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외할머니, 소나기, 8월의 구름 김동인 (2019.08.01)

푸레택 2019. 8. 1. 14:35








 

 

 

 

 

 

 

 
● 외할머니 / 김동인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에 가는 날
엄마 큰 보따리 두 개
큰 오빠 보따리 하나
작은 오빠 보따리 하나
나는 엄마 옷자락 잡고
쫄랑쫄랑 따라간다
버스를 갈아 타고 또 갈아 타고
서너 시간 발품 팔아 도착한 곳
명륜동 골목에 들어서면
생선 가게 과일 가게 신기한 나라
시골 촌 아이 눈엔 없는 게 없다
오르고 걷고 긴 계단을 또 오르면
초록 대문 조그만 마당
어서 온나 고생했다
외할머니 반갑게 우릴 맞으신다
하얀 머리 곱게 빗은 외할머니
아직도 눈에 선한 커다란 벽시계
하얀 피부에 틀니를 끼시던
고운 나의 외할머니
전화도 없던 시절 그 긴 그리움
할머니 할머니 나의 할머니
할머니가 없는 명륜동은
그저 공허한 울림일 뿐
 
● 소나기 / 김동인
 
인생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소나기
예고 없이 떨어지는 거센 빗줄기
갑자기 닥친 시련
준비 없이 맞이하는 아픔
힘들고 아파도
그저 지나가길 기다릴 뿐
소나기에 옷이 흠뻑 젖 듯
내 마음도 몸도
눈물에 젖어 있구나
무서운 벼락 힘찬 물줄기
다 나에겐 상처구나
지나가리 지나가리
그치지 않을 것 같은 그 비
곧 그치리 곧 그치리
무지개가 뜨고 해가 다시 비치네
일어서자 일어서자
흙탕물 작은 풀도 고개를 드네
용기는 당신의 동아줄
신의 약속 무지개처럼
다시 다시 일어서서 걸어가리
 
● 8월의 구름 / 김동인
 
모두들 덥다고 아우성 치는 달
유유히 흘러가는 저 구름은
아무 말이 없구나
물장구 치는 아이들
오두막 이야기 꽃은 피는데
저 구름은 물끄러미
그저 바라만 보고 있구나
욕심도 미움도 모두 비운 구름아
하얀 8월의 뭉게구름아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느냐
물어도 아무 대답이 없구나
바람 한 점 없는 이 더운 날
그늘 한 조각 주고 떠나려무나
못 들은 척 무심한 너는
8월의 구름이어라
 
/ 김동인 2019.08.01(목) 이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