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詩人] 농부의 가을, 낙엽이 진다, 멈추지 않는 것들 김동인 (2019.08.15)

푸레택 2019. 8. 15. 10:30

 

 

 

 

 

 

 

● 농부의 가을 / 김동인

 

산마다 가을 단풍 빨갛게 물들고

저마다 가을 정취 취해 있을 때

농부에겐 그저 분주한 날들

한낱 가을이구나 가을이구나

누렇게 익은 벼는 베기를 재촉하고

옥수수 감자 참깨 거둬 광에 들이니

곳곳마다 농부의 수고 묻어 쟁이고

콩뽑기 벼베기 고추따기

아직도 가을걷이 할 일 많은데

부족한 일손 타들어가는 농부 마음

알리 없는 참새들은 시끄럽게 지저귄다

못 생긴 허수아비 덩그러니 서 있는

농부의 가을은 가을이 아니니

풍채 좋은 선비는 책을 펴는데

허리 굽힌 농부는 가을걷이 한창이네

농부에겐 한낱 가을이구나 가을이구나

 

● 낙엽이 진다 / 김동인

 

스산한 바람 불어 와

한 잎 두 잎 마른 잎을 떨군다

낙엽이 진다

모진 비바람도 지켜냈던

그 잎을 떨군다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그렇게 겨울 준비를 한다

 

파란 하늘엔 구름

젊은 날 고뇌와 시련

흉터처럼 남은 기억들

저 구름에 날리어 본다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떠가는 구름에 실어 보낸다

 

낙엽이 진다

아픈 기억을 지운다

미련도 아쉬움도 남지 않는다

 

● 멈추지 않는 것들 / 김동인

 

멈추지 않는 것들은

다 나를 슬프게 해요

시계 바늘처럼 흘러만 가는

저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지는 해는 잡을 수 없고

떠가는 구름 멈추게 못 하죠

 

멈추지 않는 것들은

다 나를 슬프게 해요

어린 시절 꿈꾸던 소녀

나무 위에서 부르던 노래

가는 세월 멈출 수 없고

나는 점점 어른이 되어 가죠

 

멈추지 않는 것들은

다 나를 슬프게 해요

모든 것을 멈추게 할 순 없지만

우리의 순수한 마음만은

그대로 멈추고 살아가요

 

/ 봄비 김동인 (2019.08.15) 이천에서 보내온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