐다보며 - 연하장 보낼 이름들을 적어 본다. 이름들 사이 고요히 함박눈이 내린다. news.v.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고형렬 - 두루미 두루미 / 고형렬 하늘에 두 사람이 날아가고 있다 이야기하며, 귀로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쳐다보며 연하장 보낼 이름들을 적어 본다. 이름들 사이 고요히 함박눈이 내린다. 좋은 사람들. 생의 향기가 솔솔 스미어 나오는 사람들. 그들 곁에서 이야기하고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쳐다보고 싶어진다. 이름을 생각하면 불편해지는 이름도 있..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을 밤 줍기 - 정춘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을 밤 줍기/정춘자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을 밤 줍기/정춘자 [서울신문]가을 밤 줍기/정춘자 오늘 아침 산에 가서 밤을 주웠다 밤이 너무 너무 많았다 피곤한 줄도 모르고 주웠다 재미나서 힘든 줄도 몰랐다 점심 먹고 삼밭에 갔다 사반리 삼밭에 가서 지붕 news.v.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가을 밤 줍기 - 정춘자 가을 밤 줍기 / 정춘자 오늘 아침 산에 가서 밤을 주웠다 밤이 너무 너무 많았다 피곤한 줄도 모르고 주웠다 재미나서 힘든 줄도 몰랐다 점심 먹고 삼밭에 갔다 사반리 삼밭에 가서 지붕을 내리고 봉고 타고 대산 삼밭에 가서 지붕을 내리고 또 봉고 타고 나성 삼밭에 가서 또 지붕을 내렸다 사만 원 받았다 돈이 사람 죽인다 멀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