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부의 가을 / 김동인
산마다 가을 단풍 빨갛게 물들고
저마다 가을 정취 취해 있을 때
농부에겐 그저 분주한 날들
한낱 가을이구나 가을이구나
누렇게 익은 벼는 베기를 재촉하고
옥수수 감자 참깨 거둬 광에 들이니
곳곳마다 농부의 수고 묻어 쟁이고
콩뽑기 벼베기 고추따기
아직도 가을걷이 할 일 많은데
부족한 일손 타들어가는 농부 마음
알리 없는 참새들은 시끄럽게 지저귄다
못 생긴 허수아비 덩그러니 서 있는
농부의 가을은 가을이 아니니
풍채 좋은 선비는 책을 펴는데
허리 굽힌 농부는 가을걷이 한창이네
농부에겐 한낱 가을이구나 가을이구나
● 낙엽이 진다 / 김동인
스산한 바람 불어 와
한 잎 두 잎 마른 잎을 떨군다
낙엽이 진다
모진 비바람도 지켜냈던
그 잎을 떨군다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그렇게 겨울 준비를 한다
파란 하늘엔 구름
젊은 날 고뇌와 시련
흉터처럼 남은 기억들
저 구름에 날리어 본다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떠가는 구름에 실어 보낸다
낙엽이 진다
아픈 기억을 지운다
미련도 아쉬움도 남지 않는다
● 멈추지 않는 것들 / 김동인
멈추지 않는 것들은
다 나를 슬프게 해요
시계 바늘처럼 흘러만 가는
저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지는 해는 잡을 수 없고
떠가는 구름 멈추게 못 하죠
멈추지 않는 것들은
다 나를 슬프게 해요
어린 시절 꿈꾸던 소녀
나무 위에서 부르던 노래
가는 세월 멈출 수 없고
나는 점점 어른이 되어 가죠
멈추지 않는 것들은
다 나를 슬프게 해요
모든 것을 멈추게 할 순 없지만
우리의 순수한 마음만은
그대로 멈추고 살아가요
/ 봄비 김동인 (2019.08.15) 이천에서 보내온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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