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2094

[좋은생각] 서커스, 한스가 구조한 사람..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중에서 (2020.06.12)

● 서커스 / 잭 캔필드ㆍ마크 빅터 한센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중에서) 내가 십대였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나는 아버지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을 서 있었다. 표를 산 사람들이 차례로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매표소와 우리 사이에는 한 가족만이 남았다. 그 가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열두살 이하의 아이들이 무려 여덟명이나 되는 대식구였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결코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비싸진 않아도 깨끗했고, 아이들의 행동에는 기품이 있었다. 아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부모 뒤에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아이들은 그날 밤 구경하게 될 어릿광대와 코끼리, 그리고 온갖 곡예들에 대해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설읽기]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2020.06.11)

●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원제: 모밀꽃 필 무렵)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낚아 보았다. "그만 걷을까?" "잘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번이나 흐붓하게 사본 일 있었을까? 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 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

[소설읽기] 어떤 솔거의 죽음 조정래 (2020.06.11)

● 어떤 솔거의 죽음 / 조정래 “여봐라, 이 성내에 쓸 만한 환쟁이가 있느냐!” 어느 날 성내를 조망(眺望)하고 있던 성주(城主)가 별안간 물었다. “환쟁이라니요?…” 성주 옆에 붙어 서있던 신하가 반문했고, 들러선 다른 사람들도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환쟁이를 몰라서 그러는 게냐!” 모두들 움찔했다. 성주의 음성에 노기가 묻어난 것이었다. 눈치없이 데데하게 굴다가는 그 불덩이 같은 성미가 폭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누구에겐가 불똥이 튈 것이고, 그 세례를 받은 자는 재수가 좋아야 파직이고, 옴붙었다 하면 볏짚깔고 벽 바라보고 앉아서 사미인곡 읊는 처량한 귀뚜라미 신세가 될 판이었다. “예예, 있구 말구요. 새가 금방 후두둑 날아갈 듯이, 호랑이가 금방 우르릉 울 듯이, 사슴이 금방 깡충 뛸 듯이,..

[명시감상] 이 순간 피천득, 사람 신혜경, 사는 법 홍관희 (2020.06.11)

●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 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 사람 / 신혜경 한문 수업 시간 정년퇴임 앞둔 선생님께 제일 먼저 배운 한자는 옥편의 첫 글자 한 일(一)도 아니고 천자문의 하늘 천(天)도, 그 나이에 제일 큰 관심사였던 사랑 애(愛)는 더더욱 아니고 지게와 지게작대기에 비유한 사람 인..

[소설읽기] 메아리 메아리 조정래 (2020.06.10)

● 메아리 메아리 / 조정래 “작은아버지, 저 결혼하게 됐어요.” 조카딸 인희가 커피잔을 들어올리며 담담하게 말했을 때 나는 문득, 아, 네가 벌써... 하는 영탄조의 말을 흘릴 뻔했다. 그러나 나는 용케도 그 말을 삼킴으로써 작은아버지로서의 체면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나는 조카딸 인희가 스물아홉 살이라는 사실을 무슨 계시처럼 떠올렸던 것이고, 그 나이에 비해 나의 영탄조가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가를 순간적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그건 아버지 없이 자란 조카딸에 대한 나의 평소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입증하는 것일 뿐이었다. 내 영탄조가 제대로 어울리려면 인희가 결혼적령기인 사오 년 전에 시집을 갔어야 했을 것이다. “작은아버지, 결혼식날 저를 좀 예식장으로 데리고 들어가주세요. 아빠가 아직 안 돌아오셨으니...

[소설읽기] 복덕방 이태준 (2020.06.02)

● 복덕방 / 이태준 철썩, 앞집 판장 밑에서 물 내버리는 소리가 났다. 주먹구구에 골똘했던 안초시에게는 놀랄 만한 폭음이었던지, 다리 부러진 돋보기 너머로, 똑 먹이를 쪼으려는 닭의 눈을 해 가지고 수채 구멍을 내다본다. 뿌연 뜨물에 휩쓸려 나오는 것이 여러 가지다. 호박 꼭지, 계란 껍질, 거피해 버린 녹두 껍질. “녹두 빈자떡(빈대떡)을 부치는 게로군 흥…….” 한 오륙 년째 안 초시는 말끝마다 ‘젠ㅡ장…...’이 아니면 ‘흥’하는 코웃음을 잘 붙였다. “추석이 벌써 낼 모래지! 젠ㅡ장…….” 안초시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기름내가 코에 풍기는 듯 대뜸 입 안에 침이 흥건해지고 전에 괜찮게 지낼 때, 충치니 풍치니 하던 것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래웃니가 송곳 끝같이 날카로워짐을 느꼈다. 안..

[명시감상] 농무 신경림, 사평역에서 곽재구,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2020.05.28)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

[명시감상]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젊은 수도자에게 스와미 묵타나다 (2020.05.28)

● 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젊은 수도자에게 / 스와미 묵타나다 고뇌하는 너의 가슴속에서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모든 마당과 모든..

[명시감상] 어머니의 지붕 이준관, 어머니 생각 이시영, 손등에 떨어진 눈물 홍수희, 어머니의 못 정 일근, 내 어머니 이름은 심순대 김시탁 (2020.05.24)

● 어머니의 지붕 / 이준관 어머니는 지붕에 호박과 무를 썰어 말렸다 고추와 콩깍지를 널어 말렸다 지붕은 태양과 떠도는 바람이 배불리 먹고 가는 밥상이었다 저녁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초승달과 서쪽에 뜨는 첫별을 다 먹이고 나면 어머니는 그것을 거두어 들였다 날씨가 맑은 사나흘 태양과 떠도는 바람 초승달과 첫별을 다 먹이고 나서 성자의 마른 영혼처럼 어머니는 그것들을 반찬으로 만들었다 우리들 생의 반찬으로 ● 어머니 생각 / 이시영 어머니 앓아누워 도로 아기 되셨을 때 우리 부부 외출할 때나 출근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다 우리 어머니 빈집에 갇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돌아와 문 앞에서 쓸어내렸던 수많은 가슴들이여 아가 아가 우리 아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 나 자장가 불러드리며 ..

[좋은생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 (2020.05.24)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 50개 (The 50 Most Beautiful English Words) 오늘 한 친구가 오래전 KBS에서 방송된 영상 자료를 카톡으로 보내왔다. 영상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었다. 언젠가 한번 들은 이야기지만 다시 검색해서 정확한 자료를 찾아 보았다. 2004년 영국문화원은 설립 70주년을 기념하여 비영어권 국가 102개국 4만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영어 단어'를 설문 조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언급된 횟수가 많은 순서대로 1위부터 70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는 무엇입니까? 다음 글을 읽기 전에 잠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를 다섯개만 적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