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한여름 밤, 삐라의 추억, 아침아, 이름 김동인 (2019.07.28)

푸레택 2019. 7. 28. 22:56

 

 

 

 

 

 

 

 

 

● 한여름 밤 / 김동인

 

뉘엿뉘엿 해가 서산 끝에 매달려 아쉬움 남길 때

밭 일이 한창인 아낙네는

서둘러 집에 갈 생각에 마음 분주하다

매어 놓았던 소 끈 풀어 질끈 움켜잡고

지게 짊어진 농부는 하루의 고단함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힘겹게 발걸음 내딪는다

해는 지고 하나 둘 굴뚝에서

연기 피어오르면 동네 꼬마들

놀던 구슬 주머니에 쑤셔 넣고

뿔뿔이 집으로 흩어진다

매미 소리 가득한 한여름 밤

소박한 저녁밥은 너무 달구나

 

● 삐라의 추억 / 김동인

 

밤새 쉼 없이 눈이 내렸다

집 앞마당에도 뒷산에도 길가 넓은 논들도

온통 하얀색이다

아직 쌀쌀한 이른 아침인데

겉옷을 대충 걸쳐 입은 한 아이가

길가 앞논으로 바삐 들어간다

그곳엔 밤새 눈과 함께 삐라가 뿌려져 있었다

아이는 추운 것도 잊은 채

넘어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걸음을 재촉해 본다

얼마 안 가 아이는 양손 가득

삐라를 한 웅큼씩 집어들고 서 있다

찬 바람에 양볼이 빨갛게 튼 아이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본다

내일 학교에 가면 공책도 상(賞)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마치 보물이라도 주운 듯

그렇게 한참을 기분이 좋다

그때 그 시절 삐라는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 아침아 / 김동인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와

덮힌 눈꺼풀을 건드리는 너는

정직한 아침이어라

 

살아 숨쉬는 모든 이에게

약속이라도 하였느냐

던지듯 토해 놓은 이 하루는

공평한 선물이구나

 

지금 슬퍼하는 이가 있다면

너의 선물은 어찌 할꼬

이 하루를 어찌 할꼬

 

공평하고 정직한 아침아

그리하여도 슬퍼 말아라

모두가 너를 닮았으면 좋겠구나

 

● 이름 / 김동인

 

이름이 뭡니까?

이름이 뭐니?

너는 이름이 귀엽구나!

이름을 안다는 것

궁금해 한다는 것

이름은 뭘까?

존재감의 실체

살아있다는 외침

이름을 궁금해 한다면

그 존재감을 알고 싶은 것

관심이 있다는 것

작은 풀 따위 애기똥풀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을 사랑 산다는 것

주님이 내 이름을 부른다는 것

내 세포 하나하나

머리카락까지 다 셀 수 있다는 것

내게 생명을 줄 수 있다는것

그것

사랑이라는 사실

 

/ 봄비 김동인 2019.07.28(일) 이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