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7845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9) '좌파(Left)'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좌파(Left)' (daum.net)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좌파(Left)' 당신의 자리는 '왼쪽'인가 '오른쪽'인가'좌파'의 스펙트럼은 넓다. 좌파의 몸에 새겨진 바코드를 읽으면 우선 그 이력과 전력의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 골수 종북(從北)좌파에서 강남좌파까지, v.daum.net 당신의 자리는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좌파'의 스펙트럼은 넓다. 좌파의 몸에 새겨진 바코드를 읽으면 우선 그 이력과 전력의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 골수 종북(從北)좌파에서 강남좌파까지, 진보좌파에서 대안좌파까지, 우울한 좌파에서 감상적인 좌파까지, 급진적인 노동운동가 전력의 좌파에서 뉴에이지 방랑자 전력의 좌파까지, 에코페미니스트에서 근본적인 생태주의자까지. 이들 '좌파'가 ..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8) 피로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8)피로 (daum.net)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8)피로 피로는 살아있는 존재에 스미는 작은 죽음피로는 욕구의 지연(遲延) 속에서 가장 자주 겪는 존재론적인 사건이다. 자주 겪는 일이어서 사람들은 피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왜 안 그렇겠는가 v.daum.net 피로는 살아있는 존재에 스미는 작은 죽음 피로는 욕구의 지연(遲延) 속에서 가장 자주 겪는 존재론적인 사건이다. 자주 겪는 일이어서 사람들은 피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왜 안 그렇겠는가! "피로는 불행 가운데 가장 대수롭지 않은 불행이며, 중립 가운데 중립이다. 그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면 아무도 허영으로 선택하지 않은 경험이다."(모리스 블랑쇼 '무한한 대담', 롤랑 바르트 '중립'에서 재인..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7) 김현(1942∼1990)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7) 김현(1942∼1990) (daum.net)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7) 김현(1942∼1990) 한국문학의 '뜨거운 상징'이자 비평계의 신화좋은 문학은 오늘의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따져 묻고, 나쁜 문학은 아예 물음 따위를 은폐해버린다. '오늘'이 허황된 수사학에 의해 가려졌 v.daum.net 한국문학의 '뜨거운 상징'이자 비평계의 신화 좋은 문학은 오늘의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따져 묻고, 나쁜 문학은 아예 물음 따위를 은폐해버린다. '오늘'이 허황된 수사학에 의해 가려졌다면 그 문학은 가치가 없다고 믿어도 좋다. 이때 '오늘'에 대한 이해는 간단하지 않다. '오늘'이라는 층위 안에서 지금-여기라는 뜻을 머금은 '현재'만이 아니라, '현..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6) 축구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6)축구 (daum.net)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6)축구 "휘슬과 함께 시작되는 드라마.. 축구는 삶이며 종교"다시 축구가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수백만 명이 경기장을 찾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억 명이 위성중계 v.daum.net "휘슬과 함께 시작되는 드라마… 축구는 삶이며 종교" 다시 축구가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수백만 명이 경기장을 찾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억 명이 위성중계를 본다. 이번에 우리와 맞붙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그리고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 브라질의 호비뉴,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 세르비아의 조란 토시치, 한국의 박지성과 박주영과 이청용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5) 결혼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5) 결혼 (daum.net)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5) 결혼 일부일처제는 성의 독점권.. 본능이 규제의 틀 찢어나가..여권 신장될수록 무력화돼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합법적으로 성적·정서적 공동체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회의 최소단위체인 가 v.daum.net 일부일처제는 성의 독점권… 본능이 규제의 틀 찢어나가…여권 신장될수록 무력화돼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합법적으로 성적·정서적 공동체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회의 최소단위체인 가족 속에서 성별, 가치관, 관점, 나이가 다른 사람들이 비폭력적이고, 비파괴적으로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한쪽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소리가 울려나온다. 어떤 미친놈이 헛소리를 하는 거야? 버럭 소리를 지르는..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4) 군중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4)군중 (daum.net)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4)군중 "증가하지 않는 군중이란 단식 상태에 있는 것"2008년 6월 10일이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을 꽉 메운 칠십만 인파가 켜든 촛불은 빛으로 일렁이는 장대하고 거룩한 꽃밭이었다. 촛불은 제 몸을 살라 v.daum.net "증가하지 않는 군중이란 단식 상태에 있는 것" 2008년 6월 10일이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을 꽉 메운 칠십만 인파가 켜든 촛불은 빛으로 일렁이는 장대하고 거룩한 꽃밭이었다. 촛불은 제 몸을 살라 어둠을 밝힌다. 제 몸을 사른다는 점에서 숭고한 자기희생의 표상으로 맞춤하다. 만해 한용운은 시 '알 수 없어요'에서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3) 사랑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3) 사랑 (daum.net)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3) 사랑 연인들은 사랑에 빠지기 전보다 더 자주 거울을 보고얼굴을 정성들여 꾸민다얼굴은 자아가 출현하는 장소다'사랑'이라고 인식하는 실체는 실은 이미 흘러간 사랑이다사랑이 지나간 뒤 사랑을 v.daum.net 사랑,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사람들은 사랑에 죽고 산다고 말한다. 세상에 떠도는 거의 모든 유행가요들은 사랑을 노래한다. "죽어도 못 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남성보컬 2AM의 노래, '죽어도 못 보내') 도대체 사랑이 뭐기에? 사랑이 어떻게 내게 왔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사랑은 자가당착이고 정신착란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랑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는 분명하다. 어느 날 사랑은 존재의 어눌함 속..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2)여행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2)여행 (daum.net)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2)여행 여행을 떠나라 마음 속 황량한 들판으로여행은 월경(越境),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 시간에서 저 시간에로 넘어감이다. 저 상징적 횡단의 시발점들, 즉 공항과 역들의 문·문턱·창구·통로들은 늘 v.daum.net 여행을 떠나라 마음 속 황량한 들판으로 여행은 월경(越境),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 시간에서 저 시간에로 넘어감이다. 저 상징적 횡단의 시발점들, 즉 공항과 역들의 문·문턱·창구·통로들은 늘 붐빈다. 그만큼 다른 공기를 숨 쉬는 기쁨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 많은 것이다. 여행이란 바깥이 아니라 내 안을 탐사하려는 욕망에서 출발한다.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았다. "여행..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1) 채식주의와 차가운 악(惡)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1) 채식주의와 차가운 악(惡) (daum.net) [장석주 시인의 인문학 산책] (1) 채식주의와 차가운 악(惡) 한국서 소수자인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것은..어느 때부터인가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떠돌았다. 인문학의 위기는 곧 삶의 위기이다. 우리 삶이 위험 사회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걸 보면 인문학 v.daum.net 한국서 소수자인 채식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어느 때부터인가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떠돌았다. 인문학의 위기는 곧 삶의 위기이다. 우리 삶이 위험 사회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걸 보면 인문학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그 인문학이 다시 살아나 돌아오고 있다는 징후들이 위기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문학이라는 말은 라틴어 '후마니타스(hum..

