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일기] 뒤돌아본 지나온 길 26

[추억일기] 재치문답의 추억, 강소천의 가을 바람과 그리운 언덕 (2019.05.30)

● 재치문답의 추억: 강소천의 가을 바람과 그리운 언덕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 밤나무 가지를 흔들다 못해 바람은 마을로 내려왔지요 싸릿가지 끝에 앉은 아기잠자릴 못 견디게 놀려주다 그도 싫어서 가을바람은 앞벌로 내달렸지요 고개 숙인 벼이삭을 마구 디디고 언덕배기 조밭으로 올라가다가 낮잠 자는 허수아빌 만났습니다 새 모는 아이 눈을 피해가면서 조이삭 막 까먹는 참새떼 보고 바람은 그만그만 성이 났지요 저놈의 허수아비, 새는 안 쫓고 어째서 낮잠만 자고 있느냐? 후여후여 팔 벌리고 새를 쫓아라 가을바람에 허수아비 정신차렸다 두 팔을 내저으며 새를 쫓는다 새들이 무서워서 막 달아난다 가을바람 오늘도 좋은 일 하고 마음이 기뻐서 돌아갑니다 머리를 내두르며 돌아갑니다 * 아람: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

[추억일기] 성북동(城北洞) 골짜기의 추억, 간송미술관과 보성고(普成高) 천년바위의 추억 (2019.05.28)

● 성북동(城北洞) 골짜기의 추억(追憶) 중학생 시절, 성북동(城北洞) 골짜기는 우리들의 놀이터이자 뒷동산이고 뒷동네였다. 쌍다리란 이름이 말해주듯 그땐 하천에 물이 콸콸 흘렀고 다리가 놓여 있었다. 한여름 더위를 피해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울창한 숲이 나타나고, 커다란 돌틈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다다른다. 그곳은 그야말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이었다. 지금 다시 찾아가면 그곳은 흔적도 없다. 짙푸른 담쟁이덩굴 기어오르던 서울 성곽 아래쪽, 산꼭대기 산동네에 친구의 집이 있었다. 친구 집에 놀러가면 할머니처럼 늙으신 친구 어머니가 가난한 살림에도 밥을 해 주시곤 했는데 어찌 그리도 밥이 맛있던지.. 그 시절 그 친구는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때 그곳 무릉도원은 도대체 어디..

[추억일기]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편지와 수필, 훈화글을 다시 읽으며 / 보성고(普成高), 상도중(上道中)

* 1968년 보성고 1학년 시절 교생선생님 '편지' * 1972년 '인경회' (보성고 61회)에 실린 글 * 1982년 상도중 '훈화 자료집'에 실린 글 두 편 ● 환경미화 새내기 중학생 시절, 교실 뒤쪽 게시판엔 세계 지도만 하나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우리들은 그것을 여백(餘白)의 미(美)라 불렀다 삼십(三十) 여년 세월 동안 내 교실 뒤 게시판엔 종이들이 다닥다닥 내 욕망이 빼곡빼곡, 내 부끄러움이 가득가득 자율이 없다, 여유로움이 없다 조금 덜 채우고 조금더 덜어낼 것을 조금더 내려놓고 마음 한 쪽 비워둘 것을 게시판에 내 부끄러움 빼곡히 남겨놓고 교실 유리창 너머 재잘대는 그리움 남겨두고 이제사 텅빈 마음으로 비움의 미학(美學) 깨우치며 세계 지도를 찾아, 미지(未知)의 세상으로 발길 옮긴다 ● ..

[추억여행] 두 번째 833포병대대 방문 부대개방행사 참가, 부대방문.. 그리운 전우, 젊은 날의 추억을 더듬다 (2018.05.11)

■ 833포병대대 부대개방행사 참가 후기 - 뒤늦게 적어보는 참가 후기 오늘은 3월 21일 춘분이다. 해마다 이 날은 내게는 뜻 깊은 날이다. 40년 전 833포병대대를 떠나와 전역한 날이기 때문이다. 작년 2018년 5월 11일(금)에 부대개방행사로 833포병대대를 방문하였다. 파편이 되어 떠오르는 그날의 조각난 기억을 몇 글자 적어본다. 그 힘들고 서럽던 세월도 흘러가서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그 전역의 날이 밝았다. 대대장님께 전역 신고를 하고 내무반으로 내려와서 전우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막상 부대를 떠나오려니 함께 고생했던 전우들, 정들었던 전우들이 눈에 어른거려 부대를 떠나오는 나의 발걸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매일 아침 점호를 끝내고 구보를 나갔던 부대 정문 앞길을 나서며 이젠 다시 ..

[추억여행] 젊은 날의 추억을 찾아서, 40년 만에 다시 찾은 양구 원당리 833 포병대대 (2017.05.12)

■ 젊은 젊은 날의 추억을 찾아서 전역 40년 만에 다시 찾은 833 포병대대의 추억여행 (2017.05.12) ◆ 설레는 마음, 가슴에 간직하고... 833포병대대~! 스무 살 젊음을 두고 온 곳, 말만 들어도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오고 가슴이 뛰는 곳. 오늘은 그 시절 전우와 함께 아름답고 서러운 젊은 날의 추억이 서려있는 그곳을 찾아 추억 여행을 떠납니다. 홀연히 부대를 떠나온 지 어느 덧 40년, 전역 후 몇 년간은 그리운 전우들 소식도 듣고 때론 만나서 군대시절 추억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서로 바쁘고 고달픈 삶 속에 연락이 두절되었고 소식이 끊긴 채 무심한 세월만 덧없이 흘러갔습니다.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고마운 전우들이 그립고 보고 싶어, 앞만 보고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벌써 이순..

[추억일기] 대암산 생태 탐방로와 양구 833포병대대의 추억, 대암산 용늪에 올라 금강초롱을 보다 (2015.05.11)

대암산 생태 탐방로와 833포병대대의 추억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양구군에서 제작한 '대암산 생태 탐방로'가 눈에 띄였습니다. 문득 10여 년 전 여름 방학 때 3박 4일 양구 생태 탐사에 참가하여 도솔산, 두타연, 펀치볼, 대암산 용늪, 생태식물원, 산양복원센터, 양구제4땅굴, 을지전망대, 박수근기념관, 양구선사박물관, 국토정중앙탑 등을 두루 둘러보았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언젠가 꼭 다시 한 번 다녀오리라 마음 먹었지만 아직 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구생태식물원 가는 길목에 위치한 나의 20대 젊음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833포병대대를 지날 때엔 정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차에서 내려 달려가면 옛 전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내무반에 들어서면 반가운 전우들의 웃음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