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치문답의 추억: 강소천의 가을 바람과 그리운 언덕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 밤나무 가지를 흔들다 못해 바람은 마을로 내려왔지요 싸릿가지 끝에 앉은 아기잠자릴 못 견디게 놀려주다 그도 싫어서 가을바람은 앞벌로 내달렸지요 고개 숙인 벼이삭을 마구 디디고 언덕배기 조밭으로 올라가다가 낮잠 자는 허수아빌 만났습니다 새 모는 아이 눈을 피해가면서 조이삭 막 까먹는 참새떼 보고 바람은 그만그만 성이 났지요 저놈의 허수아비, 새는 안 쫓고 어째서 낮잠만 자고 있느냐? 후여후여 팔 벌리고 새를 쫓아라 가을바람에 허수아비 정신차렸다 두 팔을 내저으며 새를 쫓는다 새들이 무서워서 막 달아난다 가을바람 오늘도 좋은 일 하고 마음이 기뻐서 돌아갑니다 머리를 내두르며 돌아갑니다 * 아람: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