[임의진의 시골편지] 짝달비

[임의진의 시골편지] 짝달비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짝달비 음악 공부하는 한 친구가 “비야 날 좀 바라봐~” 엉뚱한 노랫말. 비가 아니라 ‘희야’라고 정정해 주었다. 록그룹 ‘부활’ 1집에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둘이 비에 젖는 날이면 v.daum.net 음악 공부하는 한 친구가 “비야 날 좀 바라봐~” 엉뚱한 노랫말. 비가 아니라 ‘희야’라고 정정해 주었다. 록그룹 ‘부활’ 1집에 ‘희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둘이 비에 젖는 날이면 헷갈리기도 하겠어. 장맛비 속에서 어딜 싸돌아 다니질 못하니 친구들과 수다가 는다. 희야는 어디 사시옹? 영희, 순희, 경희, 은희, 숙희, 선희…. 예전에는 앞에 이름자 빼고 ‘희야!’ 하고 부르기도 했지. 엄청 느끼하지만 연인들은 크..

[임의진의 시골편지] 또옵써

[임의진의 시골편지] 또옵써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또옵써 섬 전역에 퍼진 수국은 축제 그 자체. 쇠소깍의 검은 모래와 몽돌 구르는 소리. 안개가 가득한 중산간도로가 그리워서 제주섬에 다녀왔다. 수영도 잠깐 즐겼어. 1년 전 제주 한 실내수영장에서 v.daum.net 섬 전역에 퍼진 수국은 축제 그 자체. 쇠소깍의 검은 모래와 몽돌 구르는 소리. 안개가 가득한 중산간도로가 그리워서 제주섬에 다녀왔다. 수영도 잠깐 즐겼어. 1년 전 제주 한 실내수영장에서 허리도 굽고 빼빼 마른 할머니가 자유형을 거뜬히 몇 바퀴. 나는 그야말로 어설픈 해적수영. 그날 결심했지. 수영을 정식으로 배우겠노라. 드디어 상급반 정도는 된다. 언젠가 제주섬을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았지. 지독한 습기와 뙤약볕에 죽을동..

