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일기] 뒤돌아본 지나온 길

[추억일기] 대암산 생태 탐방로와 양구 833포병대대의 추억, 대암산 용늪에 올라 금강초롱을 보다 (2015.05.11)

푸레택 2015. 5. 20. 23:47

 

대암산 생태 탐방로와 833포병대대의 추억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양구군에서 제작한 '대암산 생태 탐방로'가 눈에 띄였습니다. 문득 10여 년 전 여름 방학 때 3박 4일 양구 생태 탐사에 참가하여 도솔산, 두타연, 펀치볼, 대암산 용늪, 생태식물원, 산양복원센터, 양구제4땅굴, 을지전망대, 박수근기념관, 양구선사박물관, 국토정중앙탑 등을 두루 둘러보았던 기억이 새로웠습니다. 언젠가 꼭 다시 한 번 다녀오리라 마음 먹었지만 아직 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구생태식물원 가는 길목에 위치한 나의 20대 젊음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833포병대대를 지날 때엔 정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차에서 내려 달려가면 옛 전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내무반에 들어서면 반가운 전우들의 웃음 소리 들릴 듯 사무실 문을 열면 반겨주는 그리운 후임들 얼굴 보일 듯, 취사반 앞 식기를 닦던 냇물은 여전히 잘 흘러가는지, 부대 내 논에는 벼들이 여전히 잘 익어가고 있는지, 본부포대 후문 너머 주막집은 아직도 그곳에 그대로 있는지 알파 브라보 포대 탄약고 오르는 그 길은 여전히 그대로 인지, 보초를 설 때 오르내리던 그 언덕길 그 초소는 여전히 그대로인지, 식당 가는 길목에서 오디 열매 잔뜩 매달고 우리를 지켜보던 그 큰 산뽕나무는 올해도 그곳에서 잘 자라고 있는지, 내 손때가 묻은 군수과 사무실 서류와 전화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달리는 버스 안에서 언듯언듯 보이는 본부포대 내무반과 사무실... 멍하니 바라보며 감회에 젖었던 그 날도 벌써 10년 전.

아 그리고 참 그 때, 꿈에도 그리던 대암산을 올랐습니다. 대암산 용늪을 보았지요. 군대 근무 시절 늘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으면 하는 말, "대암산 통신보안 4번 병장 김OO입니다." 말로만 수도 없이 외쳤던 대암산! 그 대암산 정상을 오르며 참으로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군대 있을 땐 교육 받는다고 대암산 중턱에 올라갔었죠. 언제 또 다시 오를 기회가 있을런지? 그 힘들고 고달픈 나날에도 함께 그 고통을 나눌 수 있었던 전우들이 있었기에 나는 진정 행복했노라. 그 힘들고 서러운 날들 마치고 그곳을 떠날 때 진심으로 이별을 아쉬워하며 석별의 정 나누었던 전우들이 있었기에 나의 젊음을 바친 군 생활은 결코 헛되지 않았으리. 이제 그 옛 전우들 만나 그 은혜 보답하고자 하는데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 오늘 '대암산 생태 탐방로'를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나 홀로 추억에 잠겼던 10여 년 전 그 때 그 순간이 새삼 올라 두서없이 몇 자 적어 봅니다.

늦은 밤의 낙서, 75~78년 양구 원당리

833포병대대 본부포대(군수과 서무계) 전역

 

/ 2015.05.11 김영택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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