[임의진의 시골편지] 도시가스

[임의진의 시골편지] 도시가스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도시가스 도시가스공사, 도시가스설비. 같은 나라에 살지만 시골가스는 없다. 똑같이 세금을 내고 선거권도 있으나 열외. 고유가 시대, 여기선 가스마저 천신을 못하고 살아. 풋고추, 매실장아찌, 찬밥에 v.daum.net 도시가스공사, 도시가스설비. 같은 나라에 살지만 시골가스는 없다. 똑같이 세금을 내고 선거권도 있으나 열외. 고유가 시대, 여기선 가스마저 천신을 못하고 살아. 풋고추, 매실장아찌, 찬밥에 물 말아 먹고 거기다가 찬물에 샤워까지 하면 여름에도 얼어죽어. 미숫가루와 얼음 두어 알이면 만족하지만, 무덥다고 찬물에 무작정 샤워를 했다간 심장마비로 꼴까닥. 물을 햇볕에 받아놓고, 고마운 해가 종일토록 데운 물로 목욕을 한다. ..

[임의진의 시골편지] 제자리 마음공부

[임의진의 시골편지] 제자리 마음공부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제자리 마음공부 무를 바닥에 깔고 하물하물 푹 익힌 갈치전골로 친구들과 밥을 먹었는데, 한 친구가 오랜 날 심리학 상담공부로 얻은 재미난 얘길 꺼내더라. 혼자든 여럿이든 우울증을 앓는 이가 사는 집엘 가 v.daum.net 무를 바닥에 깔고 하물하물 푹 익힌 갈치전골로 친구들과 밥을 먹었는데, 한 친구가 오랜 날 심리학 상담공부로 얻은 재미난 얘길 꺼내더라. 혼자든 여럿이든 우울증을 앓는 이가 사는 집엘 가보면 3가지 무덤이 있대. 첫째는 ‘신발 무덤’. 아파트나 어디 문을 열면 현관에 오만가지 신발이 다 나와 나뒹군대. 신발이 삐툴빼툴 놓인 집엔 들어가고 싶지 않아. 둘째는 ‘옷 무덤’. 거실에서부터 군데군데 옷무더기들이 마..

[임의진의 시골편지] 메리지아레

[임의진의 시골편지] 메리지아레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메리지아레 이름조차 ‘쉼’, 휴식을 주는 시인 ‘쉼보르스카’를 좋아해. 그녀의 시엔 ‘더 좋아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시가 한 편 있어. 우리말로 옮기자면, “영화를 좋아해. 고양이를 더 좋아해. 초록 v.daum.net 이름조차 ‘쉼’, 휴식을 주는 시인 ‘쉼보르스카’를 좋아해. 그녀의 시엔 ‘더 좋아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시가 한 편 있어. 우리말로 옮기자면, “영화를 좋아해. 고양이를 더 좋아해. 초록색을 더 좋아해. 뜻밖에 뜬금없는 게 더 좋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걸 더 좋아해. 의사들이랑 병이 아닌 다른 일로 떠드는 게 좋아. 시를 안 써서 조롱을 당하느니 시를 써서 조롱당하는 편이 더 좋아. 침략하는 나라보다 침략당하..

[임의진의 시골편지] 사막학교

[임의진의 시골편지] 사막학교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사막학교 한번은 테레네 사막(사하라 복판)엘 갔었어. 낙타몰이꾼이 말하길, 전에는 소금을 싣고 사막을 건넜다던가. 낙타 대상 무리가 사막을 행진하는 장관을 온갖 제스처를 동원해 설명. 사막의 뜨거 v.daum.net 한번은 테레네 사막(사하라 복판)엘 갔었어. 낙타몰이꾼이 말하길, 전에는 소금을 싣고 사막을 건넜다던가. 낙타 대상 무리가 사막을 행진하는 장관을 온갖 제스처를 동원해 설명. 사막의 뜨거운 햇빛을 쬐노라면 포크록 밴드 ‘시인과 촌장’의 노래 ‘나무’에 등장할 법한 가시투성이 나무가 반갑고 소중해. 종려나무가 늘어선 오아시스엔 마을이 들어서고, 마을 초입에 우물을 파고 학교와 병원을 지었지. 나는 나무 그늘에 주저앉아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